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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했기 때문에 소설의 결과에 해당하는 대략적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나'는 만화가다. 만화 시장이 작아지면서 오래 연재한 작품을 갑자기 그만두게 됐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돈은 모아뒀다. 중견작가라는 소리다. 이름은 아마 가즈 아쓰미라고 하고 여자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 이혼하셨고, 엄마는 몇 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도 없고, 당연히 아이도 없다. 남동생은 하나 있는데 이름은 고이치라고 한다. 동생은 지금 '세이쇼 코마 워크 센타'에 있다. 몇 년 전에 자살을 시도했고, 그 후 식물인간이 돼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는 '센싱'이라는 걸 할 수 있는데, SC 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 혼수상태의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것 때문에 '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동생을 이곳에 뒀다. 지금까지 몇 번 센싱이 성공했지만 동생이 왜 자살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요즘에는 너무 자주 현실과 센싱 상태를 구분 못하고 있어서 염려스럽다. 일상생활을 하다 갑자기 동생 고이치가 나타나 당황하다 보면 늘 그러다 잠에서 깨거나 센싱에서 깨어나게 된다.
'호접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자의 이야기에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꾼 꿈에 나비가 나왔는데 그 사람이 나비를 꿈꾸는 것인지, 나비의 꿈에 내가 나온 건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요즘 자꾸 그 이야기가 '나'는 생각난다. 동생 고이치 역시 "왜 자살했어?"라고 물었더니 "현실인지 알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다 문득 인정하게 됐다. 자살을 시도한 건 동생 고이치가 아니라 나였다. 처음 작가로 데뷔할 때 스기야마 씨란 편집자가 잘 돌봐줬는데 어느새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이미 결혼한 사람으로 아이도 있었고, '나'와 어떻게 해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몹시 술에 취했던 날, 딱 한 번 그 남자와 잤다. 그때가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며 유일한 경험이었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임신이 됐고, 과로로 자연유산이 됐다. 만화가로서 한참 유명했던 '나'는 집에서 뛰어내렸고 식물인간이 되어 10년 넘게 누워 있었던 거다. 동생 고이치는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섬에 놀러갔을 때, 붉은색 장대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는데. 그리고 그것 때문에 부모님도 결국 이혼했던 것인데. 그럼 '나'의 꿈에 등장했던 사람들은 다 누구였지?
'나'는 식물인간 상태애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후 하나씩 알게 됐다. 고이치로 늘 등장했던 건 왕따를 당해 자살을 시도했던 '나'의 어린 팬 유타카가 나에게 '빙의'한 것이었음을. 그리고 유타카의 어머니 야스코로 나왔던 사람은 정신과 의사 아이하라 선생님이었음을.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센싱을 하다 보면 빙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자신 안에 있던 다른 인격이 들어나기도 한다는데 그런 게 아닐까.
처음 책 제목과 겉 표지를 보고는 판타지 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뭐지? 미스테리 소설인가? 기대와 다르면 어떤가. 책은 훌륭했다. 작가 이누이 로쿠로는 2010년 [사비노 외전]으로 아사히니치신문사가 주최하는 제2회 '아사히 시대소설대상'과 [완전한 수장룡의 날]로 제9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같은 해 두 개의 신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고 하는데 괜히 그런 영광을 누린 게 아니었다. 300쪽 정도의 길지 않은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만에 단숨에 책을 읽게 만드는 흡입력과 책 마지막 쪽을 덮은 후 길게 길게 남은 여운은 일부러 시간을 내 책을 읽은 게 전혀 아깝지 않은 느낌을 들게 했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