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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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의 작가 무라트 툰젤의 소설 [이난나]는 세계 최고의 문명 발상지인 수메르 땅에서 쇠퇴기에 접어든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오스만 제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세 대륙을 지배하면서 중세 이후 세계 문명의 중심지가 되었지만 19세기 전후로 제국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난나'는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인데 바로 아프로디테의 전신이다. 이난나를 그리스어로 아프로디테라고 하고 이후 로마 시대에서는 비너스로 불렸다. 신화 속 이난나는 자신의 남편인 두무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구해내지만 남편 두무지는 자신을 사랑하는 누이 때문에 일 년 중 절반만을 지상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이난나 이야기는 수메르 신화가 전승된 경로를 따라 메소포타미아와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전해졌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전쟁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열두 신 가운데 유일하게 동방에서 유입된 신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제우스의 가부장적인 권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목숨을 걸고 저승길에 오른 여신의 강인함이 그렇게 드러나는 셈이다.



 소설은 두 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밀은 야르오스만의 시파히인데 시파리란 봉건 기사와 유사한 지방 영주로 전장에서 공훈을 세운 대가로 봉토를 받아 그 땅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여 세입에 따라 일정 수의 군사를 양성할 수 있었다. 비록 봉토 안이 소작인들을 마음대로 추방하지 못하고, 술탄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 즉시 출병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파히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오스만 제국의 지방 호족이었고 궁성학교 출신들이 술탄의 노예였던 반면에 이들 시파히는 자유인에 속했다. 제밀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인데 이교도인 아르메니아 호족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교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가문의 전통 때문에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다. 제밀은 아내들과 수하들을 거느리고 아버지의 영지를 떠나는데 혹독한 겨울을 지내며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아이를 얻기도 하지만, 또한 아내를 잃기도 한다.



 또 한 명의 남자인 빌랄은 예니체리다. 예니체리란 16세기에 완비된 오스만 제국의 핵심 부대로 기독교도 소년을 강제징집해 무슬림으로 개종시킨 후 술탄의 노예로 훈련시켰다. 빌랄은 어머니가 불을 숭배하는 이교도라는 이유 때문에 군대에 강제징집당하는데 정식으로 예니체리가 되기도 전에 시야부쉬 장군의 집으로 보내져 감시 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뜻밖에도 시야부쉬 장군의 첩인 누르하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두 남자는 모두 금지된 사랑을 한 사람들이다. 성주의 아들인 제밀은 이교도의 여인을 사랑했고, 노예 신분인 빌랄은 자신의 상사인 장군의 첩을 사랑했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에 남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제목이 사랑의 여신인 '이난나'인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훨씬 능동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밀의 첫 번째 부인인 술타나는 남편인 제밀이 쉬메이라를 비롯해 아름다운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의 열병을 앓는 걸 보면서도 질투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 보다는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으로 자신의 몫만으로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누르하얄 역시 장군의 첩임에도 불구하고 노예 신분인 빌랄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해 남자를 유혹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면서도. 반면 남자들은 유약하고 우유부단하다. 특히 제밀이 그러한데 자신을 따라 기꺼이 성을 떠난 사람들을 잘 돌보고 이끌기 보다는 새로운 여자가 나타날 때마다 사랑 때문에 병에 시달리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접하기 어려운 터키의 소설인데다 소설의 배경이 현대가 아니고 잘 알지 못하는 오스만 제국 시대를 다룬데다 두 남자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내용 흐름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두 남자의 공통분모가 서서히 나타나기 전까지는 산만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인물에 공감도 잘 되지 않아 재미있는 읽기는 되지 못했지만 터키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라 약간 낯선 느낌은 좋았다. 다만 작가의 코드가 개인적으로 잘 맞는 거 같지는 않아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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