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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녀 이름은 피라예다. 20여 년 경력의 치과의사인 아버지가 딸의 예술학교 연극학과 입학을 허락해주시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마르마라대학교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사회 비주류인 연극학과 입학이야 그렇다고 해도 왜 어문학과나 신문방송학과 진학까지 완강히 반대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그녀에게 문학과 연극, 시에 대한 열정의 씨를 뿌린 건 바로 그녀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읽는 게 금지돼 있던 나즘 히크메트의 시를 읽으라고 권한 것도 아버지고, 딸에게 금지된 시인의 아내 이름을 따서 붙인 것도 아버지이면서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간 뒤 아이 둘을 둔 언니에 대한 실망만큼 그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남녀관의 관계에 관심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녀에게 처음 다가온 남자는 발리케시르 출신의 아리프였다. 둘은 시를 주고 받으며 친해졌다. 앞질러 생각한 그녀의 어머니는 학비를 융자받아 쓰는 동생이 넷이나 달린 아리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를 나누는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녀에게 다른 걸 원하는 아리프의 관계는 어차피 오래갈 수 없었다. 그 뒤 다가온 사람은 외메르였다. 재미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였지만 다른 마음은 없었다. 결국 외메르와 다른 마음이었던 그녀는 친구 이상으로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 다음 사람은 조교 네브자트였다. 자기 혼자 결혼계획까지 세워서 미래를 제시하는 그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운명적으로 엮여진 남자는 하심이었다. 그녀보다 나이도 많고, BMW를 몰고 다니는 부자에, 외모가 뛰어난 남자. 그런 남자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둘은 하심의 군복무가 끝나고 그녀의 학업이 끝난 후 결혼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분명한 이스탄불 여자인 피라예는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었지만 부모를 이기지 못한 하심 때문에 그의 고향인 디야르바키르에 자리를 잡게 됐다. 자기 뜻대로 신혼방까지 꾸며놓은 하심의 어머니가 싫었지만 시간이 흘렀고 딸 디즐레를 낳고 독립도 했다. 집안을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하심 어머니는 피라예가 이스탄불에 간 사이 아들에게 둘째 부인을 보게했고, 뒤늦게 알게 된 피라예는 하심과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피라예를 사랑하는 하심은 매달리지만 그 와중에 피라예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둘의 결혼생활은 더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삶이 늘 그렇듯 불임이 된 줄 알았던 피라예가 아들을 임신하게 되고, 아내에게 거절당한 하심은 총에 맞아 죽는다.
작가 자난 탄은 터기의 국민작가다. 터키 앙카라 출신으로 앙타라국립대학 약학과를 졸언한 후 아동소설과 수필로 출발했고, 터키 최대의 언론사 '예시아시르'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2003년 발표한 이 책을 시작으로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가 됐고, 2010년 터키 도서관협회로부터 '가장 많이 읽힌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불법복제가 판치는 터키의 특성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터키의 불법복제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받고 있기도 하다.
내 생각에 사랑은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사랑이 스스로 와서 그 주인을 찾는 것이리라...(22쪽)
터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어느 나라든 여자의 삶이란 비슷해서 주인공 피라예의 얘기를 따라가는 게 거부감이 들거나 낯설지는 않았다. 대신 책에서 전해지는 터키 문화를 간접체험하는 게 흥미로웠는데 특히 피라예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든가 하심의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일러주는 여러가지 문화적 금기라든가 하는 것이 워낙 무지했던 부분이라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에서 내내 피라예가 성장한 이스탄불과 하심이 성장한 디야르바키르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걸 보면서 터키는 지방마다 색이 아주 뚜렷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 454쪽으로 글씨도 작고 촘촘한 편이라 읽기에 적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는다면 3시간 정도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눈에 거슬리는 게 없다.
(이 서평은 라이프맵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