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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 벤 라이더 하우는 백인이다. 역사와 교육의 도시 보스턴의 문화인류학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사립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란 백인 중산층이다. 미국에서 '제일 재미없는 대학'으로 뽑힌 적이 있는 시카도 대학에 들었다 아내를 만났고 [파리 리뷰]라는 유명한 문예 계간지에서 중간 편집자로 일하며 법정 최저임금에 가까운 봉급을 받으며 유유자적 생활했다.
작가 벤이 아내 케이를 만난 건 시카고 대학에서였다. 이민자 1.5세대인 아내는 졸업 후 장학금에 학자금 대출까지 받으며 법학 대학원을 거쳐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다. 아내는 한국인이다.
아내의 어머니 케이는 권투 챔피언 못지않은 성격의 할머니다. 뭐든 제값 주고 사본 적이 없고, 한 번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목적지까지 한 길로만 죽 달리는 한국인이다.
편집자 생활 5년차 정도 됐을 때, 슬슬 일하는 데 권태가 찾아오자 작가 벤은 월세도 절약할 겸 잠시 처갓집에 들어가 살기로 한다. 그리고 어쩌다 장모인 케이와 함께 쓰레기매립지가 위치한 뉴욕 교외지역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델리를 시작하게 된다. 델리를 하기로 결정하고 보스턴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 때 사실 벤은 걱정을 했다. 그동안 받은 교육과 환경이 있는데 말리실 거라고 예상했건만 어머니는 화랑이라도 여는 줄 아시는지 감격하시고, 세상 모든 일들이 재미있는 경험인 문화인류학자 아버지도 아주 낙관적으로 반응하신다.
델리를 여는 건 쉽지 않았다. 위치를 잡는 것도 힘들었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아내와 모아둔 예금 4만 달러에 신용카드 두 장을 새로 만들고 친지 세 명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델리를 연 후에도 쉽지는 않았다. 장모인 케이가 척척해내는 계산을 하지 못해 늘 창고에 물건이나 쌓아야 했고, 맛없는 커피를 바꾸는데도 소심증이 도발해 심장이 두근두근했었다. 너무 맛이 없어서 커피를 바꾸면서 작은 사이즈 값을 10센트 올렸더니 하루에 커피를 열 잔은 마시는 것 같은 단골이 득달 같이 달려와 65센트 넘는 건 커피가 아니라고 따졌다. 잠깐 뭐에 홀려 고급 식품점에 주문을 했는데 1,500달러가 넘는 영수증이 날라오는 바람에 아내한테 큰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델리를 접은 건 장모 케이의 심장발작이 이유였다.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감시를 피해 몰래 빠져나간 장모 케이가 델리에서 9시간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델리를 정리하는 건 그냥 델리를 없애는 게 아니었다. 델리를 판 후 장모 케이는 어쩐지 기운이 빠져 보였고, 함께 일했던 점원 드웨인은 나이트 기도, 백화점 경비원 등으로 일하다 동맥류로 갑자기 죽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백인 중산층이었던 작가에게 델리는 '다시 눈이 반짝반짝 빛나게 해준 계기'였으며, 편집자 생활과 병행한 투 잡이었고, 장모 케이와 좁디 좁은 공간에서 부딪힌 시간이었다.
백인 사위의 시선에서 쓰여진 책이라 우리보다는 미국사람들이 읽기에 오히려 더 재미있을 거 같다. 작가 벤이 묘사하는 장모 케이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가 그려내는 미국사회는 우리가 공감하기에는 너무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