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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 평범한 자녀를 최고의 인재로 키워낸
이상주 지음 / 다음생각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명문가의 기준은 뭘까? 장원 급제한 사람을 많이 배출한 가문? 높은 직위에 오른 사람을 많이 배출한 가문? 아니면 효녀나 효부를 많이 배출한 가문? 또 뭐가 있을까? 청백리를 많이 배출한 가문? 아니면 왕비를 많이 배출한 가문? 조선 황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신문기자인 작가 이상주는 명문가의 기준을 '문형(대제학)의 배출 유무'로 삼았다. 글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의미의 문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문형의 조건 중 하나가 호당(독서당=사가독서) 출신이라는 점인데 호당이란 임금이 문과 출신의 젊은 인재에게 휴가를 줘 특별히 독서를 하게 하는 제도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55명의 독서인 중에는 호당 출신들이 많다. 물론 문과에 응시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은데 1장은 '삶인가, 죽음인가', 2장은 '정독인가, 다독인가', 3장은 '환경인가, 요령인가', 4장은 '수행인가, 실용인가', 5장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다. '삶인가, 죽음인가'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1장에는 전쟁 때나 귀양지에서도 책을 읽은 독서인 10명이 등장한다. 10명 중에는 여자도 있는데 정부인 정씨가 주인공이다. 겨우 열다섯의 나이에 시어머니,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노비로 전락한 정부인 정씨는 멸문의 화로 우울증에 빠진 어른들을 위로하기 위해 생계를 꾸리는 틈틈이 시와 소설을 읽어 드렸다고 하니 대단하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장 '정독인가, 다독인가' 에서는 9명의 독서인이 등장하는데 그 중 다독의 으뜸은 [사기]의 '백이전'을 1억 1만 3천 번이나 읽은 김득신일 것이다. 평생 1만 권의 책을 읽는 것도 불가능한데 1억 번이라니. 조선시대 사람들이 현대인의 수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명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억'소리나는 다독가가 아닐까 싶다. 도대체 몇 번 읽었는지 어떻게 헤아렸는지조차 궁금하니까. 3장 '환경인가, 요령인가'에는 다독 15명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독서법이 실려있기에 '방법'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4장 '수행인가, 실용인가'에는 12명의 다독가가 나온다. 독서의 목적을 무엇에 둘까를 다루는 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요즘에도 필요에 의한 독서(전공이나 일, 점수에 필요한 독서)와 교양(혹은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나뉘는 걸 볼 때 조선시대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5장에는 9명의 독서가가 등장한다. 독서에 의한 인연 사례 모음집 정도 되는데 3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맺어진 인연도 있으니 참 대단하다 감탄하게 된다.
물론 시대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55인의 독서교육법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교육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모로서의 자세,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로서 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책을 여러 권 읽고 싶어도 책이 귀해 읽을 수가 없어 다독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요즘엔 e-book이라는 것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현대의 책쟁이로서 정말 '지독하다' 싶은 사람들을 책으로 만났다는 걸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