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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 어쩌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큰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겠지만(물론, 그런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지도 않겠지만), 늘 손에 책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꽤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도 읽으면서 몇 번을 혼자 키득키득거렸으니까.
톰 라비가 말하는 책중독자는 '읽기' 중독자보다는 '구매' 혹은 '소유' 중독자라고 보면 된다. 딱 하나 남은 책을 두고 칼싸움을 한 두 남자의 이야기며, 서점의 책을 한 번에 다 구입하는 버릇이 있던 정치인 글래드스턴 이야기며, 생전에 60만 권에서 80만 권의 책을 수집한 블라르의 책을 사후 다 파는 데 5년이 걸렸고 그로 인한 책의 공급과잉으로 책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며, 한 편의 코미디나 다름 없는 작가 톰 라비와 여자 친구의 다툼 이야기까지 '희귀한 인간들 사례 모음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대단한 책 수집가들이거든.
이야기거리는 이거 말고도 여럿 있다. 책을 읽은 것처럼 보이는 방법(시간이 지날 때마다 책갈피 위치를 바꿔준다던가 책등을 적당히 망가뜨리는 방법이 있다), 책 중동자 테스트 OX 문제, 각 장소(식당, 화장실, 잠자리, 여행 중, 직장, 책중독자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책 읽는 법, 책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법,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유형(구입액을 한정하고 구입하는 유형, '단돈 몇 푼 때문에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유형 외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책중독자의 돌연변이 유형(다독가, 책 지름신 강림자, 학자, 책 매장자, 책 파괴자, 식서가 이렇게 분류했는데 난 어느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더라), 수집광의 특징(희귀성, 책의 상태, 초판본에 열광하고 '서명, 기명, 증정본'에 탐닉하며, '오자'를 사랑한다)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도 잘 돼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이런 책에 대한 책, 책 읽기에 대한 책,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한 책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읽겠다고 해도 안 말리겠다. 대신 '아, 말 많은 사람만큼 글수다 많은 사람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피해라. 떠들어 대는 활자의 수다도 제법 시끄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