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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아, 난감했다. 360쪽 짜리 책인데 10분의 1정도 읽을 때까지 영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다 읽은 후에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도 되고 해서. 그래도 다행이었다. 10분의 1을 넘긴 후에는 읽는데 속도가 붙었으니까. 덕분에 첫 번째 고민은 해결이 됐는데 두 번째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의 현재 직업은 헌책방 주인이다. 과거에는 '반디'라는 이름의 책 사냥꾼으로 활동했는데, '검은 별'과 함께 그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존재였다. 본명은 정도형이지만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었고, 어머니는 가정 주부였다. 못 배운 부모님은 책만은 실컷 보게 해주셨고, 덕분에 책 사냥꾼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있는 여동생은 결혼 후 호주로 갔다. 책 사냥꾼 생활을 접은 '나'에게 어느 날, 책 사냥꾼의 중앙 단체인 '미도당'의 당수 윤 노인이 찾아온다. [베니의 모험]이란 책을 찾아달란 의뢰를 받고 전국을 뒤지다, 그 책이 책 사냥꾼 세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유일하게 완전한 책, [세계의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의 오랜 친구인 고 박사는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이고, 제롬이 바로 '검은 별'이며, 사랑했던 여인 소리는 고 박사가 심은 스파이였음도 알게 된다.
이 책에는 많은 책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은 허구의 책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실재와 허구를 경계를 허문 보르헤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의 책]도 보르헤스의 책 [모래의 책]을 참조한 것이다. 주인공 '나'의 직업인 책 사냥꾼 또한 허구의 직업이다. 고객의 의뢰를 받아 희귀한 책을 찾아주고 사례를 받는 게 책 사냥꾼의 일이다. 책에는 책 사냥꾼 외에 책과 관련해 허구의 직업이 하나 더 등장하는데 책 탐정이 그것이다. 책 탐정은 책 사냥꾼을 쫓는 게 일로 원래 이름을 알 수 없는 '찰리'가 바로 책 탐정이다.
허구와 사실이 뒤엉킨 이 책은 2010년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씨의 작품이다. 경희대 한의학과 출신으로 현재 한의사인 작가 자신도 희귀본 도서에 열광하는 사람인데, 4년 전쯤 떠오른 아이디어를 3년 정도 써서 1년 전쯤 지금과 같은 이야기 구조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 뒤는 문장을 계속 다듬는 시간이었는데 문학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콘텐트를 발굴하자는 중앙장편문학상의 취지에 딱 부합해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셈이다.
소설을 좋아하고 좀 색다른 구성과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살짝 새로운 읽을거리가 될 것 같다. 개인적 취향을 묻는다면, 찰떡궁합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