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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신문에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 뭐 이런 주제였는데. 사형수들이 죽기 전 마지막 식사로 요청한 메뉴가 무엇인 지 조사해보니, 대부분 지극히 평범하고 어릴 적 흔하게 먹던 음식들이더라는 얘기였다. 걔 중에는 식사를 거부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고.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기사가 생각났다. 혹시 그걸 책으로 엮었나?
내 추측은 틀렸다. 이 책은 사형수 대신 호스피스에서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호스피스의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chef로 일했던 사람이다. 그는 바닥부터 시작해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대책 없이 레스토랑을 그만둔 후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호스피스 '로이히트포이어(등대 불빛이라는 의미다)'에서 11년 동안 요리사로 일했다. 그 동안 그는 자신의 경력을 완전히 새로 쌓았다. 그는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관련 요리책을 사보며 연구했지만, 호스피스의 사람들이 원한 건 소박하고 추억이 깃든 가정식들이었다. 예를 들어 순무 요리라든가, 응유요리, 심지어 프렌치 프라이, 콜라가 갖춰진 햄버거 세트같은 거 말이다. 그는 후원자들이 보내준 많지 않은 돈에서 최대한 입주자들이 원하는 식사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입주자의 방방마다 찾아가 오늘 먹고 싶은 요리를 물었고, 조리법까지 받아적었다. 그는 오전에는 직접 만든 비타민 주스를, 오후에는 직접 만든 몇 가지 케이크와 커피를 대접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고 철마다 잼까지 직접 만들었다.
이런 그를 관찰하고, 인터뷰 한 되르테 쉬퍼는 독일의 저널리스트로 2009년 '로이히트포이어'의 사람들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호스피의 럭셔리 요리사]로 독일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기자상인 '에리히클라우분데'를 수상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전달자로 등장한다. 그를 통해 요리사와 여러 명의 입주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그런 까닭에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관찰자의 자리에 있는 듯 느껴졌다.
책에도 어조가 있다면 이 책은 무척 담담하게 말을 걸어온다. 극적이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는다. 작가도, 요리사도, 입주자들도 독일인이라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담담함이 더 좋았지만.
인생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데 어떤 기준을 가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타인에게 있다면, 어떤 이유라도 '만족'이라는 걸 가질 수 없다. 요리사가 이곳에서 찾은 결론이다(161쪽).
책을 읽는 내내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번역이었는데, 웅진지식하우스라는 작지 않은 출판사에서 소개한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체 문장이 너무 도드라져서 눈에 걸렸다. 영어 문장을 그대로 우리 말로 옮겨놓으면 어색하듯이, 우리말 태를 따르지 않은 문장때문에 읽기에 방해받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