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 1 - 쉐프의 탄생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Kitchen Confidential. 2005년 미국 FOX가 브래들리 쿠퍼(chef 잭을 맡았다) 등을 캐스팅해서 제작한 20분짜리 시트콤의 원작 소설이다. 나에게는 영화 [웨딩 크래셔]로 '어쩐지 낯 익은 얼굴'인 브래들리 쿠퍼가 분한 chef 잭(실력은 있지만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사고뭉치에 제 멋대로다)이 작가 앤서니 보뎅의 화신이다. 드라마 방영 당시 아주 살짝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난장판인 주방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땐 원작 소설이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을 보며 '야, 참 난감하다. 설마 저런 사람들이 진짜 있겠어?' 싶었는데 진짜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어 보니.
 

 이 책은 앤서니 보뎅의 인생 전반기 자서전 정도 된다. 소설, 즉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물론 그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책의 '나'는 작가 자신이며 '나'의 파란만장한 삶은 곧 작가의 삶의 흔적 그대로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앤서니 보뎅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 CIA를 졸업해 현재 맨해튼의 별 두개 짜리 레스토랑 '브라서리 레알'의 수석 주방장으로 재직 중이다. 초판을 쓰던 당시 요리사로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매일 아침 5시나 6시 정도에 일어나 한두 시간 정도 열나게(이건 내 표현이 아니다. 그의 표현이다) 글을 쓰고 출근했다. 그렇게 완성한 책이 <뉴욕 타임즈>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되며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자 그는 작가, 방송인이라는 명함도 추가하게 됐다.

 

 1권의 제목이 암시하듯 275쪽에는 바사르 대학생이었던 그가 쉐프가 되는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음식이란 배가 고플 때 단지 입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 계기, 작은 미식가로서의 경험들, 케이프코드의 끝 프로빈스타운의 식당 드레드노트에서 접시닦이로 시작한 주방 경험, CIA에서의 수업, 각종 레스토랑(멕시코 레스토랑, 치킨 전문점, 중국식 레스토랑, 뷔페 식당 등등 헤아릴 수가 없이 많다) 섭렵기, 온갖 마약에 탐닉하며 망하는 레스토랑만 거치게 되는 추락의 시기까지 말이다. 어찌나 다사다난한 지 난 그 모든 일들을 겪은 그의 나이가 궁금했는데 겨우 스물 둘이었단다, 세상에. 이 외에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팁도 공개했다. 요리를 잘 하기 위해 꼭 갖추고 있어야 할 도구들(잘 드는 요리사용 칼은 꼭 갖추어야 할 한 가지다. 헹켈이나 우스토프 같은 독일제는 잊어버려라. 일본제 칼인 글로벌 사의 칼을 사서 잘 갈아 사용하는 게 좋다), 성공적인 식당 운영의 법칙, 무엇보다 외식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인 현대인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법칙들. 이게 정말 유용하다.

 

 자, 외식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고 하자. 뉴욕이나 서울이나 다를 바 없을테니. 월요일 생선요리 주문은 미친 짓이다. 주말에 식재료 공급이 되지 않는 걸 고려하면 월요일의 생선은 목요일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홍합은 냉장고 맨 밑바닥에서 뒹굴다 나올 경우가 많을테니 주문할 때 참고하는 게 좋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아점이 브런치가 되어 유행이 되었는데 좋아할 게 아니다. 브런치 메뉴는 대부분 먹고 남은 음식들, 쓰고 남았으나 재료비를 생각할 때 버리가 아까운 것들을 해결하는 데 아주 좋은 핑계거리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들을 다 섞어서 소스로 뒤덮어 슬쩍 감추는 게 바로 브런치다. 빵은 대부분 남의 손을 한 번쯤 거친 것이니 알고 먹어야 한다. 웰던 스테이크는 프라이팬 청소용임은 몰랐을 것이다. 돼지고기가 불결하다고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닭 요리야말로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가장 높다.

 

 그러면 완벽한 식사를 위해 꼭 명심해야 할 것만 요약해 보겠다. 분주한 곳, 식재료의 회전율이 높고 교대 근무를 하는 곳,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요리사들이 월요일에 쉬고 출근하는 화요일이 주방도 제일 깨끗하고, 요리사들도 기운이 넘친다), 깨끗한 곳, 요리사와 종업원들이 단정한 곳, 화장실이 깨끗한 곳, 만약 동네 식당이라면 아침에 식재료를 배달하는 업체가 괜찮은 곳 등이다. 휴- 외식하는 데도 '아는 게 힘'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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