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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건 몇달전인데 뒤늦게 리뷰를 쓴다. 이 책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잠실 교보를 둘러보던 중 일본 작가 모음이었나 추리소설 모음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건 옆 사람이 보다 덮은 책을 무심코 본 순간, 그 표지를 보고 곧바로 '저건 뭐지?꼭 한번 봐야겠군'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이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중에 하나다.
이 책 장르가 무엇이든간에 노란 배경에 요리사와 팬더가 앉아있는 그로테스크한 표지는 상당히 눈을 끈다. 게다가 제목도 '금단의 팬더'라니. 여기서 오는 기묘함이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호오...이건 뭐지?"하고 눈이 갈만한 앙상블이다. 게다가 한두장 펼쳐보니 추리소설이란다. 그것도 요리를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 이쯤이면 실망보다는 호기심에 더욱 불을 붙이는 셈이다. 그땐 이 책의 후진 종이질따윈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았다-_-;
앞이 길었는데 어찌되었건 이 책은 서점에서 충분히 눈길을 끌고 지갑을 열만한, 마케팅적으로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요리에 대한 묘사도 초코칩쿠키살인사건 시리즈류로 겉핥기식으로 지나가는것이 아니라, 요리가 중요한 한 축이 될만큼 작가의 뛰어난 식견을 알수있다. 추리소설의 기본은 사건의 매듭을 풀어가는거라면, 성공을 가늠하는 재미는 그 나머지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즉 탐정의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매력있거나, 아니라면 특이한 분야를 다루고 있거나, 혹은 그 소설만의 개성을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한다는거다.
이 소설은 그런점에서 못쓰여진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번역이 미숙한 동서 미스테리북스 시리즈보다다 후한 점수를 줄수없는건...
1. 거슬린다.
여기서 거슬리는건 종이의 질과 사투리다. 일본 지역 사투리를 강조하고자 사투리로 번역한듯한데 뭐 나름 정감있긴하지만 이게 눈으로 읽으면 불편하다. 사투리를 귀로 듣는것과 눈으로 읽는것은 다르다. 어쩌다 등장하는 조연이었다면 모르겠는데, 계속되는 사투리어투는 읽기가 불편하다.
2. 한계
읽으며 스탠리 앨린의 '특별요리'가 떠오른건 어쩔수없었다. '특별요리'가 너무나 잘쓰여진 작품이라서 그런가. 단순히 비슷한 이야기라서 한계를 느낀것이 아니라, 같은 소재에 있어 프랑스 미식가보다 어두컴컴하고 단골들만 찾아오는 비밀의 식당이 훨씬 더 생생하게 여겨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장편보다 단편에 더 압도되었기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건, 적어도 나에게 있어 '금단의 팬더'는 '특별요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3. 기대가 너무 컸나
이 모든건 기대가 너무 컸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위에 썼듯 나는 너무 설래고 두근대는 마음을 갖고 이 소설에 대해 한껏 기대했다. 차라리 별 생각없이 집어든 소설이었으면 더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떨어지는 소설은 아니고, 한번 집으면 별 무리없이 읽혀진다. 그런데 나의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진것같아, 결국은 나를 탓할일이다.
덧붙여 이걸 읽을 당시 갠적으로 웃을수밖에 없던 일 두가지가 기억되는데, 하나는 신부님 이름이 하필 우리학교 프랑스 교수님 이름과 같아 그가 등장할때마다 교수님이 오버랩되었다는것과-_-; 다른 하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당시 새로 알게된 분께 전화가 왔을때의 일이다. 그분이 지금 뭐하고 있냐는 말에 난 책을 읽고 있었다고 했고 순간 무슨 내용이냐는 당연한 질문에 난 당황했다. "음... **을 먹는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에요^ ^"라고 솔직히 이야기했다간 왠지 후회할듯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다 지난 이야기인데 이 책을 보니 그때 망설이던 내가 떠오른다ㅋㅋ
잘 만들어지고 잘 쓰여진 그러나 좋은 추리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젊은' 추리소설이 나오는 일은 언제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