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화광은 큰길을 걸을때도 가장자리로 가는 사람이지. 흩어진 불은 밟아 끄고 엎어진 신은 뒤집어 놓고 떨어진 종이는 주우면서, 팔뚝을 흔들지도 않고 소매를 드리우지도 않고 등을 굽히거나 가슴을 내밀지도 않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좌우를 흘끗흘끗 보지도 않지만, 내 친구 화광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차근차근 따져 안다네. 그 입술에 흔들리는 옅은 미소나 작은 손짓 하나도 충분히 고민한후에 나온 흔적들이지. 뒤죽박죽 섞인채 관례에 따라 떠밀리는 일은 못견뎌하는 병을 앓고 있다더군."
"중증이로세."-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