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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아홉 고양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3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어찌보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연쇄살인마 이야기다. 범인도 쉽게 예상된다. 앨러리 퀸 시리즈를 읽어온 사람이라면, 마지막장에 또다른 반전을 보고도 퀸 답군 이란 생각을 들게한다. 그런데 왜 이 이야기가 무서운것인가?
이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Y의 비극을 읽고 나서 범인의 공포스러움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 공포영화나 기타 끔찍한 영화를 보고도 몇번 그런적이 있다. 그런데 이건 그것과는 다르다. 이 이야기가 무서운것은, 충분히 지금 현실에도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뉴욕시를 서울시 혹은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곳으로 배경을 바꾸면, 내일 당장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다.
연쇄 살인범이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여나간다. 이건 예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처럼 끝난 사건이 아닌, 현재 진행형 사건이며 내가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찰은 답답해 보이기만 한다. 사람들은 동요한다. 웹사이트마다 범인을 추리하는 글이 올라온다. 피해자의 가족끼리는 같은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서로 의심도 한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사람도 등장하고 어느날 서울광장 혹은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안이한 태도를 따지며 적극적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그때 성냥개비 하나로 소요사태가 일어난다...
이게 말이 안된다구? 냉정하고 합리적이 우리나라 국민이 과연 그럴까? 그보다 더한 일들을 숱하게 봐왔고 정의에 분노하는 그리고 자기 안전에 있어선 참지못하는게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또한 하나로 뭉칠땐 세계 누구보다 똘똘 뭉친다. 이건 내가 우리나라 국민을 폄하하는것이 아닌 나도 그 군중의 하나가 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라 시리즈를 읽으며 도도한 앨러리의 캐릭터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 너무 큰 기대를 한 탓인지 크게 훌륭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나라 시리즈에 비해 꼬리아홉 고양이는 내용면에서나 두루두루 크게 만족했다. 추리소설적인 부분과, 이후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데 작가의 후기작품답게 정신세계가 성숙된 느낌이 보인다.
책 말미를 보면, 작가가 스스로 뽑은 베스트3에 덧붙인 하나의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하는데(참고로 이때 베스트 1은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이다) 그 점을 나도 매우 흥미롭게 여긴다. 퀸 작품이 다소 지루하게 여겨지던 때 이 작품을 만난건 행운이다. 다음 작품을 다시 기대할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