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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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읽은적이 없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가 기억난다. 장미의 이름을 읽고난 다음, 자 그럼 에코의 다음 작품으로..하는 마음로 1권을 주문했었다. 난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이름도 기억안나는 사람인데 이 책을 처음 읽던 그날이 토요일이었다는것 까지 기억난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 별 생각없이 집어들고, 책을 덮은게 어둑어둑해진 다섯시나 여섯시 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장 옷을 챙겨입고 2권을 사러 근처 서점으로 달려나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책은 그랬다. 한번 펼치면 하루가 간다. 도저히 중간에 놓을수가 없다. 

이 책을 읽는 요령 혹은 팁 

1. 100쪽이 고비 

2. 두번째 읽어야 그제서야 보인다. 이 책이 어려운건 이윤기의 난해한 그리고 혼자만 알아듣는 번역도, 생면부지의 단어탓도 아니다. 자기가 아는걸 독자도 다 아는걸로 치부하는 서술방식때문이다. 나는 주인공이름도 모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주인공을 부르고있다. 벨보 벨보 하는데 도대체 벨보가 누구야? 두번째보면 다 알게된다. 아항 

3. 절대 남에게 빌려주지 말것. 내 인생 최고 걸작중 하나라고 해도 빌려주면 욕만 먹는다. 이게 뭐가 재밌다구! 

푸코의 진자는 장미의 이름보다 구조적인면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각종 장치의 치밀함이나 소재, 캐릭터등 모든면에서 나를 사로잡았다. 이상하게 나는 디오탈레비가 그렇게 맘에 들수가 없다. 이 소스가 어째서 영화화되지 않았나 궁금하고 또 영화화된다면 벨보 역할이 눈에 선하다. 덥수룩한 갈색 수염에, 약간 큰 덩치. 로렌짜역시 눈에 선명하고....까소봉 역할은 마른듯하겠지.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뒤마클럽, 오푸스데이 나왔던 그 책 뭐더라...암튼 그 소설에 꽤나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책들도 재밌었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후 그 책은 뭐랄까 삼국지를 흉내낸 수많은 아류작들의 하나같달까. 누가 이 책의 매력을 묻는다면 꼭 하나 집어서 뭐라고 대답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냥 압도적이다. 나와 별 세상 사람이 쓴것처럼.. 후작 바우돌리노에서 그렇듯, 에코는 확실히 진실과 허구를 의심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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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왕원화 지음, 문현선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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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왜 샀더라..? 

지난 여름 아주 오랫만에 이 책을 꺼내들었다.  분명 나오자마자 산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이쿠, 4년전이군. 하지만 내 기억엔 그때 한번 읽고 책장 구석에 방치한 걸로 끝이다. 당시 어디엔가 이 책을 묻는 내 친구에게 나는 "광고로 이루어진 책이야. 예를들어 이런 식이지. 주인공들은 애니콜 폰을 쓰고 입사의 크림을 발라.."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이를 들어 다시 읽은 이 책은 달랐다. 그때는 그런것들이 몹시도 거슬렸는데, 지금에야 비로소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라. 게다가 밍홍이 꼭 그때 내가 알던 누구같아서 난 이 책을 교본삼아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그래도 그뿐이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고. 

이 책은 한마디로 요약해 잘 쓰여진 인터넷소설같다. 한때 인기있던 귀여니풍의 인터넷소설말이다. '인터넷소설'이라는 자체를 폄하하는것은 아니지만, 그 말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라는것은 있을것이다. 심플하고 세련된 주인공은 대체로 행복하지만 고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늘 즐겁게 해주고, 그때마다 즐겁게 지내지만 사실 대체로 언제나 공허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결국 그 고민을 헤쳐나간다. 물론 그 고민은 "집을 마련해야겠다!""우리 부모님이 너무 아프셔!"이런것은 아니고.. "나의 과거 연애때문에 지금 연애하기가 겁나!"뭐 이런것들이다. 

인터넷소설의 또다른 특징은 대화체가 아주 많다는것이다. 그래서 슥슥 읽힌다. 물론 이는 아주 잘 쓰여진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작년과 올해 잠시 이 책을 들고나서 결국 끝까지 읽어버린데는 그 '슥슥 읽히는'이 책의 결정적 장점이 작용한 이유가 컸다. 무려 4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은 읽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 챕터당 최소 하나씩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한 장면당 하나씩의 '싸이 사진첩 글귀'가 나온다는 얘기다. 미처 보지 못했는데 아마 알라딘 밑줄긋기에 엄청 많이 되어있을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엄청 잘 쓰여졌다. 

그러나 그 잘 쓰여짐이 나쓰메 소세키나 박경리의 잘 쓰여짐과 같은 말을 나타내는것은 아니다. 매우 읽기 쉽게 쓰여졌다. 하루키보다는 요시모토바나나와 약간의 교집합이 있을수도 있겠다. 몇년전만해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인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감정이 생기고, 여러가지 경험이 생길수록 이 책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책 리뷰는 반드시 낮에 써야한다. 밤이 된다면 누구든 감상에 빠질것이다.

카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릴때 혹은 여행을 갈때 챙겨가기 좋은 책이다. 특히 여자들끼리 여행갈때는 최고다. 갖가지 종류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최소 한명과는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위에 쓴 '사소한 고민'이야말로 누구나 하는거니까. 사실 세상 어느 누구도 진지한 고민만 하면서 살지는 않으니까. 

저우치와 밍홍. 이 책의 여주인공-남주인공이라고 할수있는데 난 이들이 왜이리 맘에 안들었을까. 아마 주인공이 즈핑과 그레이스, 아니 안안과 두팡이었다면 난 이 책을 당장 영화화하라고 찬양하지 않았을까? 답답하기 짝이없는 밍홍, 과거에 갇혀있는 그가 동정과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구남친의 이름도 잊은 나같은 사람은 결코 피하고 싶은 인물이다. 또한 저우치는 굳이 밍홍뿐 아니라도 별로 사귀고싶지 않은 타입아닌가! 엄마같은데다 틈따위 보이지 않는 좋은 여자. 저우치에 대한 비호감은 마지막 "난 끝에서 두번째 여친이라 행복하다..그들은 지금 부인보다 나를 더 기억하고 사랑할것이다."라는식의 자기 위안에서 절정에 달했다. 쯧, 불쌍한 여자. 

밍홍은 안안같은 여자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끝으로 이 책의 수많은 이미지 씬중 하나를 흉내내본다.  

"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지. 그곳에 가면 왠지 어린시절로 돌아간것같아서 좋았거든...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은 쿼터백크런치였어. 바닐라에 카라멜 시럽, 거기에 크런치 조각까지 딱 내가 찾던 그맛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가보니 그 아이스크림이 없어진거야. 알고보니 비인기 품목은 정리한다고 하더군. 다 그런식이야. 내가 좋아하는것들은 언젠가 사라져.." 

"걱정말아요. 난 체리쥬빌레를 좋아하거든요. 그건 결코 없어지지않아요" 

"왜지?" 

"달콤한맛과 새콤한맛을 동시에 느낄수 있는건,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이 소설은 정말 누구든지 쓸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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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
제이슨 굿윈 지음, 한은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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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제목을 보는순간 내 스타일 탐정이라고 생각했다. 

홈즈보단 뤼팽을, 포와로보단 할리퀸이나 파커파인을, 그보단 중학생 탐정이나 랍비 탐정같은 마이너틱한 탐정을 더 좋아하는 나다. 이스탄불이라는 배경과 수프통에서 시체가 발견된다는 이야기. 거기에 환관이라는 탐정의 신분은 얼마나 매혹적인지! 책 표지와 예니체리라는 존재도 근사했다. 400쪽에 달하는 두께도 주말내내 읽기에 딱이었다. 

예전에 금단의 팬더에도 별 셋을 줬던것같은데 사실 이 책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나쁜것이 있다면 순전히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 내가 너무 슥슥 읽어서 그런가. 너무 복잡하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또한 익숙하지 않은 인명탓에 종종 헷갈리곤 한다. 지형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작가가 의도적으로 거두절미하고 상황만 묘사한 장면도 중간중간 끼어있고, 번역자가 원작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 그랬는지 되도록이면 원어에 충실했기때문에 더욱 힘든것도 있다. 영화 '아일랜드'를 보면서 이 영화는 책으로 읽으면 참으로 재미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그 반대다. 이 책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묘사에 치중한 생각이 든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하고 흥미로운 영상이 만들어질것이다. 

야심의 캐릭터는 세심하고 또한 매력적이다. 그의 친구 폴란드 대사, 프린등의 조연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잘 읽히지 않는 소설이라 과연 두번째로 이 책을 들게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책 앞머리에 나온대로 2권이 나오면 반드시 읽고 싶단 생각이 든다는것은 이 책이 괜찮은 책이란 소리다. 정말 지루한 책이라면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을텐데. 

결론은, 2권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시 한번 만나고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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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 13 수수께끼 동서 미스터리 북스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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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뷰쓰기를 좋아하지만 그때마다 별점을 매긴다는게 참 곤욕이다. 도대체 어떻게 별점을 매길수있단말인가! 그것도 이 책처럼 셋반이 적당하다고 느껴지는데, 반개짜리 별이 없을때는 정말인지 난감해진다. 

고민끝에 별 셋이라는 박한 점수를 줬지만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이다. 

서문에 애거서크리스티도 말했듯 미스 마플은 아주 매력있는 캐릭터다. 나 역시 포와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마플이 주인공인데다가 단편인 이 소설은 내 구미에 당겼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단편을 좋아하는것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의 구성은 클럽 회원들이 자기가 아는 이야기 하나를 이야기하게끔 되어서('독초콜릿사건'과 같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런 식이다) 거기서 오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흐르는 고전적이고도 유쾌한 영국 특유의 분위기도 덤이다. 

하지만 몇개 거슬리는게 있다면, 먼저 마플 할머니의 말투! 사건마다 척척 정답을 내놓는 할머니는 멋지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무슨 말만 하면 자기도 모르는 "우리 동네에 사는 누구누구가 떠오르는구나.." 다른 말만 하면 "갑자기 누구가 떠오르네요(혼자만 아는 사람)" 이런 말을 해대니, 그 누구씨를 모르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나 역시 세상을 살면서 사람은 정말 몇가지 부류로 나뉘는것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긴 하지만, 정말 사건마다 동네사람을 들고나오는 마플 할머니가 너무 뻔해보여(?) 정말 싫은 할머니같았던거다. 

그리고 이 사건집에 나온 13가지 사건중에선 몇가지 정말 한국인이 풀기 어려운 사건들이 있다. 가령 첫번째 사건이라던지, 영어의 여러가지 의미를 이용한 사건등은 추리에 몰입할수가 없게 만든다. 나는 탐정과 같이 추리하는 독자가 아닌 그야말로 모험소설을 읽는 독자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특히나 문화적차이가 두드러지게 느껴져 약간의 허망함을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주말 혹은 들고다니며 가볍게 읽을 책으로는 애거서크리스트의 타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훌륭하다. 파커파인과 몇개 이야기가 겹치는듯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아스테타의 신전을 비롯해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간단하면서도 특이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다만 내가 할리퀸, 파커파인을 좋아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 그런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것은 어쩔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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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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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 좋은 책 혹은 정말 별로였던 책은 리뷰를 남기게 되지 않는다. 순전히 내 경우 그렇다는 말이다. 1~5까지 점수로 환산하여 표현한다면, 5점수의 책은 이 책은 언제나 내 책장에 꽂혀있을 책이기에 리뷰를 남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면 1점 혹은 0점의 책은 읽다가 접는 경우이거나 인내심을 갖고 다 읽은 후에도 도무지 쓸말이 없기때문에 리뷰따위 쓰고싶은 의욕이 들지 않는것이다. 결국 리뷰를 남기게 되는 책은 2~4점대의 책이란 소리가 된다. '읽고나니 별로'라는 책이 2점정도의 책이고, '재미있어요!'정도의 책이 4점대. 

지나치게 수치화시켜 생각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어제 화형법정을 읽고 책을 덮고난 후, 나는 꼭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이 책은 재미있고 독특하면서도 읽기는 어려웠고 그렇다고 어렵게 쓰여진 책은 아니었기때문이다. 

딕슨카가 어렵게 쓴걸까, 아님 번역의 문제일까? 원서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는 한 문장을 길게 쓰는 타입의 작가였나보다. 작가의 문체 자체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동서미스테리북스의 과거 혐의가 너무 짙다. 첫 두어장을 읽고 도저히 읽혀지지가 않아 책을 덮은후, 힘을내어 다시 읽었는데 조금 적응을 하다보니 읽을수있었다. 그런데 무슨 움베르트 에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몰입이 되지 않는건 문장을 컴마로 나누어놓기 때문이다. 문법책처럼 문장문장마다 컴마가 있다-_-;; 자연스레 읽는 패턴이 턱 막힌다. 그리고 불필요한 ' '처리역시 의문이다. 원작에 충실한것인가? '끌'을 가지고 오는게 좋겠어요, 이 문장에서 도대체 왜 작은따옴표를 써서 집중, 강조하게 한것인지.. 이런식으로 독서가 물 흐르듯이 되는것을 막는 돌들이 군데군데 포진되어있다는게 이 책의 치명적 단점이다. 

이렇게 써서 이 책의 훌륭함 장점을 무시하는것같아 안타깝다. 특이한 소재와 개성있는 캐릭터야말로 이 책의 최대 즐거움이다. 퀸의 Y의 비극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화형법정의 분위기역시 즐길수있을것으로 생각된다. 괴팍한 노인과 가족들, 독약, 단절된 집... 이 시리즈의 책중 무시할만한 내용의 책은 없다. 읽으며 이것을 영상화 한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는데, 어쩐지 일본 추리드라마같은 분위기가 될것같았다.

나에게 이 책의 미스테리가 세개있다. 

1.고던은 어수선함을 더하는 존재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인가. 나오려면 진작 나오지..-_- 

2. 장의사는 왜 나왔지? 

3. 대체 탐정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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