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환경에 지배 받는 말투(3)
나도 차 한 잔 달라고 하셨다. 맛있게 드시며 이 얘기 저 얘기 하시는 거다.
혼자 외로운데, 자기 이야기를 들어줌에 좋아라 하신다.
아내에게 말해 줬더니 ,잘 했다고 칭찬이다. 5접 팔았다고 아내에게 톡을 날렸다.
10접 팔라고 기도 한단다. 8접인가 팔았을 때 옆에 뻥튀기사장님이 7접 팔았지? 하며
웃는다. 나는 8접 팔았는데요. 이제 두 접만 팔면 10접이네 하신다.
이제 3시가 넘어 손님도 거의 오지 않는데 정말 손님이 와서 두 접을 사는 게 아닌가?
뻥 사장님께 “깃발 꼽으셔야 것슈.” 하며 웃었다. 그리고 싸기 직전 한 접 추가 합이 11접이다.
밥값 , 기름 값 빼면 울 마누라 우유 값이나 벌었을랑가 ? 하하하! 추위에 힘들다.
장사는 잘 되도 힘들고, 안 되도 힘들다. 집으로 들어갔다. 맛있는 냄새가 집안 가득 했다.
아내는 볼을 비벼주며 나를 맞이했다.
“어, 어서와 애썼네. 춥지? 허니가 먹고 싶다는 콩나물 무밥에 된장국 끓였어.
상큼한 오이생채에 당근야채볶음, 다 맛있다.”
당근 볶음은 약간 달았는데 말하지 않았다. 예전 같음 한마디 했을 텐데, 요즘은 말없이 잘
먹는다 . 이젠 아내가
“당근볶음이 좀 달지? 간장을 넣으려다 굴 소스를 넣어 간을 했더니 좀 다네,
된장국이 간간하지 않어?” 이렇게 먼저 선수를 치고 말한다.
거기다 대고 뭐 할 말도 없고, 이젠 내 입맛도 아내 입맛에 맞춰져서 다 맛있다.
10년차 주부라 솜씨도 더 좋아졌을 수도 있다 .하하하. 아내는 항상 저녁을 먹으며 ,
오늘 뭐 안 좋은 일 없었어? 좋은 일 재밌는 일 은 없었어? 하고 물어본다. 그럼 있었던
얘기를 해주는데 늘 하던 소쿠리 아저씨 얘기는 안하니까 아내가 왜 안하냐고 물었다.
노상 하는 얘기 똑같고 이젠 그 사람이 그러던지 말 던 지 신경 안 쓰인다고, 사람은
자기의 안 좋은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면이 있는 걸 보면 싫어한다고 한다.
소쿠리 아저씨는 건물도 있고 아내가 미장원해서 돈도 잘 번다면서 옷도 신발도
남루한 것만 신고 , 못 배운 열등감인지, 배워도 다 소용없다고 난 못 배웠어도 아들이
대기업 다니고 잘 먹고 잘산다고 한다.
노상 같은 얘기 반복하고, 술 좋아하면서 자기가 술 산적은 없다고,
나도 몰랐는데 아내에게 자주 했다고 한다.
나도 돈 아까워서 옷 한 벌 제대로 안사입고, 떨어진 바지에 그지 같은 신발을 신었다.
중졸 학력 콤플렉스로 나 못나지 않았음을 확신시키기 위해 아는 척 잘난 척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느 날 인가 아내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하면 아마 입을 닫을 거야.”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 그간 아는 것도 없이 많이 떠든 거 같다.
공부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내가 그간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배울게 너무 많다는 생각
이 든다. 이젠 그 모습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좀 성숙해 진거 같다.
아내는 또 장사 안 되고 추위에 고생하는 날 위해,
‘재밌고 행복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힘내 파이팅!’ 하며 톡을 날린다.
별 생각 없이 집에 왔는데 , 식탁 절반 가까이 과자에 껌에 초콜릿에 골고루 차려져 있고
편지한통이 올려 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