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입맛 맞추기 인생 맞추기(3)

 

내 뒤엔 혀 꼬부라진 소릴 하며 주정하는 남자가 있다.

 

아내는 고기도 잘 굽지 못하면서 기말고사 보느라고 고생했다고,

 

이제 4학년이 됨을 축하하며 고기를 구워 준다고 설레발을 친다.

 

너무 감격을 했는지 하하하 아내가 싸준 쌈을 먹고 사례가 들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고기 타는 줄도 모르고 나를 쳐다보다 고기가 타고 있었다.

 

아내는 걱정되고 놀라서 정신이 나간 걸 고기 탄다며 한마디 했다.

 

나만 먹은 거 같아서 연신 아내에게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내는 고기를 먹었는지 연기를 먹었는지, 오면서 기침을 하고

 

집에 와서 배부른데 뭔가 허전한 느낌은 뭐지 하하하 하며 얘기했다.

 

나는 구우면서 먹어서 그렇다고 하자 “아 당신이 그전에 나 구워 주느라 이랬었구나.” 하며

 

고마워했다. 소면에 갈비이인분에 밥까지 먹었는데,

 

아내는 빵 한개 집어 먹고 방울 토마토 몇 개 더 먹었다 .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아내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차 대놓고 식당 찾는다고 겨울 밤 공기 마신 탓이랴 싶어 미안하고 맘이 짠하다.

 

아파도 병원 가보지 않은 내가, 자주 아파서 병원 가는 아내를 보고 병원 자주 간다고

 

나무랐었다. 내가 아프면 병원엘 안가도 이젠 아프면 바로 병원 가라고 말한다.

 

내가 죽게 아파보니 태어나 이제껏 병원과 친구하며 산 아내의 삶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내가 잠 못 들어 지난날을 이야기 하며, 오열하고 눈물 흘리던 날,

 

아내는 나를 품에 안고 가슴이 미어터지고 뼈가 부서지는 아픔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 사람을 살릴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구나!

 

내가 아프고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 옆에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장모님은 아내를 가졌을 때 10달 내내 입덧이 심하게 하셨단다.

 

영양 섭취가 안 돼 병약하게 태어난 아내가 아파하는 걸 보면,

 

내가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행복도 고통도 전이 되는 거라고 내가 감기에 걸리면 아내도 감기에 걸린다.

 

아내가 배가 아프면 나도 배가 아프고, 내가 엘보로 고생하고 있는데

 

아내 역시 엘보가 걸려 두달 째 한의원 행이다.

 

나는 아내에게 별걸 다 따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세탁기 고장 났을 때 현금자산 1억 될 때 까진 돈 못쓴다고

 

바로 안 바꿔줌에 손빨래 하느라 그렇게 됐음에 못난 내 탓 같고 미안할 따름이다.

 

생리통도 같이 한다는 남편이 있고 입덧도 대신 한다는 남편이 있다는데,

 

아내가 생리할 때쯤 나도 덩달아 식욕이 좋아진다.

 

아내가 한 개 맛본 과자 항상 내가 먹어 치운다. 누가 생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육체 노동하는 나는 사무실에서 펜대 굴리며 정신노동 하는 사람이 항상 부러웠다.

 

그런데 반나절 동안 정신노동하고 왔는데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세상엔 정신노동을 하든, 육체노동을 하든 쉽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스트레스가 적다고 하지 않는가?

 

근데 그건 육체노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쓴 말이 아닐까?

 

마늘 매입에서부터 판매, 운반까지 육체노동에 정신노동까지 하고,

 

수급조절 신경 쓰고 , 판매 조절, 중 도매 판매 등

 

온갖 걸 다 하는 나는 항상 걱정인형처럼 걱정이 많다.

 

심리학책에 보면 행복하고 건강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내면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 걱정근

 

심이 많다고 한다. 새아버지의 술주정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부싸움에 항상

 

시한폭탄을 안은 것처럼 불안한 유년 시절이었다.

 

새아버지는 술 안 먹으면 호인이었다가, 술 먹으면 “너! 너희 집 가.” 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됐는지 모른다.

 

너무 착해서 가출도 못했던 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모의 일관되지 않은 생활방침과 교육은 자식을 정신 분열로 만든다 .

 

나는 거기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 큰 트라우마가 치유되기 까지는

 

뼈아픈 과정을 겪어도 치유되기 힘든 어려운 작업이다.

 

공부를 얼마나 더 하고 깨달아야만 그 아픔이 치유가 될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론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나마 긍정의 아이콘인 아내를 만나 한 줄기 작은 빛이 점점 나를 녹이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아내를 사랑해주기로 한 약속도 못 지킨 채,

 

아내의 기침소리와 함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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