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입맛 맞추기 인생 맞추기(1)

 

아침 일찍 빨간 케챱으로 큰 대(大)자를 그린 대박 계란을 먹고 아내와 포옹을 한 후 학교

 

로 향했다. 기말고사 날이다.

 

아내에게 점심때 올 거냐고? 맛있는거 사준다고 했더니, 바빠서 못 간다고 맛있는

 

빵 구워 놓을 테니, 와서 먹고 저녁 먹자고 말했다.

 

공부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포기하는 맘으로 시험을 봤다.

 

항상 깜짝 이벤트를 잘 해서, 나를 당황 하게도 기쁘게도 하는 아내다.

 

혹시나 했는데 오늘은 오지 않았다. 잡채밥을 사먹고 가벼운 맘으로 집으로 왔다.

 

아내는 대문까지 나와서 날 맞아 주었다.

 

고생했다며, 밝은 얼굴을 보니 시험 잘 봤나 보다며 애썼다고 ,이제 3학년 마치고 4학년이

 

되심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잡채를 먹어 배는 불렀지만, 나를 생각하고 만든 파운드 케잌을

 

한조각 베어 물었다. 우유 조금만 따르라던 나는, 사는 것 보다 더 맛있는 황홀한 맛에

 

이끌려 한 조각 더 먹고 우유도 더 따라 먹었다.

 

빵 과자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그간 많이 만들어 주었는데,

 

아내가 건강이 안 좋아지고 안 만들기 시작한 제빵 이었다.

 

한 2년만에 다시 먹어보는 맛이었다. 머리 쓰느라 고생했다고, 머리엔 달달한게 좋단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맛있는 걸 참 많이 만들어 주었다.

 

돈가스, 잡채, 팔보채, 떡볶이 ,냉면, 닭 칼국수, 곰탕, 삼계탕, 낙지볶음,

 

김밥, 된장국, 김치찌개 ,미역국, 보리 비빔밥, 콩나물밥, 뭐든 말만 하면 못 하는 게 없다.

 

솜씨 좋은 장모님께 잘 배운 거 같다. 엊그제 먹은 살살 녹는 돈가스가 생각난다.

 

물론 처음엔 아내가 해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조미료사랑이 가득한 울 엄마 입맛에 길들여 진데다,

 

자취생활로 마른 반찬과 장아찌 같은 음식에 입맛이 맞춰 져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싱겁고 닝닝한 맛이 맞을 리 없었다.

 

싱겁다고 짜증내기 일 수였고, 밥 만 차리면 김치가 짜네, 싱겁네

 

절이는게 이렇게 절이면 안되네, 탕수육이 바삭하질 않다.

 

잡채에 당근이 굵게 썰어졌네 하며, 잔소리를 해댔고,

 

급기야 신혼 초 라면을 끓여 달라는 말에, 라면을 끓여 온 아내에게

 

“난 이렇게 푹 퍼진거 싫어. 이렇게 하는게 아니야.” 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차에 아내는 급기야 개수대에 라면을 확 부어서 버렸다.

 

나는 결혼 후 1년 만에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냐며 노발대발 했다.

 

그렇게 우리의 입맛 맞추기 전쟁도 끝났다.

 

과일도 잘 안 먹었던 내가, 매일 과일을 먹는 아내 땜에 이젠 우리 집 과일 떨어지는

 

걱정을 한다, 과일 보면 아내가 생각나고, 복숭아며 사과 같은걸 한 박스씩 사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돼지고기는 안 먹는다는 여자가 이젠 돼지고기도 잘 먹고, 매운 걸 못 먹는다는

 

여자가 이젠 나보다 더 매운 걸 잘 먹고 나는 외려 매운 걸 잘 못 먹겠다.

 

아내는 간이 맞는다는데 나는 짜게 느껴진다.

 

하하하 이렇게 맞춰 가는 게 결혼 생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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