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짬뽕 같은 날

 

아직 가을 인거 같은데 갑자기 아침저녁 쌀쌀하다. 아내는 팔이 아픈 나를 위해 장에

 

가서 도와준다고 했다. 이른 밥을 먹고 설거지도 하지 못하고, 양치도 안한 채 따라

 

나섰다. 김장 마늘과 씨 마늘 수요가 최고점에 다를 때라 일찍 가기 위해서다.

 

생리하느라 힘든데도 나를 도와준다고 바로 따라 나선 아내가 고마웠다.

 

진천 장으로 가는 길엔 오래된 부처님이 계신다. 오늘도 모자를 들어 올리며 무사히 잘 팔고 오게 해달라고 맘속으로 기도한다. 아내는 옆에서 뭐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무형 문화제처럼 형체도 부실한 부처님 인데 그냥 기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아내는 오~~~ 여보야가 맨날 기도 하고 지나가서 진천 장이 잘되는구나 하며, 같이

 

기도를 한다 . 나는 운전하느라 몰랐는데 옆에서 아내가 종알거린다.

 

허니 나도 기도 했어. 우리 대박 나게 해달라고.

 

몸 약한 아내지만 옆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8시도 안돼서 도착했는데,

 

벌써 마늘을 사러 온 사람이 있었다.

 

나는 웃어가며 “이거 더 일찍 나와야 되는 거 아니여?” 라고 말했다.

 

아내는 “그러게 이야 참 이렇게 일찍 사러오다니 신기할 새.” 라며 맞장구 쳤다.

 

장비를 풀르는 동안 아내는 양치하고 꽃단장 하러 화장실에 갔다.

 

마늘을 내리며 바로 도매를 몇 군데 넘겼다. 앞에 항상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는

 

맘 따뜻한 옷 장사 아줌마한테 차를 얻어먹었다. 궁둥이 부칠 사이 없이 마늘 장사가

 

시작된다.

 

아내는 춥다며 왔다 갔다 한다. 나는 차에 있으라고 말하지만, 손님 있으면 나와서 봉

 

지라도 잡으며 하나라도 도와 주려한다. 점점 손님이 더 많아 진다.

 

나는 이쪽에서 팔고, 아내는 저쪽에서 팔고 양쪽에서 작두질 하느라 정신이 없다.

 

호떡집에 불이 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아내에게 돈 잘 버는 신랑 만나 얼

 

마나 좋으냐고 떠들어 댄다. 그리고 이렇게 이쁜 색시 누가 훔쳐 갈까봐 어떻게 데리고

 

나왔냐며 호들갑이다. 속 모르는 소리 365일 오늘 같으면 누가 걱정을 하겠나.

 

하긴 365일 매일 이러면 아마 쓰러져 죽을 거다. 하느님은 참 그런 면에서 공평 하신

 

거 같다. 올핸 배추 값도 비싸고, 작년 혹한으로 마늘 작황이 안 좋아 금값이 따로 없

 

다 . 거기에 불경기 까지 겹쳐 장사가 생각만큼 작년 갖지 않다.

 

재래시장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 속타는 심정을 누가 알꼬... ...

 

긍정의 아이콘인 아내는 걱정 없다는 듯 나를 위로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마늘 안 먹는 사람 없고, 모든 양념엔 다 들어가며 40대 이후 김치 안

 

담아 먹는 사람 없다고 신문에서 봤단다. 100세 시대에 중장년층 오래 살고,

 

당신은 40대 후반이니, 당신 죽을 때 까지 그 사람들 안 죽고 사먹으니, 걱정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공부하며 당신 자신에게 투자하는데 뭔 걱정이냐고 한다.

 

욕심 부리지 말고 매일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면 돼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도, 공부해서 취업을 할 것도 아니고, 돈 버는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아내에게 말한다. 그러면 아내는 “당신 아직 공부가 덜 됐네. 조금만 더 하면 사람 돼.”

 

라며 농담을 날린다. 아내는 삶은 계란과 초콜릿을 가져와서 내 입에 넣어준다.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손님이 끊어지지 않는다.

 

장사하기 정신없어 점심때가 됐는지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

 

아내는 계란과 초콜릿을 먹고도 배고프다며 밥 먹고 온다고 사라졌다.

 

그리고 여럿이 시킨 밥이 나왔고, 밥을 먹는 건지 장사를 하는 건지 혼자 헐떡이며 ,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사라지고 남은 바빠 죽겠는데 그렇게 한참을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아내가 나타났다.

 

나는 힘들고 션찮은 밥을 먹은 내 생각만 하고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짜증을 냈다.

 

나 밥이나 먹으면 갔다 오지 그랬냐고 말이다. 아내는 생리하고 어지러워서 갈비탕

 

찾아 돌아다니고, 생리대 갈고 이것저것 하느라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당신이 아무 말 없어서 그랬다고 그럼 진작 자기 먹음 가지 그랬냐고 말했다.

 

또다시 손님과의 씨름, 깎고 또 깎고 마늘이 굵다 작다 쪽이 많다 적다 말한다.

 

이 지역 마늘이 아니네 밭 마늘 이네 논 마늘 이네 하며 씨름을 한다.

 

한 아저씨가 한 접에 얼마냐고 묻는다. 2만 7천원 이라 했는데 두 개 자르라 한다.

 

두 개 잘랐는데 5만 4천원을 주지 않고 2만 5천원 만 준다.

 

아저씨 두 접이니깐 5만 4천원 주셔야지요. 한 접 묶은 게 반접 인줄 알았단다.

 

자른 거반만 달라고 손님은 말한다. 나는 아니 이거 자른 거를 어떻게 파냐고 말하다

 

결국 손님이 밀려들어 실랑이하다 원가에 넘기고 말았다.

 

사가고 한 달 있다 갖고 와서 썩었다고 교환해 달라질 않나 , 이렇게 두 접 잘라 놓고

 

한 접 인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질 않나 마늘 장수 15년에 별일이 다 있다.

 

천원을 더 벌겠다고 내가 이러고 있나,

 

먼지 뒤집어쓰고 아픈 몸에 서글픈 자괴감이 든다.

 

이 꼴 저 꼴 안 보려면 마늘 장사 때려 쳐야지 하며 골백번 외치고 나를 담금질 한다.

 

힘내라 정상용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 라고 말이다.

 

마늘은 점점 줄어가고 한차를 거의 팔고 있었다.

 

허리는 끈어지게 아프고 엘보로 아픈 팔이 또 아파왔다.

 

아내도 점점 얼굴이 폭탄 맞은 얼굴이 되 가고 있었다. 얼굴에 핏기가 없다.

 

지쳐 앉아있는 아내에게 가서 붕어빵 사와서 먹자고 말했다.

 

5천원의 행복이랄까? 주변 상인 10명이 넘게 붕어빵 하나씩 먹으며,

 

맛있다고 고맙다며 즐거워했다. 작지만 , 아내에게 배운 나누는 행복은 즐거운 거 같다.

 

나는 남에게 도움도 주지 않고 도움도 안 받고 피해 안주는 사람으로 살면 되지 하며,

 

살았다. 그런데 아내는 뭐든 있으면 사람과 나누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깎는 손님에게 깎는 건 이발소에서나 깎는거유 하며 유머를 날리는 아내,

손님이 안사가도 인사를 하는 아내 , 구경하는 사람 , 나이든 어르신을 위해 의자를

 

한 개만 놓고 장사해도 되는데 , 서너 개 씩 갖다놓고 대민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내가 아팠을 때 1년 반을 같이 장사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내의 나눔에 물들어갔다.

 

목마른 사람위해 물과 컵을 준비해가고 추우면 끓는 물에 차를 준비해갔다.

 

나눠 먹을게 있으면 많은 사람을 위해 싸간다. 작지만 큰 기쁨이다.

 

붕어빵을 먹으며 아내는 말한다.

 

“이 상 중노동을 하고 안 아프면 정상이 아니여,

아픈게 정상이여, 우린 둘다 정상이야.” 하며 허허 웃는다.

 

마늘이 얼마 남지 않고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 간다. 아내는 외친다.

 

“우리 이거 다 떨이 해보까나 영차 영차.”

 

아내의 전대와 내 전대는 점점 무거워 지고 그 힘겨움에 내 빤스 끈도 내려간다.

 

아내는 서비스 차원에서 보여주는 거냐며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자꾸 구부렷다 폈다를 반복하니 옷이 내려갈 수밖에....

 

떨이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고깃배를 가득 싫은 만선의 기쁨을 가득히 안은

 

어부의 마음과 수확 거하게 한 농부의 마음으로 차에 오른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꼬오옥 잡는다 .

 

몸도 안좋은데 애썼다고, 당신 덕분에 많이 팔수있었다고 .

 

아내는 아니라도 당신 정말 애썼다고 힘들어서 어떻하냐고 연신 나를 위로 해 주었다.

 

지친 아내를 위해 몸보신 해주기로 하고 새로 생긴 짬뽕 집에 갔다.

 

기존 짬뽕 개념을 확 뒤집는 황제 짬뽕이다. 그 집에서 젤 비싼 황제짬뽕을 시켰다.

 

꽃게, 싱싱한 소라 ,조개, 전복, 낙지, 각종 희안한 버섯등 전복이 살아 꿈틀거린다.

 

아내는 재미난 듯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아내는 꿈들 거리는 전복을 보며 불쌍하고 징그럽다고 말한다.

 

아파서 몸부림치는 거 아니냐며 , 나는 그런 아내에게 유머를 날렷다.

 

“남자들이 젤 좋아하는 해물이 뭔줄 알어?”

 

“ 음 ... ... 글쎄.”

 

“전복 이래. 여자 생식기를 닮아서.”

 

“오우 그래? 정말 그리 보니 그렇네. 하하하.”

 

나는 아내의 입에 해물을 넣어준다. 오물오물 예쁜 아기 새 같다.

 

둘은 맛있는 음식에 황제가 된 듯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녹아내리며 ,

 

저녁 만찬을 즐겼다. 철없는 아내는 한 낮의 힘듬도 언제 잃어 버렸냐는 듯 ,

 

아이처럼 좋아 라 하며

 

“음~~~ 완전 맛있어. 다음에 도와주면 또 이렇게 맛난 거 사주는 거야” 하고 묻는다.

 

하하하 짬뽕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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