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찐다 흐흐

 

16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보강천이 범람하기 직전이고 침수 피해 차량이 수십 대에 이르

 

렀다. 강수량이 250미리 가까이 됐고, 청주는 22년 만에 최고인 300미리 가까이 왔다. 우리 집

 

도 예외가 아니어서 베란다 천장이 물이 새서 바닥이 한강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걸레로

 

짜서 물을 치웠다. 가까운 청주가 큰 수해를 입어 이웃으로 더 맘이 아팠다. 지역 대부분이 물

 

에 잠겨 피해가 480억 가량 된다고 한다. 아직 까지 복귀가 늦어 물과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민의 고통이 크다. 그런 와중에 충북 도의원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갔다. 지역에 초상이

 

났는데 조문하고 애통해야 하는 판에 니나노 춤을 추는 격이다. 정신이 있는 인간들인지 모르

 

겠다. 조치원장에 이동식 도서관이 돌아다니는데, 목민심서 책을 빌려보았다. 백성을 위하는 마

 

음이 최우선 이어야 하는 관료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

 

다.

 

장인어른의 작고와 연이은 폭우와 장마로 보름정도 일을 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진천 장에 나갔

 

다. 아침부터 푹푹 찌고, 마늘을 내려놓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시간은 8시 조금 넘은 시간이

 

었다. 집이 더우니 나오면 좀 시원할까 생각해서 같이 따라나선 아내는 혓바닥 내밀고 힘들어

 

하는 강아지처럼 힘겨워 했다. 차안에 에어컨 틀어주고 들어 가 있게 해주었다. 답답하다고 오

 

래있지 못하고 나왔다.

 

주변 상인도 많이 나오지 않고 나온 상인들도 더위와 싸우기 꾸벅꾸벅 졸기 일 수였다.

 

그렇게 더운데도 전도사 아저씨가 와서 하느님을 믿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했

 

다. 나는 오미자를 건네며 들어주었다. 아내는 날도 더운데 사람 말 들어 주는 게

 

보통이 아닌데 당신 참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었다. 35도 되는 폭염에 마늘 사러 일부러 와준

 

손님들이 고마워 깎아달라는 말에 도매 값에 판매하기가 부지기수다 아내는 옆에서 그렇게 팔

 

면 얼마 남냐고 물어보는데, 그래도 팔면 되는 거라 답한다. 한여름 백만원 팔면 대박인데 간신

 

히 턱걸이를 한다. 마늘도 안 사는데 어느 행인이 터미널 가려고 택시 타려는데 어떻하냐고 물

 

어보기에 내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러줬다. 기다리는 동안 잠깐 얘기를 하는데 중국분이란다. 온

 

지 1년 됐다는데 말을 제법 잘했다. 연신 고맙다며 택시를 탄다. 좋은일을 하니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앞에 상 장수 아저씨가 뽕짝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아내는 개업집 앞 바람잡이 인형

 

처럼 흔들흔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장난을 친다. 아내는 추위보다 더 못 견디겠는 게 더위 같

 

다며, 한여름에 장사하는 게 나아 한겨울에 장사하는 게 나아하고 물었다. 나는 도긴개긴 이라

 

답했다. 아내는 얼마나 숨 막히는 더위에 데였는지 그래도 추울 땐 따뜻한 옷이라도 입지, 그리

 

고 난로도 틀잖아 하며 겨울찬양을 했다. 덥지만 아내가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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