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장 구경(1)
신랑 일하는 모습도 찍고, 설 대목장도 구경할 겸 겸사겸사 장터에 같이 갔다. 날이 풀린
다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풀려도 겨울날이다. 저번 장엔 한파라 많이 들 안 나왔는데 이번
엔 사모님들까지 나오고, 다들 나오셨다. 처음 뵙는 상 장수 사모님, 오랜만에 보는 양말장
수 언니, 늘 커피를 타주는 옷 장사 언니, 언니가 커피를 좋아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커피를
타준다. 자기가 커피를 좋아하면 자기만 타 먹어도 되는데 매번 장마다 열 명이 넘는 주변
상인에게 차를 타주는 것도 참 만만치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 나는 과일을 좋아해서 사람
들에게 과일을 나눠준다. 귤이 많 길래 가져와 마늘 사시는 분 들게 나눠 들였다.
베품과 나눔은 상대가 좋아하는 걸 줘야 되는데, 사람들은 그 기준을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기준을 삼는다. 그래서 실제로 선물을 주면 , 아 그 사람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고 상상하지
만, 의외로 감동도 덜하고 내가 주는 만큼의 기쁨이나 놀람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에게 베풀고 선물을 주는 일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서는 힘든 일이다. 정말 상
대가 좋아하는 것을 줬을 때 그게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상 장수 언니는 저번 장에 혼자 나왔는데, 50만원 밖에 못 팔았다고 했다. 나는 뭣도 모르
고 “오우 많이 팔으셨네요.” 그랬다. 대목이 사라져서 장사 안 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신랑
이 백만원 넘게 팔아야 하는 거라 했다. 나는 우리는 지금 50만원 팔면 대박이라며, 하루
매출 5만원 벌기도 바쁘다고 수다를 떨며 차 한잔에 몸을 녹였다. 우린 지금이 비수기니
까. 장사 매출도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물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재산이 10억인 사람에게 천만원은 우스운 돈이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에겐 천만원은 큰돈
이다. 그렇게 사람마다 돈의 가치와 기준이 다르다. 차안에서 있다가 장에있는 사무실 건물
에서 책을 보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 장 구경을 하였다.
죽고 싶으면 장에 가보라는 말처럼, 정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며, 활기차고 좋았다. 대목장
이라 그런지, 제수용품에 줄이 나래비로 서있다. 줄이 엄청 길어 뭔가 봤더니, 손 두부 집이
었다. 오우 맛있는 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참을 돌아다니니 줄이 또 한 바퀴 서
있다. 밤 까는 곳이다. 밤이 기계에 대글대글, 땅콩도 대글대글 , 구경만 해도 재밌다. 대추
도 참 실하니 좋다. 아 평상시엔 밤이 저렇게 많이 안 팔리는데, 평상시에도 저렇게 많이 팔
렸음 좋겠다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생선가계를 지나는데 연방 포를 뜨신다. 생선 장수아저
씨가 아! 힘드네, 아! 힘들어도 손님이 있고 잘 팔려서 좋네 하시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