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
이 책이 한참 유행했을 때 나는 보지 않았다. 그냥 좋은 말씀 한 책이겠지, 하고 넘겼다. 친
정에 가도 보이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어느날 친정에 꽂힌 내 책을 정리하다 발견하게 되었
다. 반가운 마음에 집에 갖고 왔다. 읽으며, 나는 웃고 , 미소 짖고 , 울었다. 아 왜 진즉에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까? 지금이 그 때라 만났을까 하며, 맛있는 국수가 술술 목으로 넘
어가듯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이미 많은 대목을 내가 실천하고 있었지만, 많은 부분이
다가 왔다. 내 맘 편하기 위해 남을 용서하라는 말씀, 실제로 미움 받는 대상은 자기가 미
움을 받는지 모른다. 내가 상대를 미워하면 내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결혼하고 몇 년 후 깨달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스님말씀처럼 머리로는 되지
만, 마음까지 되는 건 오랜 시일이 걸린다. 부처님께 보시하는 대신 원하는 걸 달라지 말라
는 말씀, 사람들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하는 것처럼 하느님께, 부처님께, 알
라신께 잘 먹고 잘살게 해달라고 빈다. 그분들 참 바쁘신 분들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항상
아팠기에 건강하게 해주세요, 결혼 못 할 땐 좋은 인연 만나게 해 주세요 하고, 나의 바람을 기도 했다.
엄마는 기도 하면서 세계평화까지 기도하시는 분이다. 나는 그 기도 소리를 들으며, 내꺼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별 기도를 다하네 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턴가 남을
위해 기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잘 되게 해 주시옵고, 내 친동생 같은
정화동생 잘되게 해주시고, 미정이 언니 가족 행복하게 해달라고 작년 동지에 각원사에서
소원 등을 달아 주었다.
며칠 전 속리산 각연사에 다녀왔다. 앙상한 겨울나무가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 여름에 오
면 더 좋을 거라며 부산을 떨었다. 신랑은 취업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냐고 물었다. 나는 모
든 건 부처님 뜻대로 해 주시옵고 그저 정상용, 이연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
했다. 아파도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 남편과 함께 손잡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책보기를 잠시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무심코 걷던 길가에 잠시 멈춰 털이 보송보송한 목련
꽃망울이 보였다. 넘 예뻐 보여 만져 보았다. 이 꽃 봉우리가 봄에 찬란히 꽃을 피우리라 .
멈췄기에 볼 수 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찾으려 하면 찾아지지 않는다. 시골이라 아직도
어디선가 닭소리가 난다. 우리는 이사 왔을 때부터 어디서 닭을 키우나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네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 없던 닭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보
다 찾게 된 것이다. 바로 지척에 있었음을 ...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닭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한 20여 마리는 되는 것 같고, 일반 닭 하곤 다른 것 같았다. 파랑새는 결국 집안
에 있었다는 말처럼, 내 주위 곳곳이 행복이었음을 더 느끼게 해주는 멈춤 이었다. 앞만 보
고 걷기에만 몰두해서 땅 아래 벤치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거리에 벤치도 있었다. 얼음 언
하천 아래로 졸졸 흐르는 물 , 모두가 새로운 발견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