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집에 계신 부처

 

살아있는 나의 부처는 추운날 일하고 돌아오면 언 볼을 따뜻이 자기 얼굴로 비벼준다. 언

 

손을 녹여주며, 맛있는 밥을 해주고, 지친 나를 위해 웃겨 준다. 이보다 고마운 부처가 어딨

 

을까? 아내는 눈보라 속을 헤치며 혼자계신 장모님께 달려가 준 나를 보고 천사라고 한다.

 

먹여주고 , 입혀주고, 나는 비싼 운동화는 안사신어도 마누라 는 좋은 신발을 사주고,

 

아파서 축 쳐져 기운이 없어 보이면, 춤도 추고, 개그맨 흉내도 내고 , 캐릭터도 따라하며

 

웃겨준다. 아내는 나를 부처로 생각하며, 소중하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래서 나는 추워도

 

집에 계신 부처님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할 맘이 생긴다.

 

연애로 결혼한 부부들이 중매로 결혼한 부부보다 이혼율이 더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애

 

할 때 기대감이 최고치였다가 결혼하면서 점점 그 기대치가 작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중매

 

로 하면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 결혼하면서 그보다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설마 그럴

 

까 싶지만, 가까이 보면 처의 사촌 중에 결혼 안 시켜준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결혼한 부부도 아이를 셋이나 낳고 이혼했고, 처 작은아버지도 결혼식만

 

시켜주면 잘산다 했는데 결국 이혼 했다고 한다. 이혼 한건 누구의 잘 잘 못이라기보다 서

 

로의 잘못이다. 나 역시 몇 번의 이혼의 위기를 겪었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

 

내 생각만 하는 성숙되지 못한 인격에 의한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잘 살지 못한 부부 들을

 

보면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아름답게 잘 사는 부부들을 보면 그 이면에 얼마나 참고 서로

 

이해하고 노력 하며 살았는지, 살아보니 이해가 가고 , 경이롭고 존경심이 든다. 함께 손잡

 

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노부부를 보면,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성향은 내향형과 외향형으로 나뉜다. 나는 내향형으로 집안에 있어야 에너지가 충

 

전되는 스타일이고 아내는 외향형으로 밖으로 나가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스타일이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게으르기 그지없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앉아서 게임하며, 먹고 자고 티비

 

보는 게 행복한 사람이고, 아내는 죽게 아프지 않는 이상 매일 집을 나간다.

 

사람은 동물이다 . 움직이지 않으면 각종 병이 찾아온다. 먹고 앉아있으면 뱃살과 각종 성

 

인병 질환에 시달린다.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고지혈증 등등. 그래도 아내 덕에 추우나 더

 

우나 밥먹고 30분에서 한 시간씩 산책을 한다. 식후 30분 걷기는 보약이 따로 없다. 봄이면

 

꽃구경, 여름엔 피서, 가을엔 풍성한 가을 만끽, 집집마다 집 구경도 재밌다. 동네 시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볼만하다. 겨울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하고 논두렁 밭두렁

 

돌아다닌다. 논 위에 벼 베고 남은 밑둥 위를 걸어 다니는 재미도 좋다. 둘 다 방귀 두어

 

번 뀌고 트림하면, 우리의 걷기 운동은 끝난다. 걷기는 전신운동이다. 스트레스에 아내의 콜

 

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약까지 먹게 된 해가 있었다. 아내는 걷기로 수치를 반이하로 떨어

 

뜨려 약을 중지했다. 나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집에만 있으면 먹는다. 실제로 밖에 나가

 

일을 하면 점심 외엔 잘 안 먹는데 말이다. 아직 도(道)를 깨치기에 멀은것 같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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