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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을 만나다 - 현장에서 바로 쓰는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박진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평점 :
퍼실리테이션을 만나다(박진)
대다수의 퍼실리테이션의 책들은 방법론이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말한다. 좋은 참고자료가 많다. 하지만 다른 책과는 달리 시작부터 이 책은 저자의 경험담(퍼실리테이터의 입문부터 국제 자격증을 따기까지의 에피소드)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국내에서 배웠는데 오히려 자격증은 국제 자격증을 먼 저 취득하고 나중에 국내자격증을 취득했다. 퍼실리테이션을 어떻게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야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여정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개 퍼실리테이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난감해 하는 것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과정은 눈여겨 볼만하다.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장면을 친절하게 세밀하게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에 있다. 아마 이 부분이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하는 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여행에 비교하면서 퍼실리테이션의 공통점을 가지고 설명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한다.
저자는 오히려 퍼실리테이션은 성패는 사전준비에 있다고 말한다. 굳이 전체과정에서 비중을 따지면 준비 80대 실전 20임을 말한다. 평소에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책들을 살펴봤지만 준비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저자처럼 준비가 80%나 차지 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많은데 준비가 80%나 된다니?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대로 철저하게 준비하면 아무리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생겨도 조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사전준비 체크리스트와 실제로 준비된 상황에서 진행된 퍼실리테이션의 경험을 읽어보고 나서는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실전에서 퍼실리테이션에 잘 진행하는 방법과 도구 활용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자의 주장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바뀌었다. 퍼실리테이션은 준비과정에서 성패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해야 할지 그리고 이성적 목표와 경험적 목표를 세우고 미리 워크숍 장소를 탐방하면서 동선과 진행을 미리 계획해야 하는 등등 사전준비의 중요성을 보면서 오히려 퍼실리테이션은 일반 강의 보다 준비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사전인터뷰나 주제를 미리 탐색하여 목표를 세워야 도구를 선택하고 진행방법을 선택하여 철저하게 워크숍을 설계하며 준비할 수 있다.
미리 설계단계에서 저자는 시간 계획세우기, 각 시간대별 활동 내용 작성하기(활용도구, 구체적 활동사항), 워크숍 큐시트 작성하기(분 단위 세부 활동, 준비물, 진행자 등등), 발생 가능한 이슈 확인 및 대안 준비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읽는 내내 저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철저한 준비성이다. 이론을 설명하고 난 후에 자신이 했던 경험담이나 자료를 친절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영업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공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로서는 책 제목처럼 현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곳곳에서 보여준 자료는 책을 보면서 너무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다. 예시자료만으로도 책값이 나오고도 남을 것이다. 심지어는 오프닝 혹은 세미나 중에 어떤 음악까지 틀면 좋을지 이야기 해준다...
특히 3장은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하기는 이 책의 핵심부분이다. 각 단계마다 예시와 진행 순서 그리고 경험등을 자세히 적었는데 중간마다 그 부분을 왜 해야만 되는지의 이유와 목적을 이야기 해주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리고 실제 워크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워크숍장소에 미리 1시간 30분전에 도착하여 늦어도 시작 시간 30분 전에 체크리스트를 통해 사전 준비 점검을 해야 한다든지, 참석자들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그라운드를 정하는 방법 등 참여자와 일치감을 먼저 경험해야 하는 부분들은 퍼실리테이션이 그동안 오랜경험 속에서 짠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스브레이킹 하나도 상황에 맞게 미리 준비되어 사용되어야 함을 읽으면서 철저한 준비성이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임을 보게된다.
또 하나 눈여겨 본 곳은 바로 아이디어를 찾는 생각 발산하기였다. 평소에 진행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어떤 때는 쏟아지는 아이디어에 정리하느라고 바쁘지만 제일 난감할 때가 아이디어 발산시에 참여자들이 소극적이거나 서로 의견을 내지 않을때다. 저자는 그런 이유들을 왜 생기는지 말해준다음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저자가 즐겨쓰는 방법 중 하나가 타사의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 발산을 시킨다든지 주제를 반대로 뒤집기 방법이다. 즉 리버스 브레인스토밍이다. 오히려 주제를 망치는 아이디어와 주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이다. 대개 참여자들은 해결책은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왜 안되는지 이유와 변명에 대해서는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으로 생각한 뒤에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도출해나가는 방법이 잘 먹힐 것 같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것을 ‘청개구리 아이디어 발산’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아이디어 그룹화, 아이디어 도식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정리하면 된다.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퍼실리테이션이 좀 더 성숙하게 진행 할려면 질문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퍼실리테이션의 중요한 역량은 도구와 방법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경험을 통해 주제에 대한 질문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문제에 대해 깊숙이 숨어 있는 진짜 문제와 참여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질문의 중요성이다. 왜냐하면 주제에 대해 깊이 질문하지 않으면 논의되는 내용도 해결책도 상식 수준이거나 때로는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시를 들면서 자신이 공공 데이터에 관한 퍼실리테이션에서 나름대로 주제에 대해 참여자의 눈으로 했지만 정작 공공 데이터를 사용하는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음에 대해 경험한 실수를 나누었을 때 정말 준비과정에서 꼼꼼하게 질문 해야 됨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면서도 중간마다 하는 질문의 중요성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질문 예시 뿐만 아니라 클로징의 중요성과 마무리 할때의 효과적인 방법들도 잘 설명과 예시를 들어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상화 될 온라인 퍼실리테이션에 대해서는 약간의 언급만 된 것이 가장 아쉬웠다. 요즘 온라인 퍼실리테이션을 한창 진행하면서 경험하고 있다니 저자의 온라인 퍼실리테이션의 출판을 기다린다.
부록에 추천도서는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주어서 좋았다.
또한 워크숍 퍼실리테이터이센 도구 추천은 클팁이었고 무엇보다 온라인 퍼실리테이션을 위한 틀에 대한 추천과 설명은 이미 다가온 온라인상의 퍼실리테이션의 유익한 가이드였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에 대한 느낌은 대단히 솔직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인 퍼실리테이터이며 오랜시간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면서 많은 역량과 성과를 보여 주었으며서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곳곳에 자신의 실패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미래의 퍼실리테이터들에게 실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이다.
최근에 읽는 몇권의 퍼실리테이션에 관한 책 중에 최고였다. 이론과 실제 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퍼실리테이션의 입문자에게 교과서 같은 책이며 이미 퍼실리테이션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참고서 같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