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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 - 혼돈의 시대를 건너온 한 신학자의 비망록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26년 9월
평점 :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김기현/복있는사람)
이 책은 결핍과 부재의 시간을 하나님의 치열한 은혜로 살아온 목회자의 비망록입니다.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어본 독자로서 아직 비망록을 출간할 때가 이르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지금이야말로 의미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목회자들에게 주는 위로와 소망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큰 성공담보다 소명과 생존의 경계선에서 살아남은 선배의 발자국입니다. 버티고 인내하고 생존하면서 자신만의 여정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런 여정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자가 고백하듯이 ‘예수, 고통, 아비부재, 책’(p.201)이 삶을 바꾼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고통은 책을 통해 의미를 얻었고, 독서는 아비부재의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책을 통해 만났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독서를 통해 얻은 지적 신앙의 여정은 아닙니다. 저자의 글에 힘이 있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이유는 삶의 고민으로 출발한 다양한 이슈들을 책을 통해 깨닫고 삶을 통해 책의 내용을 점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저작의 특징 중 하나는 본인의 경험으로 출발한 글이 많다는 겁니다.(아마 설교집 형태의 책들이 그러할겁니다.-하박국,고통을 노래하다/욥,까닭을 묻다 등등)
그에게 신학과 신앙은 한없이 자비로운 이론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독서는 살아내는 자양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대부분은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삶의 결핍과 아버지의 부재(不在)에서 나온 인생과 신앙의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직면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대의 아들답게 운동권과 신앙적 갈등에서도 끊임없이 독서하며 자신의 삶의 자리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태도는 훗날 목회와 신학공부에서도 이어집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교회에 대한 경험입니다.
기존의 기독교세계관의 한계를 직면하면서 저자가 봤던 한국적 상황은 오히려 성과 속의 문제가 아니라 혼합주의라는 진단입니다.(pp.54-62)
성경에서 많은 부분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책망하는 부분에서 혼합주의를 언급합니다. 예수님도 바울서신 역시 비슷합니다. 역사도 콘스탄틴주의나 실용주의와 결합된 미국식 교회, 한국의 국가조찬기도회 등등 혼합주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관 운동의 수혜자인 저자는 오히려 세계관 리모델링을 주장하며 관념에서 삶으로, 설명체계에서 제자도로, 철학적 도식보단 성서의 이야기로 전환하여 새롭게 용도변경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면서 때론 당시에도 익숙하지 않은 교회형태인 가정집 교회를 하면서 깨달은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입니다. “교회는 옳은 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복음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서로를 견디고, 용서하고, 자기편을 내려놓고,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다시 관계 맺는 사람들의 모임이다”(p.144) 결국 이 시대의 교회 모습은 정답을 말하는 교회를 넘어 복음을 경험한 사랑의 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저자의 현재 위치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수입니다. 본인은 여전히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유배(p.224)임을 천명하며 유배가 사명이 되었고 유배지는 선교지가 되었다고(p.245)고백합니다. 즉 자신의 삶을 관통한 그 정신으로 교수사역을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다는 다짐이겠죠.
하지만 제3자가 봤을 때 침례신학교 교수자리는 유배지가 아니라 중원(中原)입니다. 그 곳이 피비린내 나는 무림의 중원 일지 아니면 천하태평(天下太平) 누리는 장소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게 여전히 유배지의 정신으로 그의 글이 인생을 관통하며 시대를 깨우는 알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좀 더 칼을 갈아 신중하게 세상의 부조리를 진리로 베어내는 견고한 신학과 신앙적인 묵직한 글이 되기를...
많은 부분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버지 찾기와 아버지 되기가(p.163) 주된 서사의 여정이었는데 책에서는 주로 아버지 찾기가 주를 이룹니다. 9장에 ‘낮은 곳을 향한 희망의 인문학’ 부분이 아버지 되기의 변주곡(變奏曲)이 될수도 있지만 저자의 자녀 양육 이야기는 빠르게 지나가서 아쉬웠습니다.
저자의 아들 역시 인문학자로 저자와 함께 공저(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SF출판부/부전 자전 고전-홍성사)를 출간 할 정도로 장래가 기대되는 저술가입니다.
아들과 함께하며 어떻게 저자가 아버지 되기를 했는지를 자세하게 이야기 해줬다면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됬을 텐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참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주는 결핍속에서
목사가 되었고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여정속에서 겪었던 고민과 몸부림이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저자처럼 유배지 같은 상황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재미와 의미로 가득 찬 삶을 희망합니다.(p.247)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장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인생과 신앙의 선배로 저자가 마치 제게 등두드리며 “여기까지 잘 왔다. 앞으로도 하나님과 함께 재미와 의미로 남은 시간을 즐겨라” 위로하듯 들렸습니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저자가 후배에게 이야기 해준 “준비된 사람이라고 반드시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것은 아니야.........그러나 하나님이 사용하신 사람은 반드시 준비된 사람이었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의 때에 쓰임을 받을 만한 그릇이 되도록 스스로 준비하는 일이야”(p.222)고백이 우리 삶과 사역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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