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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지면 들리는 책 ㅣ 웅진 세계그림책 268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레너드 웨이즈가드 그림, 이혜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처음 이 책 표지를 보고 아이와 동시에 감탄했어요.
밝은 노란색 바탕에 파란 하늘, 검정 의자 위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 머핀,
그리고 그 앞에서 한껏 목을 빼고 있는 닭.
단순하면서도 대조가 강한 색감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아이는 의자 다리가 마치 동물처럼 생겼다며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제목인 ‘조용해지면 들리는 책’이라는 말도 우리 둘 모두에게 궁금증을 주었죠.
“정말 조용해지면 들릴까?”라는 질문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어요.

책은 어느 밤, 잠든 강아지 머핀이 아주 작은 소리에 깨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해요.
코끼리가 까치발로 걷는 소리? 버터가 지글지글 녹는 소리?
쥐가 후~ 하고 내쉰 한숨? 의성어와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우리는 마치 귀를 쫑긋 세운 머핀처럼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아이와 이 장면들을 읽으며
“넌 가장 작고 조용한 소리가 뭐라고 생각해?” 하고 물어봤더니,
딸아이는 “내 숨소리”라고 대답했어요.
조용한 집 안에서 책을 읽는 시간,
아이가 자신의 숨소리를 의식하고 느꼈다는 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렇게 이 책은 우리 모녀가 ‘소리’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줬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들 — 냉장고의 웅웅 소리, 창밖 나뭇잎의 사각거림,
고양이 발소리까지도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의성어’에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리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리듬감으로 조용한 세계를 오히려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해요.
아이는 “치이익, 후우~” 같은 표현을 직접 따라 해보며
머핀처럼 상상 속 여행을 떠났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한 아침이 이렇게 풍성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림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도형과 원색의 과감한 조합이 시각적으로 매우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아침의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요.
마치 한 편의 추상화 같은 장면들을 넘기며
“이건 무슨 소리일까?” “이건 무슨 기분일까?”를
서로 주고받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어요.

책의 말미에서 머핀이 결국 어떤 소리에 깼는지 밝혀지는데,
그 순간 아이가 “엄마, 나도 이젠 그런 소리 들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했어요.
단순한 소리의 추측 놀이를 넘어,
아이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 자체가 조금 바뀐 듯한 순간이었죠.
《조용해지면 들리는 책》은 아이에게는 감각을 깨우는 놀라운 체험이 되었고,
저에게는 일상 속 고요함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선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조용히 함께 책장을 넘기며 듣고, 상상하고,
이야기 나눈 그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