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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 풍선껌 ㅣ 다산어린이문학
이정란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진짜로 다람쥐랑 친구가 될 수 있어?”
책을 덮은 선아가 이렇게 물어봤다.
질문이라기보단, 어느새 하루처럼 볼록과 마음속에서
친구가 되어버린 듯한 얼굴이었다.
《볼록 풍선껌》은 단순히 귀여운 동물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아이에게 ‘진짜 친구’, ‘반려란 무엇인가’,
‘존중이란 어떤 것인가’를 곱씹게 해주었다.

하루는 햄스터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속상한 마음을 안고 편의점에 간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다람쥐 닮은 할머니에게서
단 하나 남은 ‘볼록 풍선껌’을 사게 되고,
안내대로 떡갈나무 벤치 아래에서 껌을 씹는다.
그 순간, 마치 마법처럼 야생 다람쥐 볼록이 나타나고
둘은 풍선껌을 매개로 속마음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선아의 말처럼 “진짜 풍선껌이 이런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따뜻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평범한 하루가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과정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현실에서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을 책을 통해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하루와 볼록이
서로를 ‘소유’하지 않고도 친구가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그럼 다람쥐를 집에 데려왔어?”라고 물어볼 뻔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볼록은 숲에서 살고, 하루는 마을에 산다.
그럼에도 둘은 진짜 친구가 된다.
먹이를 챙겨주고, 같이 뛰어놀고,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답던지.
아이도 책을 읽고 나서 말했다.
“볼록을 데려와서 키우는 게 아니라,
그냥 숲에서 만나고, 또 만나고, 또 이별하고… 그게 더 멋진 것 같아.”
요즘 아이들이 쉽게 반려동물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또 쉽게 바꾸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책 속에도 그런 친구들이 나온다.
햄스터, 앵무새, 비숑 강아지…
선아는 이 대목을 보며
“너무 쉽게 동물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속상해했다.
이 책은 그런 인식을 조심스럽고도 분명하게 흔들어준다.
반려란 ‘같이 살아야만 가능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라는 걸 보여준다.

세 번의 만남, 그리고 씩씩한 이별.
이 장면은 나도 참 인상 깊었다.
마지막 남은 풍선껌을 씹으며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고,
이젠 마법 풍선이 없어도 마음이 통하게 된 두 친구.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
겨울잠을 자러 가야 하는 볼록과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하루.
아이는 이 장면에서 “이별은 슬프지만,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했다.

책 한 권을 읽고 아이의 감정이 이렇게 풍부해지고,
관계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 참 고마웠다.
《볼록 풍선껌》은 자연과 친구가 되는 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만남과 이별을 씩씩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는 물론, 어른인 나도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 좋은 동화였다.
언젠가 우리도 숲속 떡갈나무 아래에서
누군가와 풍선껌을 씹으며 진짜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