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철학자가 꼭 나쁜 사람한테 ’노!’라고 하는 거야?”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이가 철학자에 대해 처음 가졌던 이미지는 꽤 단순했어요.
‘반항하는 사람, 좀 튀는 사람?’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녀의 말이 달라졌어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 다르게 보는 사람,
틀린 걸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으로 바뀌었지요.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어린이 철학 입문서치고도 꽤나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철학자를 소개하는 걸 넘어서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생각이 세상과 어떻게 맞서게 되었는지를 그림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줍니다.
선아는 특히 디오티마와 히파르키아 편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여자 철학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시대의 벽을 넘어서 스스로를 드러낸 두 여성 철학자의 이야기에 감동했어요.
“나는 말 잘하는 사람보다,
말할 생각을 먼저 한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며,
아이의 시선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느꼈습니다.
또 공리주의자들이 등장하는 챕터도 인상 깊었대요.
“가장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라는 말이
어린 나이에 꽤 어려운 개념일 수 있는데,
책에서는 재치 있는 만화와 쉬운 설명으로 그 뜻을 자연스럽게 전달해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친구가 싫어하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해.”라는 말에서
공리주의의 핵심을 아이가 스스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었죠.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에요.
선아는 “철학자들은 답보다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야.
그게 멋있어!”라고 했어요. 학교에서는 답을 맞히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질문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줘요.
왜 그런지, 이게 옳은지,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 물음표들이 아이 마음속에서 싹을 틔운 것 같아요.
책의 구성도 아주 좋아요. 하루에 한 철학자씩 읽기 좋은 분량이고,
만화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레나와 스텔리오라는 아이들이
철학자들과 직접 대화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마치 시간여행을 하며 친구가 철학자를 소개해주는 기분이에요.
선아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소크라테스가 지금 살아 있다면
나랑 얘기해봤으면 좋겠어. 나도 나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라고 했어요.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처럼 질문하고, 생각하고,
살아보는 걸 느낀 거죠.
《철학자는 NO라고 말한다》는 아이의 내면에
작지만 깊은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는 책이었습니다.
답을 주기보단 질문을 선물하는 책.
철학은 어렵고 낯설다고만 생각했던 아이에게
‘철학은 살아 있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 고마운 책이기도 해요.
하루 한 꼭지씩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아이도 어느새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