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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평점 :
사실 로맨스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설래는 로맨스 속에 우리가 되짚어 생각해보아야 할 사회적 이슈를 함께 녹여내어 가슴 뭉클함과 읽을 재미를 배가시킨 조조 모예스의 소설은 ‘미 비포 유’를 읽은 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조조 모예스의 글보다 한층 더 깊이있어졌음을 느끼게 된 소설이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는 1부는 1916년 제1차세계대전으로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페론의 한 호텔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낸 자매 소피와 엘렌은 힘든 와중에서도 신념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날 독일군 사령관이 찾아오고 매일 저녁식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소피를 멀리하고 사령관과 남편이 자신을 그린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부는 2006년 4년 전 남편을 잃고 삶을 무기력하게 이어나가던 리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건축가였던 남편이 지은 글래스하우스에 살지만 금전적 어려움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전직경찰이자 과거 약탈당한 예술품을 찾아 돌려주는 일을 하는 폴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이 신혼여행 때 선물한 그림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로 인해 리브와 폴은 그림반환소송에서 법정에서 반대편에 서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된다.
과거의 시간 속 사랑하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사령관과 모종의 거래까지 불사하며 노력하는 소피와 남편이 준 선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미 자신과 마음을 공유하는 그림을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력하는 리브의 간절함이 읽는 내내 마음을 뒤흔든다. 자신의 아픔보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 전쟁 속 믿었던 사람들과의 신뢰가 무너짐으로 인한 절망, 그림을 지키기 위한 간절함 등과 사랑에 대한 갈망 등 두 여성의 심리를 절묘하게 잡아내서 읽는 것을 멈출 수 없는 흡인력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과거 우리 역사속에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전쟁의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쟁의 잔혹한 행위와 소피의 아픔이 최근 본 영화 ‘귀향’의 영상과 겹쳐지며 눈 앞에 그려지듯 소설 속 장면들이 생생히 전달되어졌다. 폴과 리비와 함께 사라진 소피의 행방을 쫓으며 소피의 존망을 궁금해하며 심장이 조여드는 긴장감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오래전 소피의 손에서 떠난 그림이 어떻게 해서 리브에게 오게 되었는지 찾아내는 과정은 기존 조조 모예스의 책과는 다른 추리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예술품반환이라는 전세계의 사회적 이슈를 과거 빼앗긴 가족의 입장에서가 아닌 현재 소유한 자가 돌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예술품반환이라는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정말 끝까지 소피가 남편과 만났는지, 그림의 주인은 누가 될지 마지막까지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피와 리비 두 여인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용기있게 느껴진다.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다음 소설이 참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