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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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경 작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좀 더 소설을 써주었으면

  하는 치기어린  바람도 있던 터라 만가지 행동도  딱히 기대하지는 않고 읽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리! 하는 마음도 혼자서 갖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님은 나의 이런 바람이 

  나 마음도 혼자 다스리라고 냉정하게 보실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이 좋았던 건 마치 기행문처럼 읽히기도 하고, 좀 더 진솔한 내면의 고백이 담겨져

  있기도 했던 것 같아서였다.. 라고 하면 지나치게 식상한 평이 되려나. 그저 좀 더 가깝게

  저자 옆에 있는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리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그만큼 더

  절실하게 다가왔고, 소설과 심리 상담 에세이를 사이에 둔 고민도 솔직하게 느껴졌다.

  더 어려운 말로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쉬운 말로 풀어내려 했던 건 그만큼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싶어함이 아니었겠는가. 그 시선이 좋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누구를 만나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 처했든 그 상황에 대한 해석과

  사람에 대한 느낌은 온전히 나로부터 온, 내 안에 있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 제일 와닿았다. 책을 읽을 당시 마음을 불편하게 하던 일도 여러 모로

  되돌아보게 되었고, 어색하고 난감해 하는 상황 자체나 그 상황을 어색해하고 난감해하는

  나라는 사람도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시각을 적용하려고도 보았다. 이런 노력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시도 자체에 의미 있으리.

 

  해야 할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사람과 세상을 접하고 나를 닦는 일, 모두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 공부를 하려는 행동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제목을 붙여보았다. 때로는 

  해야 함보다 하지 말아야 함이 날 더 가르치는 법이니까.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던 사랑을 선택하

  는 특별한 기준의 뒷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보지 않았던,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배면이라.

  이것은 이 책을 펼친 하나의 작은 보너스처럼 여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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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다이어리 -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제니스 A.스프링 & 마이클 스프링 지음, 이순영 옮김 / 바롬웍스(=WINE BOOKS)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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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아닌 상담사 역할을 하는 이가 어디서 상담이라도 부탁할 처지에 놓였다.

 아버지의 치매를 옆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아니다, 직접 함께 겪게 되었다.

 아버지는 함께 살고 싶어하지만, 상담가인 저자에게도 그건 힘들 노릇. 결국 요양

 병동에 모시고 자주 방문을 드나들게 되는데, 웰 다잉 다이어리는 그러니까 치매를

 겪는 아버지가 서서히 세상과, 그리고 자녀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소란스럽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적나라하게 담아낸 일기장이다.  가끔은 당황도 하고

 짜증도 나고 걱정도 하고 질투도 하고 두려움도 느끼고, 남의 일에는 제법 성숙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처음 느끼는 일이면 누구나 수선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된 것도 같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 와 함께 나란히 도서관에서 읽어가니 어쩐지 마음 속이 뻐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늙어간다는 것, 부모라는 것은 역시 우리 모두를 건드리는 주제인 듯하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 의 저자가 어머니자 나의 미래의 모습으로, 웰 다잉 다이어리의 부녀도

 마치 나의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두 글이 모두 절절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속내가 나에게도 또 깊이 와 닿은 모양이었다. 얄팍한, 기대하지도

 않았던 두 책을 빼곡히 읽고 두 책에서 준 정서로 마음이 가득 찰랑거리고 있었을 때는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책에서 또 하나둘씩 배우고 치유받는구나 하는 기분까지 느꼈다면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될까.

 

 죽어가거나 늙어간다는 건 결코 아름답거나 즐거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겨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비단 나 자신의 노화나 죽음뿐 아니라 내게서 소중한 사람들의

 떠나감도 그렇게 마치 춤을 추듯이, 보다 고요하게, 보다 한순간 한순간 충만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겠는가. 그럴 때는 또 추하게 실수와 소란

 투성이의 모습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순간이나마 이런 마음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연습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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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의 의미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지음, 신명섭 옮김 / 종합출판(EnG)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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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3년 초반부터는 본의아니게 노년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년 후반의 미래/트렌드처럼 외부에서 온 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아야 할 분야이기도 하고 즐겁게 접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 라는 책은 진중한 제목처럼 담담하고 진중하게

적혔다. 자신의 늙어감을, 늙어감이 가져 오는 현상을, 그 현상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노트에 적어 내려갈 뿐이라는 고백이 있는 그대로 와

닿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노트는 말 없이 고백에 귀를 기울일 뿐이라고 한다.

가장 큰 치유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이라도 하지 않았던가.

노트가 들어주는 것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들어주고 치유해준다.

늙어가면서 실수도 하고 주책 없는 짓도 하고 때로는 후회가 남을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트에 그 행동을 적어가면서 자신의 과오를 바라보고,

그 과오로 인해 더욱 몸을 낮추고 더욱 깊어지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철없이 두서없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적어내려가는 나의 기록도 어쩌면

그렇게 나의 나이테를 묻어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투사도 해보았다.

 

일부러 훈계하려고도, 위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적을 뿐이다.

노년이라는 것에 대한 우아한 고백담을. 하지만 어떤 훈계보다 더 우리를 가르치고,

어떤 위로보다 더 우리를 감싸안는 느낌이다. 기대밖의 수확은 언제나 반갑고

즐겁다. 그럴 때면 별 다섯 개를 총총총.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남겨본다.

지혜롭게 늙어가는 여인은 편안한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따뜻함이 곧 축복임을 알고 침대와 목욕과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수가 새로운 기쁨임을 안다. 좋아하는 것을 가장 단순한 조건으로 얻거나, 자신을 가볍고 능률적으로 조용히 접대할 줄 알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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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 산문의 향기 005
나쓰메 소세키 지음, 미요시 유키오 엮음, 이종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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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리뷰를 안 쓴 거지? 횰횰. 쓰겠다. 하나씩. 요새 나름 책도 읽고 있고

달도 바뀌었으니. 이런 책을 좋아한다. 몇 번씩 밝힌 것 같지만. 유명한, 존경할 만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 에세이나 자서전 류도 좋지만 이렇게 서간집도 또 매력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라. 우선 마음을 읽었었지. 마음은 강상중 저자의 추천으로 읽었다.

이 책은 진중하고 무겁다. 어떤 무게감은 부담스럽지만, 어떤 무게감은 또 좋다.

이런 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심지어 우리가 보는 책도

다수는 가벼운 쪽으로 움직인다. 이 책은 우리를 무거운 곳으로 데리고 간다.

친구나 가족,동료, 후배, 제자들에게 나누는 글인데도 나쓰메 소세키, 어쩐지

깔깔하다. 나는 그 깔깔함이 와 닿는다. 요새는 이 같은 개성을 지닌 사람을, 글을

만나기 힘들다. 묵직하고, 묵묵하고, 엄격한 듯한 말 속에 자신의 원칙을 삶과

문학 속에서 고수하는 대가의 자세가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 이렇게 나이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런 분이 옆에

멀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책으로 만나도 좋을 것이다.

제목으로는 가장 귀감이 되는 말을 올려보았다. 적어도 진보하는, 살아있는 한 성장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면으로는 그 발걸음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세상은 참을성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걸 알고 있나? 불꽃은 순간의 기억밖에 주지 않네. 힘차게,

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걸세. 그것뿐일세.

노대가의 엄중한 음성에 저도 모르게 숙연해지게 된다. 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것이다.

소처럼? 무엇을 미느냐고? 인간을 미는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소가 되어 인간을 미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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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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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추천받았던 책이고,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춘기 성교육 내용인가도 싶었던

책이었는데 물론 잘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데다, 다분히 신선하고 콱 와닿는 소재다.

 

그 소재, 털...그러니까 열일곱살의 털이라니 그건 뭘까? 이 책은 그러니까 좀 밋밋하게

말하자면 두발자유화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삼삼삼으로 머리를 자르라고

강경하게 나서는 선생님들과 학교가 있다. 우리의 주인공 일호는 이발소 집 손자, 삼삼삼

원칙을 가뿐히 넘고 두발준수령을 가장 잘 지키는 모범생 일호로 찍힌다. 찍힌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런데 일호는 이런 자신의 처지가 싫다. 일호는 문제아로 낙인찍힌

문재현이라는 친구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는 게 싫고, 친구들에게 범생이로 오해받는 것도

싫다.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일호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싫다.

할아버지. 이발소. 파르라니 깎은 머리.

 

일호는 결국 체육선생님에게 반항하여 사유서를 몇장씩이나 쓰게 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얌전히 물러설 일호가 아니다. 이발소집 아들, 떠돌아다니기만 하던 일호 아버지가 든든한

구원병으로 나타난 덕에 두발 제재에 맞서는 일인 시위까지 하게 된다. 범생이 일호는 이제

문제아일호가 되었다. 정학을 당하고서도 학교 앞에 가서 시위를 펼치는 일호 군...

 

 

작품의 결말은, 리뷰의 제목에서처럼 다소 감동적이다. 성장 소설에서만 보여지는 환타지려니

하기엔, 의미심장한 감이 있다. 이해하고, 이해받고, 문제아들이 자라 문제아들을 구속하는

어른들이 되고... 때로는 문제가 있었던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억누르려 했던 어른들에게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고찰을 하게 해주는 책. 아이들의 머리에 달려지게 된 별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책이라고 별 다섯개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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