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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고 싶어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8월
평점 :
얼마전 끝난 2018년 서울 국제도서전에 이 책의 작가분이 오셨었는데...
아쉽게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답니다.
내 일정이 아니라 남에 의해서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한것이 속상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화가 많이 풀어졌어요.
아이들이 아닌 어른을위한 그림책
북극곰의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작가의 그림책 [나비가 되고 싶어] 을 만나볼까요.

너무 크지않은 사이즈라서 어린아이들도 손에 쏙들어가는 크기예요.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붉은 티셔트를 입은 붉은 볼의 소녀 데이지는 나비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풀밭에 가만히 엎드려서 자연을 관찰해요.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내가 아니라 다른 동물이 되는 꿈을 꾸었을꺼예요.
데이지는 그중에서도 나비가 되고 싶어하네요.

나비가 되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어요.
아마도 다음페이지는 상상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다들 예상한것처럼 데이지는 되고싶었던 나비가 되어서 여기저기를 날아다녀요.

아마 이런 이야기는 많이들 봤을꺼예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진 않죠.
하지만 뭔가 아쉽긴하죠.
내가 추측했던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면 조금 허무하기도 해요.
하지만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나비가 되어서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데이지가 친구를 만나기 시작해요.
내가 나비가 된다고해도 한참을 날아다니고 나면 조금은 심심해지겠죠.
표지에서도 만났었던 작디작은 달팽이를 만나요.
하지만 달팽이가 엄청나게 크네요.
데이지가 작은 나비가 되었으니 당연하겠죠.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달팽이와 데이지의 대화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왜 그렇게 천천히 기어다니냐고 데이지가 달팽이에게 물어요.
그런데 달팽이의 대답이 아주 근사해요.
누구나 자기한테 맞는 시간이 있다.
너무 멋지지 않나요?
늘 빨리빨리에 밀려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속도에 맞추기보다는 세상의 모든것들은 자신의 시간이 있다.
너무 멋지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빨리 한다고
서두르고 노력하지만
결과를 두고보면 어쩌면 자신만의 시간에 맞춰서 하는 사람이 더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경험을 해봤을꺼예요.
처음에는
아이들의 상상이 실현되고, 일러스트가 멋진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몇번
꼽씹어서 책을 보다보니.
작가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듯해요.
앞만
보고 달리는 나에게 조금 쉬어도 괜찮다고.
남들과
같이 가지못하는것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전해주는 작가의 따뜻한 속삭임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아이들을위해서 읽은 그림책에서 내가 크나큰 위안을받았어요.
아이들에게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늘 곁에 두고 자주 만난다면 데이지처럼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겠죠.
우리집 아이와도 같이 책을 봤는데
아직 작가의 의도를 알진 못하더라구요.
하지만 들어보지도 만나지도 못하는것보다는 이렇게 만난다면 자연이 전해주는 멋진 메시지를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나비가 되고 싶었던 데이지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아이.
그래서 멋진 나비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OHP필름에 나비를 프린트해서 색을 채워줬어요.
알록달록 이쁜 색으로 말이죠.

한참동안 꼼꼼하게 칠해서 멋진 나비가 완성되었어요.
멋진 나비죠!
OHP필름을 이용한것은 빛의 투과를
보여주기위해서였어요.
나비가 하늘을 날아다니면 어떤 색을 가질 수 있을지 한번 경험해보기위해서였죠.

자연광을 이용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데로 형광등불빛을 통과하는 나비의 날개빛을 만나봤어요.
알록달록하게 움직이는 빛의 변화를 보면서 넓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만나봤어요.
남이 정한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서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