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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방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3
김정민 지음 / 북극곰 / 2018년 3월
평점 :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표지 가득 커다란 풍선이 있고. 그 풍선을 잡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신이 났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작은 가방이 아이옆에 놓여있다.
고양이가 가방에 달린 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 가방.
아이의 것인것 같은데...
아이는 풍선에만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제목은 분명 [행복한 가방]인데...
저 가방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책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을 보고 나니 이젠 중학생이 되어버린 내 큰아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가 초등학생때에는 시험이 있었다.
일학년때부터 중간. 기말. 단원평가.
무슨 시험은 그리도 많았는지...
그다지 열심히 학과공부 준비를 하지않고. 학교에 적응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엄마 덕분에 아이의 시험지에는 늘 비가 왔다^^
비가 좀 많이 오지만 가끔 해도 떴기에 괜찮다고 다독였다.
내 앞에서는 그런 척 한 아이.
그래도 집에서 문제집을 풀기는 싫었던 아이다.
그래 괜찮겠지! 했다.
그런데...
어느날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야해서 내가 책가방을 열었다가 가방 저 아래 꼬깃꼬깃 접힌 뭔가를 발견했다.
그게 무엇일까?
괜찮다고만 하던 시험지가 있었는데...
어김없이 비가 왔던 시험지다.
엄마 앞에서는 괜찮은 것 같던 아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꼬깃꼬깃 접어버렸던 아이의 마음에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다.
이 책을 보고 나는 그때의 아픔이 다시 다가왔다.
말로만 괜찮다고 하지말고, 아이의 그 아픔을 달래주려고 노력을 덜 한것 같아서 말이다.
큰아이의 아픔을 경험해서 둘째는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요즘은 도통 시험을 치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또 없다.
그래도 아이의 마음의 짐은 분명 있으리라...
내 경험담을 이야기하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책속의 엄마는 참 현명하고 경쾌하게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데...
한 수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나 자신에 큰 치유가 되었던 북극곰의 [행복한 가방]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림인가 했는데 가만히 보니 판화인듯도 하고?
삽화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느낌이 판화인것 같아요.
표지에 담긴 아이 표정이 아이답고 너무 기분이 좋죠.
살짝 표지를 넘겨보면 마음이 조금 무거워져요.

표지를
넘기면 다른것은 없이 아이가 책상에 앉아있어요.
그런데...
표지에선 그렇게 신이 나더니 풀이 죽어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요.
책상 옆에 가방이 있네요.
이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궁금해서 얼른 책장을 넘겨볼 수 밖에 없어요.

하교를
하는 길인데...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요.
도대체 저 가방에는 뭐가 들었길래? 저리도 무거워서 머리에 이고 가야할까요?
특이한 점 발견하셨나요?
이 그림책은 글자가 없어요.
또한 그림도 단순하고 배경도 없어요.
그래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것 같아요.
도대체 배경이 어딜까?
이 아이는 몇 학년일까?
내가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면 되니 너무 좋아요.

표정이
또 바꼈네요.
세상에나 가방을 재활용박스에 버리네요.
왜 가방을 버리고는 저렇게 흐믓한? 재미있는 표정을 지을까요?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어서 재밌더라구요.
읽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더 흥미로운것 같아요.
글이 우리에게 많은것을 전달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글이 없이 그림만 있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하기도 하더라구요.
한장 한장 넘기면서 아이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것도 재밌고, 왜 행복한 가방인지 책의 제목을 생각해보는것도 재밌어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펼쳐볼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것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예요.
둘째에게 책의 장면을 프린트 해서 말풍선을 채워보기 놀이를 했어요.
물론 둘째는 이 책은 어려번 봤어요.
말풍선 채우기 놀이를 먼저 하고 이 책을 봤으면 더 재미난 상상이 터져나왔을텐데...
부족한 엄마라 순서가 바꿔어버렸네요.

하나하나 말풍선을 채워주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만들어 질지 궁금해요.

우리 아이가 만든 이야기속의 주인공은 가방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나봐요.
오래 써서 지겨운것인지? 원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방을 바꾸고 싶어해요.
가방을 바꾸고 싶은 아이가 생각해낸 것이 잃어버렸다고 말하려고 해요.
아이들 생각이 단순하네요.
그런데...
잃어버려야하는 가방을 할아버지가 찾아주고, 결국 엄마에게 잔소리 폭탄을 맞네요.
엄마앞에서 변명을 하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재밌어요.
실제로 우리 아이 가방이 맘에 안 드는것일지도 모르죠!
며칠 지나서 살짝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혹시 가방을 바꾸고 싶은지 말이예요.
책을 통해서 아이의 속마음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어서 내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어요.
책속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이건 우리아이의 또 다른 작품이니 인정해줘야겠죠^^
마지막 사진속의 엄마 표정이 아닌 좀더 부드러운 표정을 가진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는 밤이네요.
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있어서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