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는 정확히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내재적 교착이다.” (45-46)
“섹슈얼리티에 당황하는 원인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어떤 것, 즉 섹슈얼리티가 보여주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반대로 거기에 없는 어떤 것 - 만일 그 어떤 것이 존재했다면 성이 실제로 무엇인지 결정하고 무엇이 성에 대해 ”성적“인지를 알려줄 어떤 것 - 이다. 성은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47-48)
그러므로 다시 말하지만, 섹슈얼리티에 대한 프로이트-라캉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개념이, 사회적 연계들(혹은 담론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종류의 연계들의 조건들을 좌우하는 비관계를 사유할 수 있는개념적 모델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저 유명한 슬로건, "성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를 재차 확인할 수 있고 그에 새롭고 더욱 급진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다. "성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정치적 투쟁도 일어날 수 있는 존재의 한 영역으로서의 섹슈얼리티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이 말은 진정한 해방적 정치란 오직 위에서 언급한 "객체-탈지향 존재론"의 기반에서만 사유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 존재론은, 단순히 존재로서의 존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존재에 출몰하고 존재에게 형식을 부여하는in-form 균열(실재, 적대)을 추구하는 존재론인 것이다. 다음에서 나는 우리가 이러한 주장에서 결정적인 것을 더욱 면밀히탐구하고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사례들을 들며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려고 한다. 그 사례로는 섹슈얼리티와 정치 사이에 있는 아주 특이한 만남에 대한 것인데, 바로 러시아 맑스주의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Andrei Platonov의 독창적인 글인 「안티-섹수스 The Anti-Secus」에 나오는 것이다. 이 글은 20세기의 해방적 정치논의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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