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를 아는 순간 에피큐리언이 될 수 있으리라고 여겼으나 막상 쉰 가까이 살아보니 그건 너무 나와 맞지 않는 인생 태도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에피큐리언이 될 수 없는 몸과 마음으로 에피큐리언이 되어보겠노라고 애쓴 시간이 아깝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이 에피큐리언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인지한 것이 3분 철학 1권을 읽은 가장 크나큰 소득이었다. 3분 철학 2권을 읽으면서 스피노자를 다시 마주하고 스피노자야말로 진정한 에피큐리언이로다, 박수를 쳐버렸다. 그러니 스피노자 역시 감히 내가 넘볼 수 없는 사상과 사유를 지닌 분, 애초에 그냥 패스해버리도록 하자, 에티카 삼세번 읽어보아도 내 가슴을 촉촉히 적시던 그 시적 감수성이 이제는 내게 사라져버렸으니 크나큰 결론을 내렸고. 3분 철학 3권을 읽으면서 아 이제야 좀 아주 재미가 훅훅 느껴져서 잼나네 하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었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쩝쩝. 3분 미학은 언제 그려주실까요? 작가님, 하고 메일을 보내고 싶었다. 사르트르와 라캉을 읽으면서 왔다갔다 고뇌하는 그 마음이 어느 정도로 깊을지 헤아릴 수 없는 나의 이 무감각함에 좀 진저리가 쳐지면서 공주에서 공수해온 밤양갱을 요거트 다 먹고 커피랑 먹으면서 생긴대로 살자, 뭘 그렇게 애를 쓸까 각자, 서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천년만년 사랑할 것도 아니고 천년만년 섹스할 것도 아니면서 라는 결론에 다다른 건 역시 소피아의 사랑 여정을 훔쳐본 덕분. 민이가 중간고사 끝나고 자기도 읽어보겠노라고 해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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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9-25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피쿠로스를 지침삼는 무리들을 에피큐리언이라고 하는 군요^^!
사르트르와 라캉사이. 말과 살 사이. 실뱅과 자비에(왜때무네 자비에 지못미…🥲)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우리 사이 ㅋㅋㅋ

Darein 2024-09-26 06:10   좋아요 1 | URL
말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허나 자비에 곁에 왜 그리 오래 있었던가? 소피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