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가장으로서의 삶과 아버지로서의 삶, 아들로서의 삶을 모두 살아 내어야하는 남자란 이름으로, 아들이란 이름으로, 아버지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남자의 짐과 사랑이 가슴 절절하고 따뜻하며, 또는 아릿한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는 고향사진관 가장 용준의 이야기 였습니다.
어릴적 허름한 사진관에서의 추억이 오롯이 기억나게 해주는. 그래서, 슬거머니 미소가 머물게하는 제목이였지만, 소설 속 용준에게는 아버지로 기억되고, 기억하는 그의 버팀목겸 기둥인 셈이였습니다. 삶의 굴레이기도 하며, 지켜야 할 의무가 된 아버지의 고향사진관은 그의 삶 전체 였습니다.
군대 제대 얼마전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 용준은 학교도 포기하고, 꿈도 포기하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고향사진관의 주인으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아버지의 아들로서의 길을 가는 용준의 모습에 처연함이 느껴지고, 무기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임감과 효성이 아름답기까지 해서 가슴이 먹먹해져 버렸습니다. 쉽지 않은 18년간의 병수발을 하고, 한번도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공치사도 싫어하는 우직한 모습이 정말 본받아야 할 효성이라 느꼈습니다. 의식도 없는 아버지의 병수발이 얼마나 마음의 짐이 되고, 어려울지 실감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가끔 부모님 중 한분이 쓰러져 병수발이 필요 할때 나도 과연 용준과 같이 해낼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겁부터 더럭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외할머니의 병환을 봐왔기에 더욱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남자의 일생을 보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다 군대에 가고, 제대 후 아버지의 사진관을 운영하며 병간호를 하고, 가족을 돌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버지를 보내고, 친구의 가는 길을 지켜주는 용준의 삶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톡별한 것도 없는 용준의 삶은 여느 가장들의 삼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리의 모습이였고,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이였으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삶이라 생각합니다.
잔잔함에 숨어있는 삶의 짐, 버거움, 고뇌, 희열, 애정, 고통, 슬픔이 인생의 한면처럼 가슴에 와 박혔습니다. 마지막을 읽으면서 혼자있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전 이미 울고 있었거든요. 알수 없는 감동과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용준의 삶에서 진정한 인간의 길을 본듯합니다. 망므이 한껏 따뜻해지는 순간이였습니다. 용준과 희순같은 아들, 딸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