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떨어지는 속도
류성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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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 소원중 하나는 통일이였다. 통일이 무언지 알기나하고 빌었던 소원이였을까. 지금 생각하니 우습다. 사람이 이리 간사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 버린다.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세대이다. 그 국민학교 시절에는 방범표어 짓기, 방범 글짓기, 통일기원 글짓기 같은 글짓기대회도 있었다. 심지어 나는 군부대에서 주관하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 입상까지 했었다. 분단이 무엇인지, 통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른들이 심어준 방범, 간첩, 통일에 대해 말하고 상을 탓을 뿐이다. 그 얼마나 어줍잖은 일인가. 상을 받아서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통일이 쉽게 오는 줄 알았었다. 벌써 20년전의 일이 되었고, 지금의 난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대로 계속 분단국으로 남아도 되질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솔직히 나에게 피해만 없다면 어찌되어도 상관없으리라 생각했었다.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겠지만, 김정일이나 그의 아들이 국가원수 자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더욱 복잡하고 불리한 상황이 발생 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남과 북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정치상황에 촉각을 세우며 암묵적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20년전에 존재하던 그 많던 표어나 전단지속의 간첩이라는 이름의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때보다 더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

 

남한의 봉선화요원 송다혜와 북한의 테러리스트인지 알수 없는 남자 강승혁의 만남은 필연이고 운명이였다. 국가 요원으로서 송다혜는 강승혁에게 접근하고, 두사람의 긴장된 만남이 계속 될수록 나 역시 빠르게 몰입되어 갔다.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두사람이 끌리지 않을리가 없다. 공허했던 삶, 치열한 생존을 위한 투쟁 속에서 길들여진 남과 여는 서로의 감정도 모른체 각자의 임무만이 존재하고 지켜보는 나는 공허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의지와 무관하게 휘둘리는 다혜와 승혁같은 사람들이 국가와 안보라는 이름으로 희생당하지만 정작 그들을 기억하는 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분단국가라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리라. 사랑보다 신념과 국가를 선택한 다혜와 승혁의 사랑이 붉은 장미처럼 뜨겁다. 작가의 말처럼 잊고는 살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로맨스소설이라 정의하고 싶지 않아졌다. 가슴 뭉클한 이느낌은 무엇일까.

두남녀의 사랑에 울고 웃었던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책속의 김정철이 묻는다. 남과 북이 전쟁이 나면 대한의 청년들은 전쟁에 나설지, 아님 해외로 도피할지.

나의 대답은 무엇이 될까. 우리의 대답은....

국가란 이름 앞에서 나하나쯤 희생하고픈 애국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분단국이기에 만날수 있었던 멋진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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