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까만 고양이를 안고 있는 보랏빛 머리카락 여인의 눈빛에 이끌렸습니다.

불안감과 경계의 눈빛이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보여서 저 조차도 위태로움을 느꼈습니다.

꿈꾸지 못하는 여자들의 현실속 흔들리는 영혼을 만났습니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쉴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 그리고,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꾸지 않던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 있는 동안에는 가슴가득 사랑이 넘치고, 설레이던 그 꿈은 현실로 돌아온 저에게는 공허함과 비참한 기분을 주기에 충분한 그런 꿈이였습니다. 꿈속에서 너무나 충만하게 사랑받고 있음에 행복해졌고, 입가에 미소가 떠날줄 모르던 제가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마음이여 그 꿈은 언제나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일상을 무너트리며, 한동안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간혈적으로 열병처럼 찾아오는 꿈이 내게는 충전제이기도 하면서 독약이 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다시 만난 그 꿈은 [태엽감는 여자]를 읽은 여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의 삶, 공허함, 의지, 꿈, 방황, 도피.........

[태엽감는 여자]는 여덟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삶으로의 도피를 꿈꾸고, 위태로운 현실을 살고 있는 여성과 남성들의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왜인지 여자의 모습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녀들에게서 저를 본건지도 모르지요.

공허하기만
했던 여자들의 생활과 생각들이 어느듯 제게 투영되어 잠재의식 속의 제 공허함을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말 그대로 8명의 여인들은 현실이라는 생활에서 공허해 보였습니다. 일탈마져도 자유롭지 않아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과 삶에 갖혀버린 여자의 심리가 불안정함을 줄곧 보여줍니다. 뉴스에서나 볼수 있을 듯한 극단적이고 남달라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고, 제 안의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한 삶, 비참한 현실, 괴로운 문제들 등등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이웃집 여자의 삶처럼, 또는 나의 생활처럼 그렇게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영혼들의 안식처를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나 스스로의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에 당황해 버렸습니다. 현실의 생활에서 방황하지만 그 어디로도 도피하지 못하고 공허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저의 심리와 교차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과 외로움을 어디에서 안식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 나만의 평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을 홀가분하게 버리지는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와닿습니다. 아픈 그들의 삶을 보여줄뿐 답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답은 내안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태엽감는 여자]에서 저는 무엇을 느낀 것일까요. 그나마 내 삶은 이들보다 낫다라는 것, 아니면 이러고는 살지 말아야지하는 것일까. 방향을 잃고 허무함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딤섬>의 그녀처럼 표현하고, 보여주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삶과 나의 마음은 나 스스로 가꾸는 것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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