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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고친 날 1
정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면서 내가 느낀 생각은 왠지 재미있고, 유쾌한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 유쾌하고 톡톡 튀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지 않을수 없었다.
홍성호 : 그는 나이 서른의 대기업의 잘나가는 인기남이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알몸인 자신 옆에 왠 사내가 누워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 원룸으로 들어선 성호의 어머니의 비명에 기겁하고 말았으니......, 그 사내녀석이 절친한 친구의 애지중지 막둥이 선머슴같은 철부지 '희윤' 이였다. 다짜고짜 피덩어리를 건드렸다며 희윤과 결혼하라 막무가내로 나오시는 어머니 때문에 성호는 아주 죽을 맛이다. 그래서, 희윤과 단판을 짓기로한다. 그러나, 성호의 어머니가 친구인 희철에게 둘의 '사고'를 알리고 급기야 희윤의 집에 찾아가 결혼 시키자고 나선다.
조희윤 : 그녀는 스물한살 영어영문과 2학년 대학생이고, 헐렁한 남자 옷만 입고 다니고, 신발도 군함같은 신발에, 커트머리를 하고 있어 그냥 봐도 남자다. 심지어 자신의 오빠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니 여자라 생각할 사람이 없다. 오빠친구 성호랑 사고를 치고 그의 어머니께 현장을 들키고도 '뭐, 그게 그리 대수라고?!' 천하태평하기만 하다. 그날 일을 기억하는 것은 희윤뿐이지만, 사고를 빌미로 성호를 붙잡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되었던 양쪽 집에서 모든 것을 알게되어 결혼을 시키기로 한다. 차근히 연애를 하면서 정도 쌓고, 사랑도 하겠다던 두사람은 희윤이 어리지만 사랑하나 믿고 결혼하려한다. 그러나, 희윤의 과거가, 상처가 희윤의 발목을 붙잡는다. (어린신부의 알콩달콩 예쁘고 사랑스러운 신혼생활을 기대했건만...) 어릴때 겪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당한 성추행의 기억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희윤은 성호를 버리고 유학을 결정한다. 그렇게 어이없이 헤어져버린 두사람.(아~~ 다시 만나야 할텐데.....)
4년뒤 헤어진 두살마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지만 여기저기 모두 두사람의 만남을 반대를 한다.
성호의 어머니가 반대하는 이유가 참 많이 가슴아프고, 화가났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것이라 생각이 되어 참 안타깝고 씁쓸하다. '성추행, 성폭행이란 누구의 잘못인 것일까'란 물음을 던지는 소재와 내용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죄인이 되어버리는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와 상황을 참 현실적이고 희망적으로 표현했다고 본다.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이런 아픔을 가진 설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모든 사랑에 이유와 상처, 아픔을 감싸주고 포용 할수 있는 사랑을 만날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수 있어서 감동적이였다.
평범한 남자가 아픔을 가진 여자를 사랑하게되고, 그 아픔까지 함께하고, 아픔을 같이 치유하며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남성상과 사랑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까지 안아 줄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처음에는 유쾌하고 상큼한 사랑이야기로 시작해 조금씩 무거워지는 사랑 앞에 힘들어하고, 결국엔 서로가 상처를 내보임으로써 당당해지고, 상처마져도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희망적 이야기여서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