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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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년 드라마 <싸인>에서 배우 박신양이 맡았던 윤지훈 역

법의학자로 나왔고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시체 부검할 때 처음에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돌아가실 때의 사인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장면이 기억난다.



유교수님은 책 제목이 독자 입장에서 사이코패스가 지은 책이 아닐까 짐작할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에 부검하신다고 글에 써있는데 교수님 의견보단 출판사에서 이렇게 제목을 뽑았을 것 같다.

일단 제목을 딱 봤을 때 뭐지? 하고 호기심이 드니까.

예전엔 매주 두번 부검하셨다는데 지금은 힘이 부쳐 한번만 하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법의학을 하시는 분이 4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무원들이 근무하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 출간하실 수 있는 건 교수님들이다.

강의, 자문, 인터뷰, 책상 위에 검토해야할 게 100건 정도라는데.. 얼마나 바쁘실지..



혼자 있던 등산객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타살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할 당시, 가해자가 교수님을 쳐다보던 서늘한 눈빛이 느껴져 섬찟하셨다는데.. 무섭지만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있는 그대로 몸이 보여주는 사실만을 말씀하셨을 거다.



법의학 일이 기본적으로 선함, 윤리, 인간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공부 잘해 의대에 간다고 이런 일을 할 수 있진 않으니까. 교수님은 인성과 사명감이 준비되셨던 게 아닌가 싶다.



만삭의 부인을 죽인 의사 사건도 뉴스로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 흥분하고 분노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지만 자신의 아이가 뱃속에 있는데 무죄로 꾸몄다는 것에 놀랐다.

가해자가 만약 의사가 되었다면, 그래서 누군가를 진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치료한다면 과연 인간미가 있었을까..

유교수님과 그 의사는 같은 의대에서 공부했는데 한 분은 인류에 공헌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죽음으로 빠뜨렸다.

같은 공부라도 어떤 그릇에 담아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리 발현된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외국의 법의학자까지 동원했다니 그가 이제 삶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 끝난 것 같다는 퀸의 노래 가사처럼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절박한 심정이라도

잠시 함께 살았던 사람의 영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자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인생이 다하여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을까?

마지막 장면을 평소에 그려본 적이 있었다.

나는 길 위의 죽음, 고독한 죽음을 원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려면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유성호 교수님은 다양하고 많은 죽음의 목격을 통해 자신의 평범한 삶이 더 성숙해졌다고 하신다.

우리는 기껏해봤자 부모, 친척, 등의 죽음만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은 죽음의 트렌드,

요즘의 마지막은 어떠한지를 간접체험하시니 역으로 삶에 더 충실하실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의대에 간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생소한 법의학 분야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처음에 말리셨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유망 분야고 좋을 거라고 장미빛 희망으로 포장해서 말씀하시고

이 길을 가셨다고 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진로로 가기 위해서는 유교수님처럼 부모님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재밌고 사명감을 느끼셨다는데

하나의 강의가 다른 사람의 진로,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유교수님이 법의학자로서의 길이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도 있으셨다는데

맞다. 그런 마음도 있어야 끝까지 그 길 위에 서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충격적이었던 건 147회 칼에 찔려 온 시체가 있었다는데

그 횟수도 일일이 세어야 하지만, 어디까지 칼이 들어갔는지도 살피느라 3,4시간 걸렸다는데..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하실텐데 생활과 일은 분명히 분리한다고 하신다.

내공이 대단하시다. 나는 영향 받을 것 같은데...



자살

연명치료

어떤 것이 생명이 시작이고 어떤 것이 생명이 끝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등

정확히 구분지을 수 없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저 당하는 소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은 어떠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엔 SNS에 유서를 올려놓는 게 유행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유서를 써보거나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는 결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서를 쓰면 정말...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느껴져 속얘기가 나온다.

유교수님 부부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써놓으셨다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치료 받는 것도 (정말 아주 좋은 곳이 아닌 이상)

뭔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나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견을 어느 정도 정리해놓아야겠다.

평소에 가족,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야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죽음은 예고치 않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까? 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 서가명강 오프라인 강연 www.book21.com/lecture
* 서가명강 팟캐스트 audioclip.naver.com/channels/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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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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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여행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을 줄이야, 여행에 대한 깊고 넓은 사색, 삶이란 여행!



책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4월 17일에 초판 인쇄되었는데 30일에 6쇄를 찍었다니!

책이 출간된 후 이주만에 무려 5쇄를 더 찍는 책이 요즘에 있을까?



최근 여행 에세이는 어떤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트렌디한 여행책들이 약간 가벼운 봄바람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은 책 속 허리케인처럼 기어이 독자의 머리 속을 휘젓는 흔적을 남기고 만다.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알쓸신잡을 보며 박학다식하다, 경험이 깊고 넓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뿐..

궁금했던 게 있었다. 사생활에 대해.

부인은 어떤 분일까?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신념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책의 내용보다는 작가가, 영화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을 읽을 땐 몰랐지만 에세이를 읽고 조금 짐작이 되었다.

유년 시절이 많이 힘드셨겠다. 그것을 힘들었다... 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홀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접해야할 세계가 너무 크고 다양했으며

매년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속속들이 알기엔 어렸으며

그 경험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알아지고 담아지고 표현되기보다 어른들은 아마 몰라서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며

그것을 아이가 몸으로 각인된 상처를 말하긴 힘겨웠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안정감

안정감이 없었을 것 같았다.

여행하듯 부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여행자처럼 관찰하다 참여했다를 반복하시지 않았을까.

나도 어렸을 때 안정감이 별로 없었다.

고향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왔어도 작가처럼 안정감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어디선가 본 구절인지는 몰라도

그저 무난한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편안한

안정적인 사람

누군가 자기에게 해를 가할 것이다, 상처를 줄 거라는 불신이 없이,

그냥 맑게 웃으며 낯선 사람을 대하며 쉽게 신뢰하며 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표정조차 밝아서 사람을 끌어당기며 그 혹은 그녀의 인생에서 불운, 불행, 사건, 사고, 같은 단어는 아예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대학원 때 동기 언니가 그랬다.

집안은 언니의 탄생을 환영하고 기뻐했으며 어머니는 그 언니를 복덩이라고 불렀다.

티 없이 자랐다. 물론 집안이 가난했는지 부유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부침 없이 보통 정도는 되었을 것 같다.

그 언니를 보고 있으면 참 부러웠다.

나도 저런 부모님을 가졌다면, 나도 저런 가정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부러웠다.



생은 늘 불안을 동반하므로,

그런 사람들이어도 실존적인 불안, 인생의 갑작스러운 굴곡은 있었을 것이다.



( 아이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한바탕 놀다간 뒤 다시 글을 쓰려니 이건 뭐 ㅎㅎㅎ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결론은 김작가와 나를 비슷하다고 엮고 싶은 건가. ㅋㅋㅋ

그건 아니고. 작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



두번째로는 부인

알쓸신잡에서 김작가의 부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고 이유를 어렴풋이 알았다.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소설 홍보차 출판사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갑자기 허리케인이 불어서

당일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행사를 다시 잡으려고 전화했는데 거절하셨단다.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집에 게임기와 대형 스크린이 있었는데 게임에 몰두하느라....

한 달여..? 게임을 하고 있는데 부인이 아직도 재밌어? 물었다고 한다.

아니라고 하자 그러면 밖에 나갔다 오자고 해서 공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부인을 존경했고 작가가 뭐 때문에 부인을 아낄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었다.

배우자를 완벽히는 아니어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기다려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맞춰주듯 남편의 감정을 알고는 내면아이를 성장시키는 부인 같았다.

내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보였다.



61p.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 호텔의 문을 들어설 때이다. 벨맨이 가방을 받아주고 리셉션 직원은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 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 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 그러나 곧 또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 작가가 이런 이해를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 글쓰기의 힘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반복한다고 이해되었다.



81~82p.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 몇 년간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연구한 아난다 언니가 모임에서 한 말, 많은 책을 읽었는데 책에서 말하는 공통점은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라.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 여행은 그렇게 만들어준다.



p.89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초기 인류가 어떤 존재였을지, 우리가 어떤 이들로부터 진화해왔을지를 알 수 있다.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 어떤 인류는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그린란드나 북극권까지 갔고, 몽골에서 출발한 어떤 그룹은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더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마야와 잉카, 아즈텍 문명을 일구었다.



-> 이 대목에서 충격이었다. 초기 인류의 사냥 방식이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따라 뛰고 또 뛴다. 목표를 무리에서 고립시키면서 추적을 계속한다. 땡볕 아래에서 그들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영양을 쫓는다는 것이었다.(88p.)

뛰면서 먹이감을 구하고 걸으면서 진화했다니! 그렇다면 초기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은 걷기와 뛰기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현대인은 전혀 걷거나 뛰질 않으니 산책과 마라톤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나도 걷고 뛰어야할텐데!!



p.92



그리고 끝없이 이동하는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 티비가 나왔을 때 라디오 없어진다고, 비디오 나왔을 때 영화관 없어진다고, 아무리 가상체험이 발전한다고 해도 직접 체험과 비교할 수 없다. 여행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며 '여행'이라는 개념보다는 세계에서 여러 나라에서 떠돌며 거주하는 것이 '일반화'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거라고 본다. 우리가 앞으로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며 몇 개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사는 지역 또한 그리 될 거라고 예상된다.



p.109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학교 입학시 자기소개서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썼다. 실제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를 객관화할 수 있어서라고 썼다. 일상생활할 때는 잘 모른다. 그런데 떠나 보면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지냈는지 문득문득 떠오른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구나, 나는 이런 걸 원했구나. 오히려 타지에서 깨닫게 된다. 생존에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해결하다 보니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다.

여행이 편치 않을수록 현재를 살 것, 나는 학생 시절 무전여행, 배낭여행을 해보지 못했다.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며 몽골 여행이 생각났다. 덜덜 떨며 자던 게르의 밤과 우리가 납치되는 줄 알았던 공포의 밤 ㅎㅎㅎ

지금은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땐 심각했다. 나는 그 순간에만 현존했다.



p.148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 여행다니며 받았던 도움과 배려는 다른 여행자에게 베풀면 된다는 것, 여행자들에 대한 선의와 베품이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향할 것을 믿는다.



p.196



그렇게 적응을 위해 노력하다가 다시 어딘가로 떠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디에 있더라도 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같은 모험 소설의 구조는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딘가에 도착한 인물들이 가혹한 시련을 거치면서 나름의 질서를 회복하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결국 문명 세계로 복귀한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매우 사랑했던 책들 중에는 이런 플롯이 많았다. (중략)

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 (중략)

여행기는 모험 소설과는 다른 측면에서 나를 안심시켰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불안과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 거기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놀라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끝이 없다는 것, 여행기의 저자 역시 모험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낸다. 그리고 그들은 안전하게 돌아와 그것을 글로 기록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구조, 핵심 플롯이 있다. 어린 날의 나에게 그것은 모험 소설이었고 여행기였다.



-> 아이들의 심리적인 발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상 속에서 죄책감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심지어는 자신을 죽이고 그들이 모두 되살아나는, 반복되는 재생의 의미와 역경과 고난을 거쳐 결국에는 살아남는 이야기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p.212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러니까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를 못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기억 깊은 곳에서 딸려 올라왔다. (중략)



-> 이 책에서 핵심 문단을 꼽으라면 이걸 꼽고 싶었다. 부럽다. 작가이자 여행가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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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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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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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소설보다 더 감동적인 작가의 말,

작가의 말로 진심 위로받았다. 사랑보다 어려운, 삶



한 사람과의 사별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여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별 후의 삶은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처음엔 추리소설 같아 범인을 찾아야지 싶었지만 이내 그러기를 관뒀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후 가족, 다른 사람의 영혼도 일부 죽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 가족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평탄하지 않은, 한 많은 사람의 생은 어떻게 끝나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세상은 어떠해야할까?

신의 존재에 대한 다언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각 인물의 묘사, 드문드문 연도를 띄워서 각 챕터마다 다른 인물이 화자가 된다.

친절하지 않은, 여백이 많은 소설이다.

그래서 좋았다.

독자를 믿어주는 것 같아서.



책 속지에 당신을 상상합니다.

2019. 4 권여선 이라고 쓰여있다.

언젠가 한번 뵙고 여쭤보고 싶다.

깊은 질문과 사색은 어떻게 하시는지..

소설가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깬 도인 같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 같다가도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어본 것처럼 말하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즐거워하는 쾌락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시는 구원이요,

계란 노른자의 아름답고 영롱한 빛과 레몬의 샛노란 자태, 하얀 속살을 드러내주는 참외는

복수를 꿈꾸는 희망이자, 침이 고이고 배가 고프게 하는 식욕이 느껴졌다.

해언이 입고 있었던 노란 원피스와 다언의 노란 원피스, 해언의 무릎과 한 많은 한만우의 무릎, 해언과 혜은, 혜은과 은혜

작가는 샛노란색의 연상과 함께 동어를 반복하나 비슷하거나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을 배치하여, 인물들끼리 비교 대조하며

조금씩 조금씩 핵심에 다가가고 있었다.

줄거리, 결말에 대한 해석을 독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할지 몰라도.

소설을 두번 이상만 읽는다면 각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진 건지 알 수 있다. 살아간 게 아니다.

살아진 거다.

특히 다언의 아픔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심리 묘사는 놀라웠다.

이렇게 힘든 사람의 말을 실제로 들어보신 적이 있었는지 생생했다.



각 인물들이 그 사건 이후,

내 삶을 어찌할 수 없으니..

원점으로 돌아갈수도..

이미 선을 넘어섰으므로..

죄 많은 고독..

한 많은 생을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인간의 숙명을 갖고 있다.



아픈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나의 평(안)과 그들의 불 평을 비교하여 위로가 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표지 레몬의 노란색처럼 따뜻함, 희망, 위로가 느껴지는 건 뭐 때문일까.

신기하다.



이런 소설 한편을 쓰려면,

자신의 속을 몇번 뒤집어야

쓴 것을 얼마나 갈아엎어야 하는지..

존경스럽다.



지금까지 작가의 말은 그저 맨끝에 나오는 글이었다.

직가의 말을 읽고 위로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부디 권작가님이

위로 받은 독자 한사람을 상상해주면 좋겠다.

진심 작가님의 두려움이 나의 두려움과 통했다고.

그저 누르고 참아왔던 두려움과 만나게 해주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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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혁명 - 100세 시대 재도전을 꿈꾸는 신중년에게
오채령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한줄평 : 중년의 갱(년기 아모르)파티에서 오작가님은 중년선도부장 선생님~!

오채령 작가님은 사회학을 전공하시고 현재 영화 제작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작가님에 대한 인상은 늘 공부하시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는 젊게 사는 현역 같은 인상
나는 3장을 다른 장보다 집중해서 읽었다.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생각에.

음식을 주의해서 먹어야겠다.

중년 이후엔 한 끼 식사가 중요하다, 한 끼에 따라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가공식품을 가능한 먹지 않고 소식, 생식하자. 불에 조리한 음식을 되도록 줄이자.

GMO 식품이 여기 저기에 들어가 있는 걸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GMO 표시를 하지 않아 특히 반조리, 조리되어 나오는 음식

어딘가에 들어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GMO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고 표시가 없을수록 더 소비자 개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연어에 대한 진실, 책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보카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먹거리 하나에도 이게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 어느 과정을 거쳐 오는지 알아야 한다.

엄마가 똑똑해져야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겠다.

GMO로 생산된 생물 하나로 인해 종이 전멸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어가 GMO로 생산된다니!!

아이가 연어를 좋아해서 가끔 사먹는데 어떻게 유통되는지 찜찜하긴 했지만 알려 하지 않았었다.

몇 년 전에 왜 연어 관련 식당이 그렇게 늘어났는지. (물론 연어 전문 식당이 전부 gmo 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

마트에 들어가면 살 게 별로 없다는 작가님 글이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

미세먼지를 마시고, 오염물질, 독소, 플라스틱 등이 먹거리와 함께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해독하는 음식이 필요하다.

음식으로 인해 아동의 아토피, 주의산만, 충동성이 늘어난다.

초코*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고 멍해지거나 계속 먹으려하는 충동이 늘어나는 아이가 있다고 들었다.

음식이 달라지면 아이들의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닭, 돼지, 소가 우리에 갇혀 지내며 느끼는 것들, 키우며 죽임을 당하며 분노, 공격성향이 고기에 남아있어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

그 동물들을 어떻게 키우느냐도 중요한데 좁은 땅에서 고가의 비용으로 동물의 복지까지 신경쓰며 키울 수 없는 현실 환경이 안타깝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뉴질랜드 땅이 될 수 없으니..

?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의식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식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수명뿐만 아니라 인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

음식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앞으로 더 식재료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지난 주말 공주 마곡사에 갔는데 할머니 몇 분이 두릅을 팔고 계셨다.

한 바구니에 만원인데 덤으로 더 주셨다.

엄청 많다. 뿌듯 ㅎㅎ

한살씩 먹어가며 다행인 건 생채소, 산나물이 점점 좋아진다는 거다.

여기까지 책 읽고 감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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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X의 탄생 : 속담의 저주 신비한 어휘력 학습 만화 1
박세준 지음, 최우빈 그림, 방민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신비아파트

학습만화 스토리를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쓴 박세준 작가가 지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을 가장 적용하기 쉬운 때가

이거 비밀이야 하고 하는 이야기들

너 누구 좋아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하는데 이런 건 정말 말하면 안 되는데...

이런 경우 이 속담을 쓸 수 있다. 근데... 만화는 무섭다. ㅠㅠ

무서워서 어디 이야기하겠니...? ㅎㅎ

아이한테도 비밀이라고 이야기한 건 다른 친구한테 말하지 말자. 약속하고..

여자 아이들의 다툼은 거의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말과 관련한 속담들이 책에 많이 나와 있다.

요즘 들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미운 털이 막히기도 한다.

예전에 대전역에 갈 때 기차 시간이 빠듯해서 조금 서둘러 가주실 수 있는지 택시 기사님께 부탁했더니

말을 어쩜 그렇게 예쁘게 하냐며.. ㅎㅎㅎ 평소와 별다른 건 없었는데;

신속히 달려서 제 시간에 탈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에 따라 상대방에 어떻게 들을지, 기분이 어떻게 바뀔지 느껴졌다.

아이들은 '말'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모델링이 필요하다.

부모가 화날 때, 부탁할 때, 사랑을 표현할 때 각각 어떻게 말하는지 24시간 보고 배운다.

나도 말을 예쁘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겠다.



아래는 택배상자가 없어지는 신비 아파트...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무시무시한 속담

범인을 찾아가는 신비

마지막에 나오는 캐릭터 카드

오려서 쓸 수 있다.

부록으로 나오는 속담 100개

나의 점수는 몇 점?

테스트로 해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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