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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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드라마 <싸인>에서 배우 박신양이 맡았던 윤지훈 역

법의학자로 나왔고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시체 부검할 때 처음에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돌아가실 때의 사인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장면이 기억난다.



유교수님은 책 제목이 독자 입장에서 사이코패스가 지은 책이 아닐까 짐작할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에 부검하신다고 글에 써있는데 교수님 의견보단 출판사에서 이렇게 제목을 뽑았을 것 같다.

일단 제목을 딱 봤을 때 뭐지? 하고 호기심이 드니까.

예전엔 매주 두번 부검하셨다는데 지금은 힘이 부쳐 한번만 하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법의학을 하시는 분이 4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무원들이 근무하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 출간하실 수 있는 건 교수님들이다.

강의, 자문, 인터뷰, 책상 위에 검토해야할 게 100건 정도라는데.. 얼마나 바쁘실지..



혼자 있던 등산객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타살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할 당시, 가해자가 교수님을 쳐다보던 서늘한 눈빛이 느껴져 섬찟하셨다는데.. 무섭지만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있는 그대로 몸이 보여주는 사실만을 말씀하셨을 거다.



법의학 일이 기본적으로 선함, 윤리, 인간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공부 잘해 의대에 간다고 이런 일을 할 수 있진 않으니까. 교수님은 인성과 사명감이 준비되셨던 게 아닌가 싶다.



만삭의 부인을 죽인 의사 사건도 뉴스로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 흥분하고 분노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지만 자신의 아이가 뱃속에 있는데 무죄로 꾸몄다는 것에 놀랐다.

가해자가 만약 의사가 되었다면, 그래서 누군가를 진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치료한다면 과연 인간미가 있었을까..

유교수님과 그 의사는 같은 의대에서 공부했는데 한 분은 인류에 공헌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죽음으로 빠뜨렸다.

같은 공부라도 어떤 그릇에 담아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리 발현된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외국의 법의학자까지 동원했다니 그가 이제 삶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 끝난 것 같다는 퀸의 노래 가사처럼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절박한 심정이라도

잠시 함께 살았던 사람의 영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자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인생이 다하여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을까?

마지막 장면을 평소에 그려본 적이 있었다.

나는 길 위의 죽음, 고독한 죽음을 원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려면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유성호 교수님은 다양하고 많은 죽음의 목격을 통해 자신의 평범한 삶이 더 성숙해졌다고 하신다.

우리는 기껏해봤자 부모, 친척, 등의 죽음만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은 죽음의 트렌드,

요즘의 마지막은 어떠한지를 간접체험하시니 역으로 삶에 더 충실하실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의대에 간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생소한 법의학 분야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처음에 말리셨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유망 분야고 좋을 거라고 장미빛 희망으로 포장해서 말씀하시고

이 길을 가셨다고 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진로로 가기 위해서는 유교수님처럼 부모님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재밌고 사명감을 느끼셨다는데

하나의 강의가 다른 사람의 진로,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유교수님이 법의학자로서의 길이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도 있으셨다는데

맞다. 그런 마음도 있어야 끝까지 그 길 위에 서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충격적이었던 건 147회 칼에 찔려 온 시체가 있었다는데

그 횟수도 일일이 세어야 하지만, 어디까지 칼이 들어갔는지도 살피느라 3,4시간 걸렸다는데..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하실텐데 생활과 일은 분명히 분리한다고 하신다.

내공이 대단하시다. 나는 영향 받을 것 같은데...



자살

연명치료

어떤 것이 생명이 시작이고 어떤 것이 생명이 끝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등

정확히 구분지을 수 없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저 당하는 소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은 어떠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엔 SNS에 유서를 올려놓는 게 유행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유서를 써보거나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는 결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서를 쓰면 정말...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느껴져 속얘기가 나온다.

유교수님 부부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써놓으셨다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치료 받는 것도 (정말 아주 좋은 곳이 아닌 이상)

뭔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나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견을 어느 정도 정리해놓아야겠다.

평소에 가족,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야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죽음은 예고치 않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까? 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 서가명강 오프라인 강연 www.book21.com/lecture
* 서가명강 팟캐스트 audioclip.naver.com/channels/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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