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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서가명강 시리즈도 이 책으로 벌써 일곱권째다.
처음 주제를 보고 시라~~ 이번에는 패스구나 했었다.
사실 '시' 는 특별한 몇몇 시인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읽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그 몇몇 시인이 랭보, 네루다, 릴케, 윤동주, 류시화 정도이다 보니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시들을 제외하면 아주 유명한 시외엔 아는 시도 별로 없었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사실 '네루다' 때문이었다.
나머지 3명은 이름은 어느 인문서나 여행 관련 책에서 들어서 낯이 익기는 하지만 이름 외엔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네루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시골 고향에 교실 하나만 한 사이즈의 작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시집이 시작이었다.
대학 도서관에 비해 어찌 보면 구멍가게 수준의 도서관에서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라는 지금은 절판된 시집을 발견 그때 처음으로 네루다의 시집을 읽었다.
당시엔 네루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하나 없음에도 그 시집은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고,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몇 번이나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곤 했었다.
지금은 이 책에도 등장하는 네루다의 시집을 몇 권인가 구매해 소장하고 있지만, 도서관이 이전하면서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도서관이 생겼지만 이사 중에 그 시집은 분실되었는지 새로운 도서관에선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가끔 찾아보지만 여전히 절판인 그 시집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네루다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대해서 기본적인 부분부터 알 수 있었다.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을 괘 읽으면서 그가 전투 중에 읽었다는 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 시들의 저자를 긴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피가 함께 흐르고, 가치관과 영혼까지도 묘하게 섞여버린 라틴 아메리카인들을 단순히 혼혈이라거나 단순하게 한쪽의 후손으로 논하기는 힘들 거 같다.
'절망 속에서 부르는 희망노래' 라는 글이 뒤에 등장하는 시인들 특히 세 번째 시인인 '세사르 바예흐'에게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이 세사르 바예흐가 체 게바라가 읽었다는 시집의 저자였다.
체 게바라 평전이나 그 외 관련 도서들에서 그가 읽었다는 시를 소개해주는 부분들이 있어 그때는 시인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체 게바라가 밀림 속의 전투 중에도 읽었다는 것만으로 그 시들은 특별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긴의 일생도 그에게 시가 어떤 의미였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바예흐 편도 그렇고 네루다 편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들의 어린 시절이나 사랑, 죽음에 대한 것 등 일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틈틈이 수록되어 있는 그들의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괘 특별한 보너스인 거 같다.
네루다의 시들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몇 편인가 있지만 저자이자 전문가의 해석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시는 그냥 아무런 지식이 없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네루다와 파라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최고의 시인이기도 하다는 루벤 다리오는 이 책에서 처음 읽었는데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 위대한 시인에 대한 글을 열심히 읽었고 곳곳에 등장하는 그의 시도 조용한 도서관에서 읽었음에도 지금 내게는 딱히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의외이지만 뒤샹전을 함께 갔던 조카의 말을 빌리자면 '나하고는 안 맞나'보다. ㅎㅎ
아무 바로 뒤편에 등장하는 네루다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과 그 뒤에 등장한 '바예흐'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것들이 너무나 인상에 강하게 남아 서일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파라도 루벤 다리오만큼은 아니지만 딱히 기억에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세사르 바예흐' 는 왠지 모르게 평생을 어렵게 살았던 슈베르트가 생각나기도 하고 특히 신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나는 신이 아픈 날에 태어났다' 라는 글에서 참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리오나 네루다는 살아생전에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며 남미인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정열적인 여인들과의 사람을 하면서 부와 명예까지 누리며 괘 충만한 인생을 살았지만, 그는 평생을 가난에 힘겨워 했으며 가족들과 연인이 세상을 떠나고 그것도 부족해서 억울한 옥살이까지 하면서 그리워하던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가 남긴 시집은 생전에 한 권, 사후에 부인에 의해 두 권으로 나눠진 한 권으로 봐도 무방한 시집이라고 하니 그는 단 두 권의 시집으로 그 많은 시로 노벨상까지 받아낸 네루다와 같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동안 체 게바라에 빠져 관련 책들을 읽을 때 봤었던 그가 전투가 잠시 중단된 밤에 밀림 속에서 머리맡의 작은 불빛에 의존해서 책을 읽고 있던 사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내일이면 아니 당장 다음 순간에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체 게바라에게 위안을 주었던 바예흐의 시들을 제대로 만나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