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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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신혼부부인 쇼코와 무츠키 부부 그리고 무츠키의 동성 연인 곤.

이 작품을 처음 읽었던 10여 년 전이었다.

이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겠다는 욕심에 일본 문고본을 구매했고 이제는 표지 뒤편의 일본어를 무난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도 늘었다.

알코올 의존증에 조울증 증세까지 있는 아내 쇼코.

의사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도 의사로 일하며 청소를 좋아하는 무츠키.

고교 시절 옆집에 살던 대학원생 형 무츠키를 사랑하게 되어 연인이 된 곤.

쇼코와 무츠키는 각자의 사정으로 부부가 되었지만 보통의 부부와는 다르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틀리다'가 '다르다'의 의미를 이 작품을 통해서 유난히 선명하게 알게 되었던 거 같다.

쇼코의 부모님도, 무츠키의 부모님도, 쇼코의 친구도 그들 부부를 틀리다며 비난한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고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가장 그들을 모르고 가장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무자비한 사람들이다.

알코올 의존증에 조울증 증세까지 있는 쇼코에게 자신들이 아이를 키워줄테니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들이 결혼해서 며느리가 생겼으니 당연히 손주가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아들이 동성애자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인공수정을 해서라고 아이를 낳으라는 무츠키의 어머니는 정말 자기밖에 아니 자신의 체면밖에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보였다.

설사 아이를 낳았다고 하면 그 아이의 인생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

주변 사람들 특히 각자의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결혼이다.

정신이 불안정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쇼코에게 결혼을 권하는 담당 의사는 그 무능함과 무책임함에 감탄이 나왔고 무츠키가 들려준 부부의 이야기를 쇼코의 아버지에게 바로 이야기하는 쇼코의 친구인 미즈호 역시도 당황스러웠다.

그들이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상대가 자신들의 부모라는 사실을 친구씩이나 되어서 모른다니 적어도 자신의 친구이자 당사자인 쇼코에 대한 배려심 보다 '자신은 쇼코에게 진짜 좋은 친구'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그녀의 우정이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그냥 그들의 평안하고 조용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왜들 그렇게 괴롭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은 예전에도 했었더랬다.

쇼코와 무츠키의 연인 곤은 사이가 좋다.

쇼코는 곤에게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마 무츠키에게 또 다른 짐이 된 듯한 자신에 대한 불만이 아닐까.

무츠키에게 아내 쇼코에 대한 감정과 곤에 대한 감정은 단지 색이 다를 뿐이지 '사랑'일 것이다.

쇼코에게 느끼는 파란빛의 연민도 곤을 향한 붉은빛의 열정도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쇼코의 폭력이며 말도 안 되는 행동과 말을 묵묵히 받아내는 무츠키를 보면 안타까워 보였다.

쇼코에게 무츠키는 이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지만,

무츠키에게 쇼코는 부모님과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위한 위장 아내이자 진짜 연인인 곤을 지키기 위한 바리케이드 정도일텐데, 하지만 무츠키는 그녀와의 결혼에 그리고 그녀에 대해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녀로 인해 일어나는, 그녀가 일으키는 문제들은 나라면 이미 손을 들고 헤어졌을 거 같다는 생각에 작품 속 무츠키의 인내심에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자신과 무츠키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랫집으로 곤을 이사 오게 만드는 쇼코. 아마 쇼코로서는 무츠키가 자신의 곁에 오랜 시간 머물게 하기 위한 나름 영리한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몰른 그녀에게 이 일은 계산이 아닌 아마 자신의 생존을 위한 보호본능에서 나온 일이라고 생각된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무츠키로 하여금 쇼코의 부모님에게 자신과 헤어졌다고 거짓말하게 하기 위해 쇼코와 짜고 잠수를 탄 곤.

자신이 사랑하는 무츠키와 무츠키가 사랑하는 곤을 좋아하는 쇼코가 선택한 일은 또다시 트러블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 만족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다는데 남이 뭐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오래된 친구도 낳고 키워준 부모님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은사자같은 쇼코와 무츠키와 곤이 자신들의 행복과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그런 무난한 나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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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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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안진진.

20대 여성이며 현재는 휴학 중인 대학생. 휴학의 이유는 대학 등록금을 모으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목적이었지만 이미 등록금을 낼 정도의 돈을 다 모았지만 이모부의 뒷배로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어엿한 회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시장의 난전에서 양말을 팔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와 여자 문제로 고등학교 시절 퇴학까지 당한 답답한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가 18년 만에 장만한 18평짜리 집에 살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알코올 중독에 가정 폭력을 거듭하다 가족을 버려두고 가출. 가끔씩 돌아와 어머니가 숨겨둔 돈을 훔쳐 가는 아버지. 현재는 몇 년째 돌아오지 않아 행방불명이다.

설명만으로도 답답한 답이 안 나오는 남자들을 가족으로 둔 장녀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연까지는 아니지만 주요한 등장인물로 진진의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이 있다.

이 쌍둥이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은 주인공의 안진진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 동아줄이지만 그와 동시에 주인공의 가족들 특히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의 이모와 결혼 전에는 똑같은 얼굴이었던 억척스럽게 늙어버린 안진진의 어머니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형편없고 비참한 인생인지 알려주는 무자비한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한 왕비에게 "너는 못났다"라며 끊임없이 백설 공주와 비교하며 그녀의 악행을 부추기는 악의 없는 거울.

어린 시절이었다면 의지가 없는 거울에게 무슨 죄를 묻냐고 했겠지만 어른이 된 후로는 백설공주 이야기 속 진짜 악마는 공주를 괴롭히는 왕비가 아니라 끊임없이 왕비에게 '백설 공주보다 어름답지 않다'라며 끊임없이 왕비를 부추긴 거울이 아닐까 하고.

악의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진짜 악의가 없었을까?

오히려 '악의'라곤 없는 순진한 척을 하면서 상대에게 '나의 행위에 기분 나빠하는 네가 나쁜 사람'이라며 기분 나쁜 악의가 느껴지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대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아닐까?

안진진의 이모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이나 그녀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지루하고 평온한 삶을 방해하는 어머니와 이제는 외모까지도 초라하게 달라진 쌍둥이 이모와 그녀의 식솔들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이나 했을까~

물른 안진진의 아버지나 남동생은 그런 취급을 당할 만한 행동을 했으니 자업자득이지만 한순간의 선택이 갈라놓은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의 인생은 너무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지만 안진진의 어머니에게 이보다 더 불평등한 세상이 또 있을까?

술주정뱅이에 가정폭력까지 일삼는 남편만 해도 억울하기 그지없는데 자식들까지 쌍둥이 여동생의 잘나디 잘난 자식들과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만큼 형편없는 인생을 살고 있으니 그 화병이 오죽했을까.

이렇게 답답한 가족 사이에 살고 있는 안진진에게 아름다운 이모는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비상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비상구에서 살 수는 없다.

이모외에도 안진진에게는 그대로 비상구가 있다.

그녀에게는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명의 연인이 있다.

처음 만난부터 차이가 나는 두 남자는 가족사나 직업이나 경제적 환경, 성격까지 정반대의 소유자이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무계획에 순수하고 사람 좋은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 경제력은 없어 보이는 김장우.

대기업에 다니며 무슨 일이든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자신만만한 경제적으로 윤택한 나영규.

모든 것을 이룬 평안한 삶을 살아가든 이모가 갑자기 자살을 하기 전 안진진은 순수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남자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꼈다.

사실 김장우는 진짜 안진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범죄자로 감옥에 있는 남동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으로 부족해 가출해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 심지어 그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부유한 이모를 안진진의 어머니라고 착각하고 있다.

과연 김장우가 사랑하는 안진진은 진짜 안진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진짜 안진진과 그녀의 집안 사정과 경제적 환경까지 안다면 그래도 그녀와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형과 형수에게 소개했을까?

사업이 망해서 살 곳마저 없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동생의 집에 얹어 살고 있는 김장우의 형과 형수도 진짜 안진진의 배경을 안다면 그렇게 환영했을까?

사람 좋은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김장우 가족은 부유한 어머니를 둔 안진진을 아내로, 제수씨로, 동서로 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적일까?

김장우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영규에게 이별을 말하려고 했던 안진진의 계획은 결국 이뤄지지 않는다.

안진진의 아름답고 부유한 이모는 잘나고 완벽한 자식들이 공부가 끝난 후에도 한국에 아니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그 완벽함이 지루해서 자살을 했다.

.안진진의 말대로 이모의 자살은 완벽한 남편이었고 완벽한 자식들이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고통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이모가 없다고 그들의 인생에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국에서 엄마 없이 산 이모의 자식들은 그녀가 없다고 곤란한 일은 딱히 없어 보인다.

그들의 생활권에서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장식장에 올려둔 사진 몇 장외에 있을까~

이모부가 느꼈을 배신감이 이해가 간다.

그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심지어 아내의 가족에게도 쓰레기 같은 아내의 형부에게도 큰돈을 선처해 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어머니보다 더 사랑했고 의지했던 친구 같았던 이모의 죽음으로 안진진은 인생의 동반자를 바꾸었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김장우와 헤어지고 이모부를 닮은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이모는 매일매일이 돈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바쁘고 남편과 아들이 벌리는 사건과 사고로 문제투성이인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안진진은 나영규를 답답하고 자신의 계획만을 중시하는 재미없는 사람으로 표현했지만 그녀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와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그녀는 김장우를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안진진을. 진짜 안진진을 사랑하는 사람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가 아니었을까. 그는 그녀의 문제적 가족 환경들을 모두 알고도 도움을 주려고 했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는 안진진을 이 끔찍한 집안에서 해방시켜줄 마음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모순'은 쌍둥이 일란성 자매와 그녀들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쌍둥이 중 언니 쪽의 딸인 안진진은 자신의 가족들과 이모의 가족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녀의 두 연인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배운 셈이다.

모든 것에서 비교가 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딱히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노력하든, 그대로 주저앉아 불평만 늘어놓으며 좌절하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유하고 아름다웠으며 모든 것을 갖춘 잘난 자식들과 잘난 남편을 둔 쌍둥이 동생은 조카에게 편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군대를 제대하고도 여전히 철이 없다못해 조폭놀이에 빠진 문제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은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있고, 문제만 일으키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남편이 치매와 중풍에 걸려 돌아온 쌍둥이 언니는 일본어 책과 법에 대한 책에 이어서 치매와 중풍에 대한 책을 읽으며 열심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이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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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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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유명 소설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

유명 미스터리 소설가인 모리바야시 아사미는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으며 뇌종양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 자살한다는 글을 남긴다.

처음에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홍보의 하나가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작품의 일부분인가 하던 댓글이 올라오지만 이내 각종 추측성 댓글로 가득 채워진다.

이 글을 본 그녀의 남편 마사타카는 아내가 뇌종양에 걸린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에 이른 이들 부부.

남편이라는 이 작자는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괘나 매력적인 껍데기를 제외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이다.

잘나가는 작가 아내를 둔 덕분에 결혼 후 직장도 그만두고 먹고 놀기만 하며

아니 먹고 놀기만 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유명 소설가의 남편이자 예비 소설가라며 아내와 관련된 여자들과 만나 불륜이나 저지르는 못난 남편+못난 남자의 대명사인 거 같은 그런 쓰레기이다.

마사타카의 현재 불륜 상대이자 아사미의 광팬+편집자인 시오리는 아사미가 새로운 작품의 플롯을 자신에게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녀가 알고 있는 비밀들이 탄로 날까 봐 겁이 났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쓰레기 3인방 마사타카, 그의 불륜녀 시오리 그리고 아사미의 시어머니인 마사타카의 엄마.

그 엄마가 그 아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쓰레기 모자는 살아생전 아사미를 괴롭힌 만큼 아사미의 복수에 처절하게 당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은 어린 시절 부모라는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옆집 할머니의 신고로 구해져 보육원에서 살고 있던 아사미는 자신의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다가 학교 선생이라는 작자의 동정 어린 공표로 알게 되었다.

"이 선생 미친 거 아냐~"

세상에 어떤 인간이 그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당사자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말한단 말인가~

이 인간은 선생으로서의 자질은 물른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조차도 되지 않은 인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사미의 말대로 동정보다 성가신 감정은 없다.

동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동정을 받는 상대에게는 성가시기 그지없다.

상대에 대한 우월감과 상대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자신의 따뜻한 마음(?) 속에 숨기고 상대방에게 반격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가증스러운 감정이다.

'반격하면 네가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짓밟는 감정이 바로 동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글 중에 가장 공감이 갔다.

작품 속의 작품으로 등장하는 다섯 소녀의 이야기는 참으로 참담했다.

가족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였던 아시미가 고교에 입학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

밖에서 보기엔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란 그저 평범한 여고생으로 보이지만 아사미를 제외한 4명의 친구들에게 그녀들의 가족들은 삶에 있어 족쇄이자 걸림돌을 넘어서 법의 망을 교묘히 벗어난 범죄자들이었다.

'보호자=가해자'

소녀들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핍박과 학대, 협박, 폭언, 성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바람이 난 집을 떠난 남편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할머니를 돌보게 하기 위해 학교를 쉬라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생모.

아내가 떠난 후 자신의 딸을 임신까지 시킨 후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현직 교사인 생부.

장남이 아파서 자신들의 사후에 그 장남을 돌보게 하기 위해 아이를 낳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부부.

자신들의 병원을 잇게 하기 위해 의대에 입학하라고 닥달하다 성적이 안되니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성에게 어린 딸을 결혼 시키려 하는 의사 부부.

(이런 인간들을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참 대단한 생부생모들이다.

4소녀의 자살로 부모들은 결국 자신들이 가지고 괴롭힐 카드를 영원히 잃어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4명의 친구들의 딱한 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시도했던 자살쇼는 아시미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에게는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도망처였다.

나중에 병원에서 눈을 뜬 아사미는 뒤늦게 당시의 친구들이 진짜 마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매일매일 죽고 싶었을 그녀들에게 아사미의 자살 시나리오는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4명의 친구들을 한날 한시에 잃어버린 아사미에게 먼 친척이라는 후원자가 나타났고 생각지도 못한 대학생이 되었다.

4명의 친구들과 아사미는 그렇게 만날 운명이었을까.

그녀들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까?

다섯명이 모두 쓰레기 같은 부모를 만났지만 아사미는 그나마 어린 시절에 탈출할 수 있었다는 차이가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일까~

소설 속 이야기지만 종종 '그알'같은 사건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뇌리에 오래 남았다.

뭐 결과적으로 아사미는 친구들을 죽인 진짜 살인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소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그 비열하고 추악한 진짜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렸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친구들의 복수를 한 셈이다.

그리고 그녀를 망친 남편과 시어머니까지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이긴다'는 고사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소설가 모리바야시 아사미의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복수극이 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끝까지 죽은 아사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그들에게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는다.

아사미의 복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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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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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인간 실격'에 대한 일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다 보면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자주 등장했고 그의 대표 작품이자 일본 문학의 진수라는 '인간 실격'에 대해서도 자주 접했지만 딱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본이 자랑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는데 괘나 인내심을 발휘한 적이 있어서 이런 대단한 작품들은 부담감부터 느껴진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일생에 대해 알면 알수록 부잣집 도련님이 복에 겨워서 주체를 하지 못하고 살다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까지 자신의 죽음에 끌어들인 무책임하고 약한(악한) 지식인의 모습이 강해서인지 그다지 호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그의 작품들을 피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 특히 일부분이지만 원어인 일본어로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괘 오래전에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을 읽게 되리라고는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번역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문장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가정 환경 등을 생각해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운을 타고났는지 그리고 그 행운을 허비했다는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는 거 같다.

끼니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도쿄 제국 대학까지 들어갔으면서 불륜과 연인이라는 여성들과의 동반자살 시도라니 그것도 첫 시도로 자신을 살아남고 여성만 죽게 만들고도 부족해서 몇 번이나 시도하고 마지막엔 연인이라는 불륜녀와 같이 투신자살했다고 하니 작가로는 뛰어난 지성과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지만 연인으로도 남편으로도 자식으로도 부모로도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의 작품들을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로서의 다자이 오사무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작품들 중 부분부분 이해할 수 없는 형편없는 인물들이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도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고 해야 할까~

'아는 것도 배운 것도 많아 잘난 부모 덕분에 부족함이 없이 산 도련님이 자신만의 이상에 빠져서 자신도 고달프고 주변 사람도 고달프게 만든 천재 작가'

시대의 지성이니 하며 떠받들고 있지만 재능과 인성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작품들은 확실히 그가 왜 일본에서 그토록 추앙받고 있는 알 수 있었다.

인간실격 외엔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자이 오사무의 작가적 재능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특히 '직소'나 '어쩔 수 없구나'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바뀌게 해주었던 거 같다.

'앵두'에서는 그에게서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도 발견할 수 있어 의외였다.

일생을 불륜과 일탈을 일삼았으며 죽음조차도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방식으로 택했던 그가 이런 작품을 남겼으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람과 미에 대하여'는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어 그의 작품들이 지닌 다양성에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그의 이른 죽음에 왜 그토록 일본인들이 아쉬워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자살한 작가' 로만 알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특히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의 작가다운 부분들을 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개인보다 그의 작품들을 먼저 알았더라면 나 역시도 그를 멋진 작가로 알았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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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가 돈을 쓰는 기업에 투자하라 - 뉴요커가 움직이면 미국 주식이 움직인다
김용갑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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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텐베거"
'10배의 수익을 주는 꿈의 종목' 을 일컫는 이 말은 전설의 투자자 피터 린치가 만든 단어이다.
매수가의 10배의 이익을 주는 그런 종목을 만나는 것은 투자자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일 것이다.
주식 투자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투자자가 피터 린치였다.
전성기에 마젤란 펀드를 이끌면서 "텐버거" 종목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으며 엄청난 수익을 거둔 후 두 딸을 위해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간 그는 말 그대로 월가의 전설이 되었다.

피터 린치가 투자할 기업을 찾을 때 아내와 딸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찾았다는 이야기 또한 유명한 이야기다.
나스닥의 첨단 기술 기업들의 이름이 너무나 익숙한 것은 대한민국의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가 '테슬라와 엔비디아만 사랑하는 야수의 민족' 이라며 대한민국의 투자자들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주식투자를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기업에 직,간접 투자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반짝이는 이해조차 되지 않은 어려운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기업들에 비해 덜 반짝이지만 주식 시장의 하늘에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기업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미국 주식 시장에는 소비 관련 종목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지만 버핏이 코카콜라나 필립스 등의 소비재에 긴 시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재 기업들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투자에 적합한 점은 '예측 가능성'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공감이 갔다.
미국 주식 시장의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에서 소비 관련 기업들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기도 했다.

미국의 소비의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의 도시 중에 뉴욕은 전 세계의 나라에서 온 각종 인종들이 모여 있는 가장 국제적인 도시이다.
뉴욕의 사람들이 돈을 소비하는 제품들은 이내 세계 시장으로 그 명성을 펼쳐 나간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소도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코스트코나 스타벅스는 당연하고 여성들이 즐겨 입는 요가복 룰루레몬, 거리에서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코치 핸드백. 어느 집이나 신발장에 하나 이상은 있는 뉴발란스와 스케쳐스.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리사의 연인으로 유럽의 명품 그룹 LVMH 등 뉴욕 시민들이 사랑하는 상품들을 판매하는 많은 기업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주식을 공부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홈디포는 아마존이 끼어들 수 없는 시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로우스는 집안 인테리어의 주도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기업의 지향점으로 찾아냈다고하니 그 착안에 감탄하게 된다.
스타벅스와는 다른 전략으로 자신들의 고객들을 늘려가는 커피 전문점 그리고 커피로 시작했지만 트렌트에 맞춰 커피가 아닌 음료들을 중점적으로 판매해 대박이 난 카페 등 이 책에는 만나는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기업들이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창업주들의 꿈을 여전히 모토로 삼아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도 있었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 창업 당시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기업들도 있었다.
소비재 기업들은 테슬라나 엔비디아처럼 천재적인 창업자들의 대단한 기술은 없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채우는 작은 세심함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브랜드들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기업들이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쇠락하는 모습까지 뉴욕을 거점으로 뉴욕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많은 기업들을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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