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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최고의 과학자 13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면서 과학자들은 어떤 사람인지 무지한 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과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13명의 과학자를 만나 인터뷰한 형식의 책으로 과학의 내용이외에도 과학자의 철학, 종교, 개인사까지도 거침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다.
심지어는 16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대담도 들어가 있는데, 그의 저서를 근거로 가상형식의 인터뷰까지도 실어놨으니, 과학자의 개인적 철학이나 관심, 밝히기 어려운 생각까지도 종종 듣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객관성이 생명인 과학에서 조차 과학자 개인의 이력과 문화적 뿌리가 그의 관심사를 규정하고 심지어는 역자말대로 과학의 보편성과 과학자의 개별성이 이룬 팽팽한 긴장이 과학의 아름다움의 근원인지 모른다는 말은 과학자들의 성격과 관심사, 개인적인 고민 속에 과학의 객관적인 이론이 빛을 발하게 됨을 이해하게 된다.
p17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끈기다. 고집에 가까운 끈기, 후퇴와 자기회의에 굴하지 않는, 특히 경쟁에 아랑곳하지 않는 끈기 말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과학자이자 과학컬럼니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은 과학자는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실망을 대가로 지불해야 되는지, 늘 성공한 연구소식을 접하는 대중들에게 과학은 오히려 인내와 고집의 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유기화학 반응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법칙을 발견하여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알드 호프만은 재미있게도 시인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욕구,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이야기 한다.
p31 우리의 지성은 패턴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단순한 것을 선호해요.
p32 아름다움은 긴장에서 나와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긴장,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의 긴장.
퀘이사 연구를 통해 빅뱅의 증거를 제시한 마틴 리스는 슈테판 클라인의 연구해볼 만한 경이로운 대상이 눈앞에 많은데 왜 저 멀리 있는 별을 연구하냐는 짓궂은 질문에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인데 어찌 별을 연구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즉 별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물질이 고작 전우주의 4%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도 이야기 해준다.
p64 우주의 거의 4분의 3이 암흑에너지로 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나머지 4분의 1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암흑물질입니다. …… 그럼, 우리가 아는 물질은 뭐냐고요? 그런 익숙한 물질은 우주에서 고작 4퍼센트를 차지해요.
신경생물학자이자 독일 최고 권위의 과학자상인 라이프니츠 상을 받은 한나 모니어는 뇌의 기억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다.
그녀는 소수민족인 작센 족 출신으로 힘들게 고향을 등지며 살았던 세월을 이야기하는 인간적인 과학자이며, 수백만 개의 뉴런이 조화롭게 활동하도록 만드는 중간뉴런을 연구 중이다. 중간뉴런이 잘 협동해야만 우리가 과거 장면을 회상할 수 있다.
p86 뇌에 새로 들어온 모든 신호는 곧바로 이미 저장되어 있는 정보와 비교되거든요. 우리는 늙을수록 무언가에 감동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그 이유 중에 얕잡아 볼 수 없는 하나가 이 비교 과정이에요.
p88 아무튼 모든 기억 하나하나가 우리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 통찰에 입각해서 미구 인지심리학자 다니엘 스캑터는 “우리는 기억이다.”라는 주장까지 내놓았고요.
1514년 로마에 살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시체를 해부를 한 이유와 동맥경화현상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자신의 글은 수리과학을 이해해야만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p114 사람은 정신을 끊임없이 사용해야 해요. 우리가 편안함에 빠져들면, 정신은 마치 그 면도날처럼 금세 날카로움을 잃고 추한 무지의 녹에 덮여 볼품없게 되지요.
원시 말벌 종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행동과학자중 한명인 라가벤드라 가닥카는 취미 삼아 관찰했던 말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학자다.
그는 말벌 관찰을 통해 비용과 이익의 비율이 협동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원리를 밝혔다.
p122 말벌뿐 아니라 꿀벌과 개미를 봐도 수컷은 잉여라는 사실을 더없이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p134 보살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보답을 합니다. 반면에 말벌은 아무 보답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말벌을 보살피면, 참된 헌신을 배우게 돼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신경경제학의 대가인 에른스트 페르는 사람들이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판단에 대해 연구하며 도덕적위기가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p145 이타심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비슷한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 하는 단서는 확보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무언가를 타인과 나눠 갖는 놀이를 시켜보면, 일란성 쌍둥이들은 놀랄 만큼 유사하게 행동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우리 팀은 이타심의 유전적 토대를 밝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p157 막스 프리쉬는 인류 역사의 모든 혁명가가 행복이 아니라 정의를 약속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p158 일부 최고경영자들은 탁월한 실적 때문에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부정의는 한 사회 전체의 자기 이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어요. 지금 우리는 경제 위기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도덕적위기가 훨씬 심각합니다.
파푸아뉴기니를 24회나 탐사한 쓸개의 관한 전문가이자 『총균쇠』와 『문명의 붕괴』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왜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이 인류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쓰는 전문가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준다.
p289 인종주의는 모든 오류를 통틀어 그 대가가 가장 큰 오류의 하나입니다.
p295 알카에다의 등장에는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자연적인 생활환경의 몰락도 한 원인이고요. 삶의 처지가 척박해지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집단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리학자이자 우주의 탄생과 구조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왜 과학자들이 법칙을 찾기를 원하고 단순한 모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유대교집안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며, 종교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를 대답하게 한다.
p316 우리가 궁극의 이론을 추구하면서 아무리 멀리 나아가더라도, 우리는 왜 자연법칙이 지금 이대로인지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비밀은 끝내 남을 겁니다.
p319 다른 맥락에서도 종교는 내가 보기에 이득보다 해악을 더 많이 가져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온갖 종교전쟁을 생각해보세요. 지금 많은 서양인들은 호전적인 이슬람 세력을 두려워합니다. 16세기와 17세기에는 기독교 세력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