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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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기가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뒷동산에 올라 쏟아질 빛나던 하늘의 촘촘한 별들은 가로등불과 휘황하게 밝은 네온사인들, 그리고 큰 건물들의 빛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여행간 밤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누워 쏟아지듯 빛나는 별을 보며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찾고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저에게 별은 과학적분석의 대상이기 보다는 순수한 감성적 어떤 이미지를 간직한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별들이 인간이 만든 빛속에 잊히듯 우리도 우주를 잊고 살고 있습니다. 우주를 잊고 산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찰나의 존재라는 잊고 산다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 『코스모스』를 보면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늘의 별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전쟁과 환경오염 그리고 핵폭탄 등의 범지구적 재앙을 가져올지고 모르는 지독한 이기주의적 국가관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면 범지구적관점을 가지는 것이 이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칼세이건의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절실한 인간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전우주적 관념에서 본다면 인간은 지극히 귀중한 존재이니까요.

 

p674 인간은 지구라고 불리는 이 자그마한 행성에서만 사는 존재이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과학 서적으로 생각하고 읽었던 이 책에는 유전자와 원자, 양성자, 쿼크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우주와 은하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과학의 답변과 더불어 인간이 왜 귀중한지, 그리고 그 인간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이 담겨있습니다.

 

과학 서적에 이런 인문학적 생각까지 녹여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30년이 지나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자체 또한 과학 서적으로는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도 과학의 발전을 본다면 비약적일 터인데 30년 넘게 살아남은 과학 서적이라면 무조건 읽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

 

2500년 전 이오니아의 학자들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그 과학자들의 잊혀진 이야기가 중세의 어둠속에 갇혀 있다가 르네상스 이후에 근대 과학의 탐구로 이어졌던 과학사적 이야기와, 조르다노 브루노의 우주관, 케플러의 행성의 타원운동 과학사와 과학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이 책은 700페이지가 넘지만 쉽게 읽힐 뿐만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힘들 일들이 있었습니다. 힘든 일이라는 것이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얼마나 작은 일이면,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일 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욕심으로 어떤 일을 보기 보다는 그 욕심을 버리고 어떤 일을 바라봐야만 그 일이 제대로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칼세이건은 지구는 우리은하에서도 변두리에 속하며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왜 열심히 충실하게 살아야 하고, 우주를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 해줍니다.

 

p631 이제야 우리는 스스로를 1조개의 별들을 각각 거느린 1조 개의 은하들이 여기저기 점점이 떠 있는 저 광막한 우주의 바다에 부질없이 떠다니는 초라한 존재로 보고 있다.

 

초라하지만 귀중한 인간을 생각하며 읽어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듯합니다.

참고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13부작의 코스모스 다큐도 방영되었는데, 이것과 같이 보면 이 책의 내용이 정말 잘 이해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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