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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징 - 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 & 리 디바인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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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구가 밀집된 사회에 살다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옛날처럼 땅과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그 속에서 노동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회에 비하면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자신의 위치가 정립되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짜증과 분노, 그리고 심지어는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사건들은 별거 아닌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며 그 폭발된 분노는 그 사람의 운명까지도 망쳐버리는 불행에 이르게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럼 이런 ‘분노조절장애’가 만연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분노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참아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하버드의대 전임강사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죠셉 슈랜드 박사는 분노는 참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체한다는 의미에 대해 저자는 분노가 생겨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노의 원인은 질투와 의심에서 발생한다고 말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보다 많은 자산이나 영역,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질투, 그리고 원초적으로 내가 가진 것을 누가 빼앗아 가면 어쩌나하는 불안한 심리 속에 시작된 감정이 의심인데 의심이 결국 짜증과 분노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의 변연계와 전전두엽에 대한 설명이다. 변연계는 파충류의 뇌에도 사람의 뇌에도 있는 부분으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미움, 시기, 질투, 기쁨, 사랑의 감정이 이곳 변연계에서 시작된다고 하며, 전전두엽은 인류의 진화과정중 가장 늦게 발달된 부분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공감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뇌의 앞부분을 말한다.

저자는 분노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전전두엽의 사용을 권장한다. 즉 분노가 일어나면 분노가 가져올 행동을 예측하고, 또 한 가지는 ‘마음 이론’에 따라 그 사람의 입장에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즉 당신의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든 앞차를 세우고 뒤 트렁크에 있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앞차를 두드려 부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당신은 쇠고랑을 찰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너무나도 급한 일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분노는 사그라진다고 말한다.

 

p81 “화를 붙들고 있는 것은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누군가에게 던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석탄에 손을 데는 것은 결국 우리자신이다.”라는 부처의 말은 진리다.

라는 말처럼 분노를 통해 가장 많이 상처받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천고불변의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분노는 결국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일으키고 몸의 혈압을 상승시키며 결국은 건강까지 해치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면 전전두엽을 이용하여 분노를 해체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저자는 분노의 해체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존중하기, 공감하기, 분노를 언어화하여 제대로 말하기, 감사 표현하기를 제시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화를 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과 통하는 것이다.

화가 난 사람에게 화를 같이 내는 것은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격이니 오히려 차분하고 안정된 말투로 그가 화난 부분을 이해하라는 말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결국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타심을 가지고 남을 돕거나 이해주는 것이 사회를 바꾸고 왕따나 학교폭력을 없애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늘 감사하며 살아라. 라고 종교는 말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것은 싶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감사를 표현하는 것만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며, 존중받는 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화를 내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부부나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행동에 대해, 오히려 자꾸 고맙다는 표현을 한다면 많은 것이 바뀌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훨씬 더 견고 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돌아보니 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실천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구체적인 의학적 사실과 실험들을 통해 그 당연성을 증명해주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으로 화를 풀어낸다.

의심과 질투속가 만들어내는 분노, 그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해체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들이 긍정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변연계 모드가 아닌 전전두엽모드로 내 마음을 세팅해보는 것이 어떨까?

 

p20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의 분노에 대처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분노를 ‘느끼는’데에서 분노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관점을 옮김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디퓨징이다.

p30 분노는 우리 개개인을 엄청난 힘으로 지배하며, 관계·커리어·교육·경험·건강 등 우리 삶 모든 면에서 흐름을 바꾸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남길 정도로 영향을 끼친다.

p58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의 분노는 그의 책임이다. 분노로 인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다.

p91 화가 난 뇌를 머리에 이고 돌아다니면, 주변 세상의 단서들을 잘못 인식하고 중립적인 자극에 화를 낼 것이다.

p103 질투는 나에게는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은 갖고 있다는 사실에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할 때 진정한 고통이 생긴다.

p141 표정의 힘을 기억하라. 우리가 친근하게 보일수록 상대방에게 믿음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p200 고객 서비스 전문가들은 모든 고객을 존중하며 공손하게 대하고 고객이 겪은 일에 공감해 주는 훈련을 받는다. 상대를 존중하는 효과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가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p266 나는 편안하고 차분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어조로 말을 하면 분노한 십대나 정신질환이 있는 성인의 분노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p330 ‘존중’이 바로 분노의 해체, 즉 디퓨징의 본질이다.

p334 이성적인 뇌를 이용하여 분노를 현명하게 해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퓨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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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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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자본을 근간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는 출현한지 250년 만에 세상을 지배하는 경제 체제가 되었고 우리는 그 체제 내에서 좋든 싫든 간에 살아가야 한다.

 

우리사회는 돈 없이는 어떤 것도 돌아가지 않는 사회이며, 이젠 눈에 보이는 돈이 아닌 통장에 찍힌 돈, 신용의 빚인 카드를 쓰며 살아가는 신용을 근간으로 하는 소위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재테크니, 펀드, 주식, 보험 이야기를 광고를 통해 혹은 뉴스를 통해 수시로 접하며, 가입해야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사는 이런 것들에 대해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위험성을 은행이 아닌 자신이 직접 챙겨야하는 사회가 우리사회, 금융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추상적인 어휘에서 벗어나면 자본주의는 당신 삶과 오늘 먹고 사는 물건들, 그리고 사치품, 핸드폰등 모든 것들을 상품화시키고 금융상품을 팔며,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고 갚아가며, 저축하는 모든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주식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지급 정지된 저축은행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고객들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자본주의의 위험성과 냉엄함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같다.

 

이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전편의 자본주의를 좀 더 실용에 가깝게 만들어낸 실습서 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 FTA니 하면서 세계경제의 흐름과 이론을 따라가는 것도 큰 틀을 이해하는 데는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삶속에 침투해 있는 자본주의 룰과 그것을 잘 이용하는 법을 아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재테크와 쏟아지는 광고와 소비재들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방법, 돈을 모으려면 어찌해야 되는지, 그리고 이 힘든 자본주의를 살아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이론과 현실과 다르다고 하고, 책은 책이요 현실은 현실이 아니라.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살아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물론 많이 벌고 많이 저축하고 살 수 있다면 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0.1%가 대다수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빈익빈 부익부’사회의 나머지 99.9%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는 금융서적이라고 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장 내일 저축할 돈은 없어도 홈쇼핑에 혹하여 물건을 사야하고, 지나가는 외제차를 보면 그 차를 사고 싶은 마음, 명품을 사야 당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사회를 살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현재의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복지를 강화하자고 말한다. 물론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겠지만, 그 세금이 빈익빈 부익부를 개선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며, 사회의 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9년째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 한 번의 실패로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가 아닌, 실패해도 재교육을 시켜 일으키고, 최소의 생활은 국가의 보장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맨 마지막 페이지의 글 한 줄이 가슴을 울렸다.

p341 “다른 사람들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이 행복해질 수 있나요?”

 

모두가 잘살 수는 없겠지만 쓰러지는 이를 일으켜 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구축된 사회, 보육이나 교육비 걱정 없이 진정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는 사회, 아이를 많이 낳아 길러도 그 부모가 노후에 빈곤에 떨어지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과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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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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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7 “배가 한 척 생긴다면 당신은 어떤 항해를 하겠는가.”

작가 한창훈이 마지막에 던진 질문이다.

다소 철학적이기도 한 이 물음은 사람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자, 이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기 고백하듯 이야기한다. p112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배는 전복되거나 떠밀린다. 떠밀림의 끝은 전복이다. 배가 그냥 있으면 훨씬 심하게 파도를 탄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싣고 있으면 더하다. 그러니 가야 한다. 울어도 가야 한다. 바다가 늘 그러하듯이 세상이 우리를 내보낸 이유는 이렇게 흔들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무거운 짐을 싣기도 하고, 홀가분 마음으로도 세상을 살아간다. 어떨 땐 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고, 파도가 덮쳐와 금방 뒤집어 질 것 같더라도 우리는 세파를 견디며 앞으로 나간다.

 

이 책은 읽어나갈수록 술 한 잔 생각나게 하는 “권주가”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배를 타며, 북극을 항해하며, 무한한 바다 사랑을 따뜻하면서도 다소 에로틱하게(?) 풀어낸 권주가라 생각된다.

사람은 슬퍼서 술 마시고, 즐거워서 술 마시고, 외로워서 술 마신다고 하면, 저자는 그런 인간의 기분들을 절실하게 느끼며 술 한 잔 기울인다.

석양을 바라보며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놓고 소주한잔 기울이고 있는 표지의 사진만큼 저자는 특유의 외로운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며, 근심 없는 세상은 없으니 넉넉히 견디고 살자고 타이른다.

 

p65 포장을 벗기면 똑같은 모양과 표정을 하고 있는 스무 개비의 담배처럼 하루하루가 그렇다.

이렇게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는 것일까, 혼자 묻는다. 그리고 답한다. 글쎄. 이게 아니면 뭐겠어. 훌륭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냥 단순한 삶을 노련하게 사는 것만 있을 뿐이다.

 

p68 쓸쓸함은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흥분되고 기대되는, 어쩌다 생기는 짧은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 인류는 그것을 느끼고 자각하게끔 진화되어왔다.

 

끝없는 외로움과 지루함을 견디고 살아가는 게 삶이라면 저자는 외로움의 철학을 가슴 깊이 녹여 내온 말들을 쏟아낸다.

사는 게 외로움을 견뎌나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힘들지만 살아야 하고 외롭지만 견뎌내야 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왜 사는가? 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이 철학을 만들어 냈듯, 저자의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에 녹여낸 삶이야기는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술을 먹고, 깨고 나면 먹지 말아야지 하는 도돌이표의 말처럼, 힘들고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는 소주 한잔이다.

 

 

p19 이 별의 특산품이 무언가요, 물어온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눈물입니다"

p61 우리는 시간이 안 간다고 몸살을 떨다가 늙어서는 단 하루 더 못 사는 것을 원망하는 그런 이상한 족속이기는 한데, 하여 지루한 시간이면 나중 죽기 직전 이 시간을 얼마나 아까워할까를 일부러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쓸쓸함을 견디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p74 사람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당신은 어떤가. 혹시 비씨카드나 돈의 얼굴을 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상상해본 적 없으신가.

p87 꿈과 가난은 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가지이다. 이룰 수 있다면 그게 꿈이겠는가.

p110 저는 취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흥취가 솟아났는데도 부드럽고 조심스럽다면 그 사람은 진짜입니다. 그런 사람은 꼭 붙들고 평생 친구로 지내야 합니다. 그런 친구 있나요?
저는 몇 명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러니 어찌 함께 안 마실 수 있겠어요. 아름다운데.

p112 "지금 생각해보면 배를 타는 것은 시간을 돈과 바꾸는 행위였어." 은퇴한 노항해사의 말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게 첫 번째 업무인 직업도 드물다.

p122 "이별만큼은 아무리 해도 훈련이 안됩디다."

p138 술맛은 당시의 심리 상태와 무엇보다도 술 마실 때의 배경이 되는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생긴다.

p203 한 아가씨가 말했다.
"전요, 섬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아주 아름답고 멋질 거라 생각해서 스스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너무 지루하고 심심하고 사람들은 거칠고…… 실망하고 있어요."

p261 아침에 깨어난다는 것. 잠 속에 빠져 있다가 문득 돌아와서 어제 했던 짓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고작 이런 것이다.

p274 우리는 아주 기가 막힌 하루를 위해 인생을 사는 게 아니다. 라고 나는 『내밥상 위의 자산어보』작가의 말에 썼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p343 무슨 짓을 당해도, 어떤 참혹한 일이 일어나도 다음날 해는 천연덕스럽게 떠오른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아닌 것 만큼은 확실하다.

p346 사람만 처연한 풍경을 사랑하는 것이다. 슬픔과 아름다움. 그건 삶을 인식하니 죽음도 인식할 수밖에 없는 능력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종교와 철학과 문학이 생겼다. 음악과 미술도. 그리고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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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최고의 과학자 13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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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면서 과학자들은 어떤 사람인지 무지한 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과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13명의 과학자를 만나 인터뷰한 형식의 책으로 과학의 내용이외에도 과학자의 철학, 종교, 개인사까지도 거침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다.

 

심지어는 16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대담도 들어가 있는데, 그의 저서를 근거로 가상형식의 인터뷰까지도 실어놨으니, 과학자의 개인적 철학이나 관심, 밝히기 어려운 생각까지도 종종 듣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객관성이 생명인 과학에서 조차 과학자 개인의 이력과 문화적 뿌리가 그의 관심사를 규정하고 심지어는 역자말대로 과학의 보편성과 과학자의 개별성이 이룬 팽팽한 긴장이 과학의 아름다움의 근원인지 모른다는 말은 과학자들의 성격과 관심사, 개인적인 고민 속에 과학의 객관적인 이론이 빛을 발하게 됨을 이해하게 된다.

 

p17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끈기다. 고집에 가까운 끈기, 후퇴와 자기회의에 굴하지 않는, 특히 경쟁에 아랑곳하지 않는 끈기 말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과학자이자 과학컬럼니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은 과학자는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실망을 대가로 지불해야 되는지, 늘 성공한 연구소식을 접하는 대중들에게 과학은 오히려 인내와 고집의 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유기화학 반응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법칙을 발견하여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알드 호프만은 재미있게도 시인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욕구,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이야기 한다.

p31 우리의 지성은 패턴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단순한 것을 선호해요.

p32 아름다움은 긴장에서 나와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긴장,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의 긴장.

 

퀘이사 연구를 통해 빅뱅의 증거를 제시한 마틴 리스는 슈테판 클라인의 연구해볼 만한 경이로운 대상이 눈앞에 많은데 왜 저 멀리 있는 별을 연구하냐는 짓궂은 질문에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인데 어찌 별을 연구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즉 별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물질이 고작 전우주의 4%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도 이야기 해준다.

p64 우주의 거의 4분의 3이 암흑에너지로 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나머지 4분의 1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암흑물질입니다. …… 그럼, 우리가 아는 물질은 뭐냐고요? 그런 익숙한 물질은 우주에서 고작 4퍼센트를 차지해요.

 

신경생물학자이자 독일 최고 권위의 과학자상인 라이프니츠 상을 받은 한나 모니어는 뇌의 기억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다.

그녀는 소수민족인 작센 족 출신으로 힘들게 고향을 등지며 살았던 세월을 이야기하는 인간적인 과학자이며, 수백만 개의 뉴런이 조화롭게 활동하도록 만드는 중간뉴런을 연구 중이다. 중간뉴런이 잘 협동해야만 우리가 과거 장면을 회상할 수 있다.

p86 뇌에 새로 들어온 모든 신호는 곧바로 이미 저장되어 있는 정보와 비교되거든요. 우리는 늙을수록 무언가에 감동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그 이유 중에 얕잡아 볼 수 없는 하나가 이 비교 과정이에요.

p88 아무튼 모든 기억 하나하나가 우리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 통찰에 입각해서 미구 인지심리학자 다니엘 스캑터는 “우리는 기억이다.”라는 주장까지 내놓았고요.

 

1514년 로마에 살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시체를 해부를 한 이유와 동맥경화현상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자신의 글은 수리과학을 이해해야만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p114 사람은 정신을 끊임없이 사용해야 해요. 우리가 편안함에 빠져들면, 정신은 마치 그 면도날처럼 금세 날카로움을 잃고 추한 무지의 녹에 덮여 볼품없게 되지요.

원시 말벌 종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행동과학자중 한명인 라가벤드라 가닥카는 취미 삼아 관찰했던 말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학자다.

그는 말벌 관찰을 통해 비용과 이익의 비율이 협동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원리를 밝혔다.

p122 말벌뿐 아니라 꿀벌과 개미를 봐도 수컷은 잉여라는 사실을 더없이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p134 보살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보답을 합니다. 반면에 말벌은 아무 보답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말벌을 보살피면, 참된 헌신을 배우게 돼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신경경제학의 대가인 에른스트 페르는 사람들이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판단에 대해 연구하며 도덕적위기가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p145 이타심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비슷한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 하는 단서는 확보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무언가를 타인과 나눠 갖는 놀이를 시켜보면, 일란성 쌍둥이들은 놀랄 만큼 유사하게 행동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우리 팀은 이타심의 유전적 토대를 밝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p157 막스 프리쉬는 인류 역사의 모든 혁명가가 행복이 아니라 정의를 약속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p158 일부 최고경영자들은 탁월한 실적 때문에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부정의는 한 사회 전체의 자기 이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어요. 지금 우리는 경제 위기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도덕적위기가 훨씬 심각합니다.

 

파푸아뉴기니를 24회나 탐사한 쓸개의 관한 전문가이자 『총균쇠』와 『문명의 붕괴』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왜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이 인류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쓰는 전문가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준다.

p289 인종주의는 모든 오류를 통틀어 그 대가가 가장 큰 오류의 하나입니다.

p295 알카에다의 등장에는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자연적인 생활환경의 몰락도 한 원인이고요. 삶의 처지가 척박해지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집단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리학자이자 우주의 탄생과 구조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왜 과학자들이 법칙을 찾기를 원하고 단순한 모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유대교집안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며, 종교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를 대답하게 한다.

p316 우리가 궁극의 이론을 추구하면서 아무리 멀리 나아가더라도, 우리는 왜 자연법칙이 지금 이대로인지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비밀은 끝내 남을 겁니다.

p319 다른 맥락에서도 종교는 내가 보기에 이득보다 해악을 더 많이 가져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온갖 종교전쟁을 생각해보세요. 지금 많은 서양인들은 호전적인 이슬람 세력을 두려워합니다. 16세기와 17세기에는 기독교 세력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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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도은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남에게 맞춰 살아가지 말고 내주관대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권장하는 책이다. 그렇게 살아가기 쉽지 않은 사회에서 내 주관대로, 확고한 가치관대로 살아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할 터인데 이 책은 ‘책을 권하는 독서평’을 가장한 아웃사이더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틀에 맞춘 듯 순응적이며, 무비판적이고, 디지털화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세상에 저항하며, 환경과 자연을 파괴하는 핵개발과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비판하고, 자본과 탐욕스러운 세계화를 비판한다. 정부나 세계화를 주창하며, 원전의 개발과 대량소비를 권장하는 세력들이 보기에는 불온하면서 위험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읽어가다 보면 이 책의 주장은 너무나도 정당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저자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통해 원전의 위험성과 그 공포,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았던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통해, 개발의 논리보다는 안전한 세상을 주창하고, 따라지 인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체제에 저항하며 살아갔던 조지 오웰의 《위건부두로 가는 길》,《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를 통해서는 소외된 노동과 체제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p36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영혼 없는 노동’이란 내가 경험한 컨베이어 벨트 위의 노동, 즉 ‘소외된 노동’을 말하는 것이리라.

 

감시와 통제의 기술사회의 문제점과 내가 기른 먹거리 먹고 사는 건강한 도시를 위한 로컬푸드운동,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를 책을 소개하면서는 공장식 축산의 끔찍하고 잔인한 형태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늘 먹고 있으면서, 그리고 생활하면서도 생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생각하기를 회피했던 것들을 바로 보게 해준다고 보면 된다.

 

우리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문제를 다룬 책 권터 발라프의《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도 우리사회의 이주노동자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어 줄 책이라 생각된다.

 

석유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대학이라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전당인지 아니면 졸업장과 자격증에 얽매인 전문 학원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막심고리키의 《나의 대학》은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소위 디지털세대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그들이 위험하다》라는 책을 소개해 주고,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쓴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소수파로 살아가는 이들을 격려한다.

p247 “히친스는 고집 세고, 자기 생각을 가지려고 애쓰고, 어떻게든 자기 삶을 살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계속 그렇게 나아가라고 격려한다. 침묵하고 순종하지 말라고, 다수와 다른 입장을 지닌 소수파에 속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북돋운다. 꼭 필요한 갈등과 논쟁을 슬쩍 피하지 말라고 유혹하기까지 한다.”

 

책 소개를 해주는 책이지만, 우리가 왜 살고 있으며, 세상 속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하는가? 더 많은 것을 가지라고 부추기는 끊임없는 소비권장사회에서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을 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책을 읽게 된다면 새로운 세상을 위한 출발점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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