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두 사람인듯한 사람인 듯 존재가 불분명한 여인의 모습에서 다양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초단편 그림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책 <불가사의한 V 양 사건>는 모더니즘 대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실험적이고 독특한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특색 있는 향이 느껴지는 그림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 시작됩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 둘씩 나란히 있는 여인들은 얼굴이 붉은 나무 가지이기도 하고, 하나로 연결된 얼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v 양이라고 불리던 자매의 모습입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산업화로 빠르게 발전해가던 런던에는 군중 속에서 오히려 쓸쓸함을 느끼며 사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지금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면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겠지." 파란 배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의 주인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15년 전부터 런던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며 조용히 살던 자매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불리는 이름조차 없이 주변인으로 치부되던 자매의 부재를 알아차린 이는 그들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독하게 죽어간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저자는 불가사의한 v 양 사건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군중 속에서 더욱 고독한 현대인의 씁쓸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그림소설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