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 뭉치를 앞에 두고도 무심한 눈빛으로 누워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이상합니다. 고양이라 하면 털실 뭉치를 이리저리 풀고, 굴리고 당기며 신나게 노는 게 당연할 것만 같은 어찌 된 일인지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이 고양이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꼼짝도 하기 싫어······. 아무것도······. 발끝 하나 까딱하는 것까지 말이야."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그려진 그림 속 고양이는 한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해 보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감기만큼 흔하게 앓는다는 우울함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철퍼덕 바닥에 눌어붙어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 고양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볼 것입니다.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할 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그런 날의 기억 말입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파란색의 고양이가 노란 털실을 굴려오며 말합니다. "안녕, 그레그! 털실 뭉치 쫓으며 놀래?" 파란고양이가 주변에서 분주하게 노는데도 이녀석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난 꼼짝도 하기 싫어." 이번에는 파란 줄무늬 고깔모자를 쓰고, 노란 풍선을 든 강아지가 나타나서 말을 건넵니다. "파티에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왁자지껄한 파티장에서 신이 난 친구들 사이에 침울하게 앉아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을 하며 고양이는 말합니다. "고맙지만 난 됐어." 고양이는 친구들이 무엇을 하자고 해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고양이 그레그는 발끝 하나 까딱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레그의 솔직한 속마음을 들은 친구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고양이는 발끝 하나 까딱하기 싫어>는 우울감에 빠진 친구를 위해 어떤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레그를 아끼는 따뜻한 배려가 묻어나는 친구들의 행동에 뭉클하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식 웃음이 새나오는 재미도 있습니다. 공감만큼 큰 위로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