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이라는 글귀가 잘 어울리는 그림 에세이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장요세파 수녀님입니다. 처음에 저자에 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종교적인 색채의 책인가 했는데 김호석 화백의 수묵화에 작품들에 대한 장요세파 수녀의 통찰이 담긴 그림 에세이였습니다. 김호석 화백은 흔히들 그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여인을 그리지 않는, 전통적인 수묵화와는 다른 작품을 그리는 화백입니다.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은유와 해학이 짙은 화풍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에 실린 그림들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노모가 화장품 손거울을 들고서 눈썹을 그리는 그림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거울 속 얼굴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노모의 얼굴은 유달리 검게 그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눈썹을 그리는 위치도 눈썹을 한참이나 벗어난 이마입니다. 그래도 거울을 들고 치장을 하는 노모의 바지런한 성품과 몸은 나이 들어 노쇠해졌어도 마음은 여전히 젊은 노모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화백의 시선이 느껴져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그림을 바라보는 장요세파 수녀의 심도 깊은 해석은 삶을 대하는 종교인의 묵직한 여운을 전해주었습니다. 수녀님과 차 한 잔을 마시며 같은 그림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 들어 책을 읽는 내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드는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슴 #모자라고도넘치는고요, #파람북, #자요세파글김호석그림, #인문, #에세이, #그림에세이, #컬퍼블룸, #컬처블룸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