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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Doisneau (Paperback)
Robert Doisneau 지음 / Taschen America Llc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필자가 접한 것은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포트폴리오다. 가로가 30센티미터, 세로가 40센티미터 정도에 이르는 포트폴리오다. 이는 작가가
여러 사진 에디터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품을 몇장 소개하고 그 옆에 간단한 설명이
붙는다. 모두가 흑백사진집이며 우측에는 한 페이지 전체를 차지하는 사진이 나오고 그 좌측에는 텍스트가 배열되어 있다. 그런데 우측 사진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앞선 페이지에 대한 설명이 뒷면에 붙어 있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로 나와 있다. 두아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연출이라고 의심되는) '시청 앞의 키스, 1950년' 이라는 사진이다. 바삐
걸어가는 행인들 사이에 두 여인에 열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한번쯤 본 사진이것이다. 필자에게 인상적인 사진은
'타이피스트, 1947' 이라는 작품이다.
선글라스를 낀 젊은 처자가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있다. 그것도 맨발이며 그 옆에 담배각과 가방이 보인다. 땅바닥은 네모난 벽돌로 덮여있다.
그리고 무릎에는 오늘날의 랩탑과 같이 타자기가 얹혀져있다. 처자는 매우 집중해서 타이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배경으로는 세느강이라고 여겨지는
물줄기가 있고 그 앞에 여러 사람들이 앉거나 서거나 해서 이 처자를 바라보고 있다. 뭐가 이렇게 바쁜 것일까? 이렇게 집중해서 해야 하는 문서가
도대체 뭘까? 많은 이야기거리를 선사한다. 이 뒷장에 두아노는 이렇게 적고 있다. "결국, 제약에도 좋은 점이 있다. 나는 수줍음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서 사람들을 찍는다. 그러면 그들 주위에는 온통 공간이 생기는데, 그 공간이야말로 내가 찾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