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Dizzy Gillespie - Live at the Royal Festival Hall, London (지역코드1)(DVD)(2001)
Dizzy Gillespie / Eagle Rock Ent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라이브 콘서트와 음악회를 다녀봤지만, 주저없이 BOB로 꼽는 라이브 공연이 있다. 바로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의 Live at The Royal Festival Hall, London 1989.

주인공의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에 흐르는 운율, 거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고조되는 열기. 각각의 세션 파트가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하는 공연. 따로 또 같이 휘몰아치는 연주자의 기량, 한 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드는 감각적인 음파의 샤워. 이건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말로써는 도저히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당신의 심연, 무의식의 깊은 곳에 울리는 감격의 라이브다. 필자의 영혼을 건드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디지 길레스피의 본명은 John Birks Gillespie, 트럼펫을 현란하게 연주하여 청중들을 어질어질하게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닉네임이 바로 디지 길레스피다. 이 공연에서 그는 특유의 위로 꺾여진 트럼펫을 들고나온다. 어쩌면 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원래는 누군가 깔고 앉아서 꺽여진 것이었다. 이를 발견한 디지가 한번 불어보고는 어헝~ 뭔가 독특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그때부터 애용했다고 한다. 멘탈이 참으로 긍정적이지 않은가? ㅎㅎㅎㅎ


(아뭏든 디지는 이 트럼펫의 음색에 반하여 특허를 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이미 실행이 된 상태였음).

 

이 라이브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면면을 보자면, 가희 수퍼세션이다. 그들을 한 명씩 소개해보자.


IGNACIO BERROA - DRUMS
ED CHERRY - GUITAR
PAQUITO D'RIVERA - SAXOPHONE & CLARINET
SLIDE HAMPTON - TROMBONE
GIOVANNI HIDALGO - CONGAS
JOHN LEE - BASS
JAMES MOODY - SAXOPHONES & FLUTE
AIRTO MOREIRA - PERCUSSION & DRUMS
DANILO PEREZ - PIANO
FLORA PURIM - VOCALS
MARIO RIVERA - SAXOPHONES
CLAUDIO RODITI - TRUMPET
ARTURO SANDOVAL - TRUMPETS & FLUGELHORN
STEVE TURRE - BASE TROMBONE & SHELLS

 

마지막 줄에 Shells를 유심히 보라. 조개껍데기다. 이것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라이브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이 공연을 10개로 나눠서 유투브에 업로드 해 놓은 것이다. 오리 궁뎅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디지가 등장한다. 어떻게나 트럼펫을 불러 제꼈는지 볼따구니의 팽팽함이, 마치 개구리가 울음 주머니를 풍선처럼 부풀린 것처럼 보인다. 뒤를 이어 마치 물방울을 만드는 기계를 틀은 것처럼, 색소폰의 경쾌한 음이 고막을 퐁퐁퐁퐁 진동시킨다........ 이어서 트럼본, 드럼, 퍼커션, 기타, 베이스, 피아노, 클라리넷. 이렇게 각 솔로 파트의 연주가 멤버 소개를 대신한다. 거두절미, 진정한 프로페셔널로서의 스텐스다. 잡스런 말은 필요없다. 그랜드 마스터는 음으로 말할 뿐이다. 이것이 디지 길레스피 오케스트라를 찾아온 대중들에게 그들이 선사하는 최고의 예우다.

 

 

 

 


 

 

 

솔로이스트들의 자기 소개가 끝나고 디지와 산도발의 트럼펫 듀오가 펼쳐진다. 먼저 산도발이 따라하기 힘든 특유의 고음 속사연주를 시작한다. 한 동안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음의 대화를 이루다가, 디지가 전면에 나설 차례가 된다. 이 짧은 순간에 산도발이 트럼펫에 매달린 마이크의 위치가 적절치 못함을 발견했다. 아니 디지와 산도발이 동시에 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산도발이 살짝 위치를 조정해준다. 불과 3초 정도 되려나? 이 짧은 순간 디지가 다시 마이크를 한 번 더 매만지고 드디어 어질어질한 연주가 펼쳐진다. 과연 그랜드 마스터들 답다. 이 작은 눈썰미 하나만 보더라도 그들의 기량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진행되는 연주력과 퍼포먼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한다. 말이 필요 없다. 직접 느껴보라.


공연이 끝난 후 최고의 찬사가 뭘까? 아마도 기립 박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당시 그 순간, 박수를 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연주에 압도되었다. 사람이 이지를 상실하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공연의 감동은 다시 없을 것 같다. 어질어질 길레스피, 그와 단원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한 순간을 맛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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