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린다 맥카트니는 비틀즈의 멤버 폴 맥카트니의 아내이자 가수다. ㅎㅎㅎ 하긴 뭐 비틀즈를 안 다고 해서 그 구성원의
가족까지 알 수는 없을테니.......아뭏든 이 사진집은 그녀가 자신과 가족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꾸며졌다. 도판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각각
30cm, 40cm에 이르는 하드커버의 흑백/컬러 혼용 사진집이다. 무광택의 두꺼운 모조지에 인쇄되어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알아보니까 린다는
이후 여러 유명 가수들의 사진을 촬영하여 명성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이 사진집을 보는 독자는 분명히 미소짓게 될 것이다. 공식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폴과 가족, 친구들의 자연스런
일상이 담겨져있다. 푸근하고 솔직한 사진을 접할 수 있는데, 몇가지 재미난 장면을 소개해보자. 제목이 'Grace Slick, San
Francisco, 1968' 하는 사진이다. 아주 지적으로 생긴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이 약간 입을 벌리고 사진가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은
우수에 찬 눈빛이다. 흑발은 치렁치렁 늘어져서 윗가슴부위까지 내려와 있다. 녹색의 상의를 입고 있는데, 그녀의 왼쪽 어깨에는 장총을 든 경찰
인형이 얹혀져있다. 그런데 경관의 손이 그레이스의 아랫입술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있다.
그녀의 이 퍼포먼스는 뭘 뜻하는 것일까? 시대상황을 고려해 볼때 베트남전 반대? 아니면 공권력에 의한 강압적인 언론말살?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재미로? 아무려면 어떠냐 꼭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 그레이스 슬릭이 누군가 검색을 해봤더니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보컬이었더란다.
ㅎㅎㅎ 그룹 이름과 노래 제목은 아는데 멤버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니. ㅋㅋㅋ somebody to love 라는 히트곡이 있었지.
또 하나 재밌는 이미지는 물컵에 맥주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폴이 두 발로 집어들고 있는 장면이다. 정확히 말하면 발가락을 이용해서
말이다. 에이 더러워~ 라는 기분은 잠시 접어들고 발톱을 보게 되면, 빨강과 파랑, 노랑과 주황색, 그리고 녹색으로 매니큐어를 했다. 이걸
뭐라고 하지 패티규어라고 했던가? 아뭏든 이 클로즈업 장면이 2페이지에 걸쳐서 크게 나와 있다. 이처럼 작가가 바라본 흥미롭고 여유로운 사진이
한 가득 담겨져있다. 작금의 한국사회를 둘러볼때, 고단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정감어린 사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