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 영혼을 빚어낸 손길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뭐야? 애들 낙서인가?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이 그린 것을 보게되면 대개는 얼굴은 동그랗고 눈코입이 있는데, 몸은 그냥 단순하게 직선으로 뽑아낸 것들이 많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의 그림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조각품을 남긴 사람이 바로 알레르토 자코메티다. 그런데 그는 두상마저도 있는듯 없는듯 점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발은 무척이나 크게 만들어서 언밸런스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조각에서는 토르소적으로 빚어낸 것도 있다. 즉, 얼굴같지도 않은 둥그런 머리모양에 길쭉한 선만으로 몸을 빚어내고 팔은 없다. 그것도 외다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필자가 그의 조각에서 느끼는 감정은 쓸쓸함과 고독이다. 현대인이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과 을씨년 스러움, 그것이 자코메티의 예술세계다.


앗, 을씨년 얘끼나 나와서 말인데, 원래 이 단어는 을사늑약이 체결된 당시의 분위기를 표현한 말이다. 즉, 일본놈들이 우리를 무력으로 위협하여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게 만든 그 때처럼, 스산하고 싸늘하다는 뜻이다. 이말이 을싸년에서 을씨년으로 바뀐 것이다. 나라에 힘이 없으면 이렇게 먹힌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부강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예술이란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서야 찾게 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과거 대부분의 걸작들이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특히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자본이 예술가를 만드는 경우가 유독 심한 것 같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예술 무전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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